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6

엔비디아의 ARM 인수 이후, 애플의 장·단기 대응 시나리오 분석

Jason Cross | Macworld
엔비디아가 ARM, 소프트뱅크(현재 ARM을 소유)와 ARM 인수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현금과 주식을 포함해 총 400억 달러 규모로, 반도체 산업 전체를 뒤흔들 수도 있는 중요한 계약이다. 엔비디아는 AI와 머신 러닝에서 점점 더 널리 사용하는 고성능 그래픽 분야의 독점적인 기업이다. ARM은 대부분의 스마트폰 칩 업체를 포함해 수많은 기업에 지적 자산과 CPU, GPU 설계를 라이선싱하고 있다.
 
ⓒ Nvidia

ARM이 라이선싱하는 기업 중에는 애플이 있다. 거의 모든 애플 제품에 ARM 호환 CPU가 들어가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 TV, 애플 워치, 홈팟의 모든 기능이 이 ARM의 명령어 세트를 사용하고, 최신 맥에도 ARM 기반 T1 또는 T2 프로세서가 일부 기능을 담당한다. 특히 애플은 최근 인텔 칩에서 자체 설계한 ARM 기반 프로세서로 전환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는 것은 애플에 어떤 의미일까?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받는 제품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수년 동안 극적인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이번 인수가 상당 기간 동안 애플 제품에 영향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애플 사용자가 당황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단기적으로 '변화 없음'

먼저, 엔비디아가 ARM, 소프트뱅크와 합의했다고 해서 모든 인수 절차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 계약은 거대하고 영향력이 큰 두 IT 기업의 합병이므로, 영국과 EU, 중국, 미국 등의 규제 당국의 승인이 선행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또한, 칩 설계 라이선스는 보통 수년, 여러 제품에 걸친 장기계약 형태로 진행된다. 엔비디아가 애플이나 다른 라이선스를 중단하려 해도 우리가 실제 구매하는 제품에 영향을 주려면 수년이 걸린다. 현재 애플의 ARM IP 라이선스 계약이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향후 3~4년간 나올 제품을 포함하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ARM의 라이선스 방식은 2가지다. 먼저 ARM 코텍스 CPU와 말리 GPU 등 CPU 코어 혹은 GPU 설계 전체를 라이선스할 수 있다. 많은 기업이 이 방식을 활용하는데, ARM 설계를 일부 수정, 강화해 자사의 칩에 접목한다. 예를 들어 애플은 아이폰 4에서 삼성 프로세서를 자체 A4 프로세서로 전환할 때, ARM 코텍스 CPU 설계와 GPU 설계를 라이선싱했다.

ARM의 라이선스 방식 두 번째는 ARM 명령어 세트와 설계만 차용해 기업이 호환 가능한 CPU를 처음부터 설계하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 수년간 이 방식을 사용해 왔다. 아이폰 5에 애플이 자체 설계한 CPU A6 프로세서가 처음 들어갔고 이후 다시는 CPU 설계를 라이선스하지 않았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ARM 사업부를 엔비디아의 그래픽 사업부와 분리해 유지할 것이고 ARM의 오픈 라이선싱 계약도 계속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 세계 수십억 대의 스마트폰이 ARM IP를 사용하는 상황이므로, 각국의 규제 당국도 이를 강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결국, 엔비디아 자회사로서 ARM이 명령어 세트 IP를 계속 라이선싱하는 한 애플이 이번 인수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장기적으로, 애플 제품은 여전히 애플 제품이다

