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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기업은 여전히 IT를 선도하고 있는가?

2014.02.03 정철환  |  CIO KR
앨빈 토플러가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사회 주체 별로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의 적응 속도를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 비유하여 “기업은 시속 100마일, 가정은 60마일, 정부는 25마일, 학교는 10마일, 정치조직은 시속 3마일의 속도”라고 비유했다. 변화의 선두에 기업이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말을 오늘의 우리나라 IT 분야에 빗대어 봐도 여전히 유효할까? IT의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주체가 오늘날에도 기업일까? IT 시장이 급변하고 기존의 경쟁체제가 흔들리는 요즘 여전히 기업이 IT 분야의 발전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최근 IT 시장의 주요 4대 이슈로 클라우드, 모바일, 소셜, 빅데이터를 꼽는다. 그렇다면 과연 기업은 이들 4대 이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가장 먼저 모바일 분야를 살펴보자. 필자도 기업의 IT를 담당하고 있지만 과연 기업에서 모바일 분야의 성장에 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가? 당연히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성장은 일반 개인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필자가 지난번 칼럼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스마트폰은 새로운 IT 기기가 아닌 휴대폰의 대체품으로 시장을 형성했기에 이런 현상이 가능했지만 결과적으로 이전까지 주요 IT 플랫폼의 성장에 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것과는 다른 현상이다.

소셜은 어떤가? 소셜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그리고 우리나라의 카카오톡과 카카오 스토리 등은 기업에서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소셜을 개인용 정보교환 및 공유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기업 내에서 소셜 기능을 구현하려는 노력이 최근에 와서야 차세대 그룹웨어의 모습으로 추진되려고 하는 것을 보면 많이 늦었다는 생각이다. 빅데이터 영역은 또 어떤가? 어쩌면 오늘날 가장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며 소셜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주체는 개인과 정치권일지도 모른다.

클라우드를 봐도 기업 내에서 확산이 더딘 양상이다. 국내 기업에서는 아직까지도 자사의 IT자산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들은 네이버나 다음 또는 애플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발히 사용하고 있으며 에버노트와 같은 클라우드 연계 툴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으로 인해 기업에서는 보안과 관련된 이슈로 클라우드 기반의 솔루션 적용이 더욱 힘들어 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IT가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던 시기를 되돌아 생각해보면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약 20년 정도의 기간이었던 것 같다. PC의 등장으로 직원의 책상 위에 PC가 놓이기 시작하면서 업무의 IT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클라이언트/서버 기술의 등장과 MS 윈도우의 출시 이후로 급격한 업무 정보화가 추진되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기업내의 거의 대부분의 업무들이 IT시스템으로 구현되었다. 그리고 이 무렵부터 시작된 웹 환경의 발전으로 인해 또 한번의 진화를 통해 오늘날의 기업 정보시스템의 모습을 갖추었다. 이러한 변화가 완성 된 시기가 2000년대 중반경이니 벌써 10년 전의 이야기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은 거기서 멈춰있다.

이제 기업에서 임직원들에게 제공하는 IT 서비스는 개인적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하고 있는 여러 모바일 앱들과 비교하여 구시대적인 것이 되고 있다. 앨빈 토플러가 가장 빠르게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는 주체라고 했던 기업이 오히려 개인보다 IT의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뒤쳐지게 된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필자는 이러한 정체의 원인을 대략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우선 IT투자를 통한 기업 경쟁력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경영진들이 확신을 잃어버린 것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숨차게 IT에 지속적인 투자를 했으나 시장에서 상대적 기업 경쟁력의 개선이 불분명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2007년 금융위기 이후 회복되지 않는 경제상황으로 인해 IT투자에 대한 여력이 많이 쇠진한 것을 들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IT패러다임의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세 번째는 기존 투자에 대한 매몰비용 효과로 인해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경영적인 관점에서 판단이 쉽지 않다. 이미 막대한 비용이 투자된 정보시스템을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것은 초기의 투자 결정보다 훨씬 더 힘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원인으로 경영진들은 기업에서 이미 충분한 수준의 IT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물론 위의 생각은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최근 몇 년간 기업의 IT 투자가 얼어붙었다는 것에 이견을 제기하는 분들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이 앞에 열거한 것 이외에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저비용이다. 개인이 모바일 혁신의 주도 세력이 될 수 있었던 원인에는 비용적인 측면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휴대폰은 이미 주기적으로 교체해 오던 물건이기에 스마트폰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었다. 또한 스마트폰의 앱은 대부분 무료이거나 적은 금액으로도 구입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클라우드 서비스는 대부분 무료로 제공이 되고 있다. 이렇게 보급된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소셜과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산될 수 있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기업의 IT환경과 개인의 IT환경 사이의 격차는 지속적으로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따라서 기업 IT담당자들은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큰 숙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의 원인들에 대해 고민하고 개선 방안을 찾아 기업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크기에 충분히 빠르며 늘 네트워크에 접속되어 있고 수 많은 앱을 활용할 수 있으며 글로벌 한 클라우드 서비스의 지원을 받는 개인의 스마트 모바일 플랫폼과 거대한 데이터센터에 고가의 고성능 서버들과 독자적인 네트워크, 복잡한 보안체계, 복잡하게 연동되는 애플리케이션 환경을 보유한 기업 정보시스템을 비교하다 보면 오래 전 지구의 지배자였던 공룡과 훨씬 뒤에 출현한 작고 재빠르며 민첩한 포유류가 떠오른다. 거대한 운석의 충돌로 인해 대 재앙이 덮쳤을 때 전멸하지 않고 살아남아 오늘날 지구를 지배할 수 있게 된 것은 결국 포유류였음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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