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PC 사업을 포기하고 PC 사업부를 레노버에 넘겼던 지난 2005년, 수많은 씽크패드 마니아들은 탄식했다. ‘명품’으로 손꼽히던 씽크패드 노트북을 포함해 ‘IBM 호환 PC’가 더 이상 IBM 브랜드로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인수를 단행한 레노버는 ‘중국’ 기업이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바뀌었다. 레노버는 지난 해 4분기 델을 제치고 PC 시장 2위로 올라섰다. 컴팩과의 합병을 통해 단숨에 1위로 올라선 HP의 뒤를 잇는 자리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에는 1위 등극이 확실하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PC로 영화를 누렸던 IT 대기업들이 PC 사업 지속 여부를 두고 고민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야말로 나홀로 질주하는 형국이다. 한국 레노버의 박치만 대표를 만났다.
1위는 확실, 관건은 유지
“여러 시장 자료들, 성장 속도를 감안할 때 글로벌 PC 시장 1위 달성은 확실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회사 내부적으로 ‘1위가 된 후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1위를 유지하는 것에도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지난 2007년 레노버에 합류했을 때만 해도 전사 차원의 명확한 전략이 없었지만, 아니 있기는 했어도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방어와 공격 분야를 명확히 하고 여기에 맞는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른바 ‘Protect & Attack’ 전략이다.
“PC 분야는 계륵이라는 생각을 다른 기업들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레노버는 PC로 이익이 창출되는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은 방어, 신흥 시장은 공격, 성숙 시장은 방어, 소비자 시장은 공격, 커머셜 시장은 방어 등으로 분화해 각각에 맞는 전략을 전개함으로써 이익을 내는 동시에 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는 차세대 컴퓨팅 및 컨버전스 분야(Mobile Internet & Digital Home Group, MIDH)에는 특히 공격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지니어링 R&D 예산만 3억 달러, 910명의 엔지니어진을 구축해 태블릿, 스마트폰, 스마트 TV 분야의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 중국 시장에서는 태블릿이 이미 2위, 스마트폰은 4위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무엇보다 레노버의 미래를 믿는 이유는 새로운 문화(Lenovo Way)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양과 서양, 속도와 유연성을 아우르는 독특한 문화를 체감한 후 레노버의 가능성을 믿게 됐습니다.”
박 대표는 레노버의 문화와 관련, 회사의 폴리센트릭 성격에 대해 말을 이어 나갔다. 그에 따르면 레노버는 본사 소재지의 개념이 없다. 이를테면 마케팅은 인도, 디자인은 파리, R&D는 미국, 중국, 일본에 각각 소재하고 있다. “본사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전부 다 본사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국가와 문화에 맞춰 다양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고 인력에 대한 벽이 없습니다. 이러한 문화와 인력이 레노버의 진정한 힘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