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1

칼럼 | 디지털 기술과 범죄의 발전

정철환 | CIO KR
“추적 불가능한 불법적인 금융거래 수단을 기반으로 이제 범죄는 더 이상 직접 저질러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이것이 CaaS(Crime as a Service)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다.” 
- 마크 굿맨의 ‘Future Crimes: Everything Is Connected, Everyone Is Vulnerable and What We Can Do About It” 중에서.

텔레그램 메신저를 플랫폼으로 하고 암호화폐를 지불수단으로 한 최악의 집단 성착취 범죄로 대한민국의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더구나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어 사법 당국은 전례 없는 강한 처벌을 언급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경제, 문화, 사회의 긍정적인 발전 전망을 이야기하고 있는 오늘날, 인류 사회의 어두운 측면인 범죄 역시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오늘날 5G의 속도를 광고하는 문구가 ‘영화 다운로드, 16초에서 0.8초로’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네트워크의 속도와 포화상태에 이른 모바일 기기 보급, 그리고 4K급 화질을 능가하는 스마트폰의 카메라 등 하드웨어의 발전과 전세계를 연결하는 소셜 플랫폼의 확산,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암호화폐의 등장 등 IT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이들이 미래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전망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사회의 어두운 면 역시 함께 변화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인터넷의 등장과 전화선 모뎀에 의존하던 느린 통신망에서 ADSL이라는 디지털 기반의 혁신적인 통신 방식이 개발되어 대한민국의 IT 기술이 급속한 발전을 하던 시기인 1998년에 한 연예인이 오래전에 찍었던 사적인 비디오 영상이 디지털로 변환되어 인터넷망을 통해 불법적으로 확산된 사건이 있었다. 이전까지 소위 불법 비디오테이브 복제를 통해 은밀하게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던 그런 영상이 디지털로 전환되고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된 것이다. 당시에는 이를 통해 누군가가 범죄 수익을 얻은 것은 아니었으나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이후 인터넷에서 불법적인 개인 촬영 영상의 유통이 문제가 된 것이 한두 건이 아니다. 그러나 이전까지는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범죄 결과물을 다수의 사람이 일방향으로 전달을 받는 구조였으나 이번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한 집단 성착취 범죄는 텔레그램이라는 양방향 채널에 모인 수 많은 참여자가 원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진다. 즉 참여자 모두가 직접적인 가해자가 된다는 의미다. 앞서 소개한 마크 굿맨의 책에서 이야기한 CaaS, 즉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통한 범죄 서비스 플랫폼의 사례다. 그리고 서비스의 제공 대가로 랜섬웨어 유포자 및 범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암호화폐를 지불 수단으로 사용한 것도 해당된다. 디지털 성범죄가 범죄 플랫폼 형태로 진화한 사례인 것이다.

이미 인터넷은 다양한 면에서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피싱, 랜섬웨어, 해킹, 개인정보 탈취와 악용 등이 오래전부터 사회의 문제가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같이 새로운 양상의 범죄가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본격적인 대응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사상 처음으로 살인범이 아닌 범죄자에 대해 신상 공개가 결정되었다고 언론에서 이야기하듯 향후 이전까지의 사법 체계로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플랫폼상에서의 범죄 발생에 대응하는 것, 디지털 플랫폼상에서 범죄를 수사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디지털포렌식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 디지털 범죄에 대한 처벌 기준의 현실화 등 사회적으로 준비하고 합의하여야 할 사항들이 많아 보인다.

우선 인터넷상에서 개인정보의 보호 이슈와 디지털 범죄를 예방하거나 또는 수사하기 위한 개인정보의 수집 사이에서 사회적인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특히 이번 집단 성착취 범죄에서와같이 텔레그램과 같은 외국의 플랫폼을 이용한 범죄에서 범죄자의 검거를 위해 필요한 정보의 수집 방법과 범위에 대한 세계적인 협력과 공감대의 형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와 함께 이미 범죄자와 테러범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다크웹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라 이미 인터넷상에서 문제가 되는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범죄도 가까운 미래에 사회 이슈로 부각될 것이다. 아직은 유명인의 얼굴을 합성한 포르노 영상물 제작 등에 그치고 있지만 향후 딥페이크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자신의 배우자, 자녀, 부모로부터의 전화통화 또는 영상통화를 가장한 피싱 범죄가 등장할 수도 있다. 일례로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미디어 합성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Lyrebird는 아주 적은 분량의 음성 녹음 파일을 이용해서 해당 개인의 목소리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이용한다면 지금까지는 메신저에서 지인을 사칭하던 것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 친구의 목소리로 피싱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있다.
 
기술의 발전은 늘 양날의 칼과 같은 면을 지녀왔다.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킨 기술은 한편으로 범죄나 전쟁의 도구로도 치명적인 역할을 해 왔다. 그렇기에 디지털 혁신을 대함에 있어 긍정적인 면만 볼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면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이번 악랄한 범죄 사례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디지털 범죄 대응을 본격적으로 대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필자는 이번 집단 성착취 범죄에 가담한 모든 가해자를 엄벌에 처하는 것 역시 미래의 디지털 범죄 대응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제조업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2020.04.01

칼럼 | 디지털 기술과 범죄의 발전

정철환 | CIO KR
“추적 불가능한 불법적인 금융거래 수단을 기반으로 이제 범죄는 더 이상 직접 저질러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이것이 CaaS(Crime as a Service)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다.” 
- 마크 굿맨의 ‘Future Crimes: Everything Is Connected, Everyone Is Vulnerable and What We Can Do About It” 중에서.