만약 큰 변화가 생긴다면 몇 년 후가 될 것이다. 황은 엔비디아의 그래픽과 머신 러닝 IP 일부를 현재의 ARM 제품에 함께 라이선싱한다는 구상이다. 따라서 퀄컴이나 삼성 혹은 화웨이가 내놓을 미래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ARM 기반 CPU에 엔비디아의 GPU와 머신 러닝 기술이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애플은 이미 자체 설계한 GPU와 머신 러닝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맥은 현재 인텔 GPU 통합 프로세서나 외장 AMD GPU를 사용하지만, 둘 다 애플이 맥 제품군을 자체 칩으로 전환함에 따라 향후 몇 년에 걸쳐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필요하다면 애플은 자체 칩이 자체 설계한 명령어 세트에서 작동하도록 수정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개발자가 기존 앱을 재컴파일해야 하는 '고통'이 따르겠지만, 애플의 폐쇄적인 앱 생태계를 고려하면 다른 스마트폰이나 PC 제조업체보다는 훨씬 쉽게 이런 작업을 추진할 수 있다. 실제로 애플은 윈도우는 물론 여러 업체가 만드는 안드로이드 생태계와의 호환성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애플이 '전체 스택'을 제어할 수 있으므로, 결심만 하면 된다.

한 가지 상상할 수 있는 또 다른 장기 시나리오는 엔비디아/ARM이 애플과 경쟁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엔비디아/ARM이 애플에 라이선스한 CPU와 GPU 코어보다 성능과 기능이 월등한 칩을 만든다면, 현재 인텔과 AMD가 장악하고 있는 노트북과 데스크톱 시장을 노릴 것이고, 이는 결국 애플이 오늘날 누리고 있는 경쟁력의 상당 부분을 잠식할 것이다.

단, 이런 시나리오라고 해도 애플이 계획을 바꾼다는 보장이 없다. ARM/엔비디아 구상이 실현된다고 해도 이미 애플이 몇년 앞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비디아 GPU 기술과 라이선스를 이용해 강화된 ARM 칩으로 고성능에 배터리 사용 시간도 긴 윈도우 노트북을 만들기 시작한다면 시점은 2024년 정도가 될 것이다. 이 때는 이미 애플이 ARM 기반 컴퓨터를 수년째 판매한 시점이다.

결국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애플과 애플 제품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별로 없다. 특히 스마트폰과 PC, 웨어러블 시장의 애플 경쟁자의 영향과 비교하면 더 그렇다. 설사 영향이 있다고 해도 큰 변화가 가시화되려면 적어도 몇 년은 걸릴 것이다. editor@itworld.co.kr



2020.09.16

엔비디아의 ARM 인수 이후, 애플의 장·단기 대응 시나리오 분석

Jason Cross | Macworld
엔비디아가 ARM, 소프트뱅크(현재 ARM을 소유)와 ARM 인수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현금과 주식을 포함해 총 400억 달러 규모로, 반도체 산업 전체를 뒤흔들 수도 있는 중요한 계약이다. 엔비디아는 AI와 머신 러닝에서 점점 더 널리 사용하는 고성능 그래픽 분야의 독점적인 기업이다. ARM은 대부분의 스마트폰 칩 업체를 포함해 수많은 기업에 지적 자산과 CPU, GPU 설계를 라이선싱하고 있다.
 
ⓒ Nvidia

ARM이 라이선싱하는 기업 중에는 애플이 있다. 거의 모든 애플 제품에 ARM 호환 CPU가 들어가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 TV, 애플 워치, 홈팟의 모든 기능이 이 ARM의 명령어 세트를 사용하고, 최신 맥에도 ARM 기반 T1 또는 T2 프로세서가 일부 기능을 담당한다. 특히 애플은 최근 인텔 칩에서 자체 설계한 ARM 기반 프로세서로 전환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는 것은 애플에 어떤 의미일까?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받는 제품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수년 동안 극적인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이번 인수가 상당 기간 동안 애플 제품에 영향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애플 사용자가 당황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단기적으로 '변화 없음'

먼저, 엔비디아가 ARM, 소프트뱅크와 합의했다고 해서 모든 인수 절차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 계약은 거대하고 영향력이 큰 두 IT 기업의 합병이므로, 영국과 EU, 중국, 미국 등의 규제 당국의 승인이 선행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또한, 칩 설계 라이선스는 보통 수년, 여러 제품에 걸친 장기계약 형태로 진행된다. 엔비디아가 애플이나 다른 라이선스를 중단하려 해도 우리가 실제 구매하는 제품에 영향을 주려면 수년이 걸린다. 현재 애플의 ARM IP 라이선스 계약이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향후 3~4년간 나올 제품을 포함하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ARM의 라이선스 방식은 2가지다. 먼저 ARM 코텍스 CPU와 말리 GPU 등 CPU 코어 혹은 GPU 설계 전체를 라이선스할 수 있다. 많은 기업이 이 방식을 활용하는데, ARM 설계를 일부 수정, 강화해 자사의 칩에 접목한다. 예를 들어 애플은 아이폰 4에서 삼성 프로세서를 자체 A4 프로세서로 전환할 때, ARM 코텍스 CPU 설계와 GPU 설계를 라이선싱했다.

ARM의 라이선스 방식 두 번째는 ARM 명령어 세트와 설계만 차용해 기업이 호환 가능한 CPU를 처음부터 설계하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 수년간 이 방식을 사용해 왔다. 아이폰 5에 애플이 자체 설계한 CPU A6 프로세서가 처음 들어갔고 이후 다시는 CPU 설계를 라이선스하지 않았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ARM 사업부를 엔비디아의 그래픽 사업부와 분리해 유지할 것이고 ARM의 오픈 라이선싱 계약도 계속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 세계 수십억 대의 스마트폰이 ARM IP를 사용하는 상황이므로, 각국의 규제 당국도 이를 강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결국, 엔비디아 자회사로서 ARM이 명령어 세트 IP를 계속 라이선싱하는 한 애플이 이번 인수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장기적으로, 애플 제품은 여전히 애플 제품이다

만약 큰 변화가 생긴다면 몇 년 후가 될 것이다. 황은 엔비디아의 그래픽과 머신 러닝 IP 일부를 현재의 ARM 제품에 함께 라이선싱한다는 구상이다. 따라서 퀄컴이나 삼성 혹은 화웨이가 내놓을 미래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ARM 기반 CPU에 엔비디아의 GPU와 머신 러닝 기술이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애플은 이미 자체 설계한 GPU와 머신 러닝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맥은 현재 인텔 GPU 통합 프로세서나 외장 AMD GPU를 사용하지만, 둘 다 애플이 맥 제품군을 자체 칩으로 전환함에 따라 향후 몇 년에 걸쳐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필요하다면 애플은 자체 칩이 자체 설계한 명령어 세트에서 작동하도록 수정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개발자가 기존 앱을 재컴파일해야 하는 '고통'이 따르겠지만, 애플의 폐쇄적인 앱 생태계를 고려하면 다른 스마트폰이나 PC 제조업체보다는 훨씬 쉽게 이런 작업을 추진할 수 있다. 실제로 애플은 윈도우는 물론 여러 업체가 만드는 안드로이드 생태계와의 호환성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애플이 '전체 스택'을 제어할 수 있으므로, 결심만 하면 된다.

한 가지 상상할 수 있는 또 다른 장기 시나리오는 엔비디아/ARM이 애플과 경쟁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엔비디아/ARM이 애플에 라이선스한 CPU와 GPU 코어보다 성능과 기능이 월등한 칩을 만든다면, 현재 인텔과 AMD가 장악하고 있는 노트북과 데스크톱 시장을 노릴 것이고, 이는 결국 애플이 오늘날 누리고 있는 경쟁력의 상당 부분을 잠식할 것이다.

단, 이런 시나리오라고 해도 애플이 계획을 바꾼다는 보장이 없다. ARM/엔비디아 구상이 실현된다고 해도 이미 애플이 몇년 앞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비디아 GPU 기술과 라이선스를 이용해 강화된 ARM 칩으로 고성능에 배터리 사용 시간도 긴 윈도우 노트북을 만들기 시작한다면 시점은 2024년 정도가 될 것이다. 이 때는 이미 애플이 ARM 기반 컴퓨터를 수년째 판매한 시점이다.

결국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애플과 애플 제품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별로 없다. 특히 스마트폰과 PC, 웨어러블 시장의 애플 경쟁자의 영향과 비교하면 더 그렇다. 설사 영향이 있다고 해도 큰 변화가 가시화되려면 적어도 몇 년은 걸릴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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