텔레그램 메신저를 플랫폼으로 하고 암호화폐를 지불수단으로 한 최악의 집단 성착취 범죄로 대한민국의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더구나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어 사법 당국은 전례 없는 강한 처벌을 언급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경제, 문화, 사회의 긍정적인 발전 전망을 이야기하고 있는 오늘날, 인류 사회의 어두운 측면인 범죄 역시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오늘날 5G의 속도를 광고하는 문구가 ‘영화 다운로드, 16초에서 0.8초로’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네트워크의 속도와 포화상태에 이른 모바일 기기 보급, 그리고 4K급 화질을 능가하는 스마트폰의 카메라 등 하드웨어의 발전과 전세계를 연결하는 소셜 플랫폼의 확산,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암호화폐의 등장 등 IT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이들이 미래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전망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사회의 어두운 면 역시 함께 변화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인터넷의 등장과 전화선 모뎀에 의존하던 느린 통신망에서 ADSL이라는 디지털 기반의 혁신적인 통신 방식이 개발되어 대한민국의 IT 기술이 급속한 발전을 하던 시기인 1998년에 한 연예인이 오래전에 찍었던 사적인 비디오 영상이 디지털로 변환되어 인터넷망을 통해 불법적으로 확산된 사건이 있었다. 이전까지 소위 불법 비디오테이브 복제를 통해 은밀하게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던 그런 영상이 디지털로 전환되고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된 것이다. 당시에는 이를 통해 누군가가 범죄 수익을 얻은 것은 아니었으나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이후 인터넷에서 불법적인 개인 촬영 영상의 유통이 문제가 된 것이 한두 건이 아니다. 그러나 이전까지는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범죄 결과물을 다수의 사람이 일방향으로 전달을 받는 구조였으나 이번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한 집단 성착취 범죄는 텔레그램이라는 양방향 채널에 모인 수 많은 참여자가 원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진다. 즉 참여자 모두가 직접적인 가해자가 된다는 의미다. 앞서 소개한 마크 굿맨의 책에서 이야기한 CaaS, 즉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통한 범죄 서비스 플랫폼의 사례다. 그리고 서비스의 제공 대가로 랜섬웨어 유포자 및 범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암호화폐를 지불 수단으로 사용한 것도 해당된다. 디지털 성범죄가 범죄 플랫폼 형태로 진화한 사례인 것이다.

이미 인터넷은 다양한 면에서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피싱, 랜섬웨어, 해킹, 개인정보 탈취와 악용 등이 오래전부터 사회의 문제가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같이 새로운 양상의 범죄가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본격적인 대응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사상 처음으로 살인범이 아닌 범죄자에 대해 신상 공개가 결정되었다고 언론에서 이야기하듯 향후 이전까지의 사법 체계로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플랫폼상에서의 범죄 발생에 대응하는 것, 디지털 플랫폼상에서 범죄를 수사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디지털포렌식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 디지털 범죄에 대한 처벌 기준의 현실화 등 사회적으로 준비하고 합의하여야 할 사항들이 많아 보인다.

우선 인터넷상에서 개인정보의 보호 이슈와 디지털 범죄를 예방하거나 또는 수사하기 위한 개인정보의 수집 사이에서 사회적인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특히 이번 집단 성착취 범죄에서와같이 텔레그램과 같은 외국의 플랫폼을 이용한 범죄에서 범죄자의 검거를 위해 필요한 정보의 수집 방법과 범위에 대한 세계적인 협력과 공감대의 형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와 함께 이미 범죄자와 테러범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다크웹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라 이미 인터넷상에서 문제가 되는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범죄도 가까운 미래에 사회 이슈로 부각될 것이다. 아직은 유명인의 얼굴을 합성한 포르노 영상물 제작 등에 그치고 있지만 향후 딥페이크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자신의 배우자, 자녀, 부모로부터의 전화통화 또는 영상통화를 가장한 피싱 범죄가 등장할 수도 있다. 일례로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미디어 합성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Lyrebird는 아주 적은 분량의 음성 녹음 파일을 이용해서 해당 개인의 목소리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이용한다면 지금까지는 메신저에서 지인을 사칭하던 것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 친구의 목소리로 피싱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있다.
 
기술의 발전은 늘 양날의 칼과 같은 면을 지녀왔다.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킨 기술은 한편으로 범죄나 전쟁의 도구로도 치명적인 역할을 해 왔다. 그렇기에 디지털 혁신을 대함에 있어 긍정적인 면만 볼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면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이번 악랄한 범죄 사례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디지털 범죄 대응을 본격적으로 대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필자는 이번 집단 성착취 범죄에 가담한 모든 가해자를 엄벌에 처하는 것 역시 미래의 디지털 범죄 대응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제조업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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