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1

칼럼 | 아날로그의 부활?

정철환 | CIO KR
에디슨이 1877년 소리를 진동으로 바꾸어 실린더에 기록하는 축음기를 발명한 이후 음악은 음악가가 연주하는 장소에서 연주 순간에만 들을 수 있는 찰나의 예술에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가장 친숙한 예술 분야가 되었다. 그러나 초기 음반은 한 장에 기록할 수 있는 음악의 연주 시간이 고작 3~4분밖에 되지 않아 클래식 음악과 같이 긴 연주를 음반에 담으려면 여러 장의 음반이 필요했고 그 여러 장의 음반을 마치 책처럼 생긴 보관함에 넣어 판매했다. 음반을 다른 말로 앨범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그러다가 1948년 등장한 지름 30 Cm의 둥그런 플라스틱 원반이 1분당 33과 1/3회전을 하면서 한 시간이 넘는 음악을 한 장의 음반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되자 음반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 음반을 LP(long play)음반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리고 약 10년 뒤 RCA가 오늘날 음악 녹음의 기준이 되는 스테레오 녹음을 담은 음반을 세상에 내어놓으며 이후 음반 산업은 영화와 함께 주요 산업으로 성장하였다. 이 LP 음반의 전성기는 그 이후 30년 가까이 이어졌다.

그러나 음악 녹음 스튜디오에서 처음 도입된 뒤 점차 발전하던 디지털 리코딩 기술이 일반인을 위한 음반에 적용하기 위해 당시 주요 전자제품 생산 기업이었던 소니와 필립스가 함께 공동으로 연구한 CD(compact disc)가 1981년 독일에서 처음으로 생산, 판매되기 시작하였고 1986년에 CD의 판매액이 LP의 판매액을 넘어서게 되면서 오랜 역사를 가진 아날로그 기록 방식의 LP 음반의 전성기가 서서히 저물어가게 된다.

이후 CD는 음악 감상의 주요 미디어가 되었으며 CD의 등장 이후 음반 산업도 동시에 크게 성장한다. 특히 기존의 LP에 비해 재생이 간편하며 잡음이 없고 재생을 위한 오디오도 LP 음반에 비해 훨씬  더 싸게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음악 애호가의 범위를 더욱더 넓히게 되었다. 그렇게 1990년대 중반까지 CD는 음악 감상에 핵심 미디어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로 아날로그 기술을 밀어냈던 CD에게 1995년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게 된다. 당시 유럽에서 음악 신호의 청감 특성을 감안한 압축 방식을 연구하던 연구자들이 새로운 손실압축 기술을 디지털 음악의 압축에 사용하여 mp3라는 포맷의 파일을 발표한다. CD가 등장하던 1981년에 CD 한 장이 가진 640MB의 디지털 용량은 어마어마한 용량이었기에 1980년뿐만이 아니라 1990년대 중반까지도 CD 한 장의 음악을 PC에 저장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다. 

하지만 mp3 형식의 등장으로 당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 CD의 음악을 압축하여 저장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아지게 되자 mp3 형식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물론 CD 음악의 무단 복제, 배포용이었다. 여기에 전화선을 이용한 가정용 데이터 네트워크 기술로 기존 모뎀 방식보다 훨씬 빠른  DSL (Digital Subscriber Line) 기술이 보급되면서 mp3는 인터넷 세상에서 날개를 달게 된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을 배경하에서 1999년 6월 냅스터(Napster)의 등장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후 음반 회사와의 치열한 법정 공방, 그리고 냅스터가 몰락하게 되었으나 영영 CD음반의 전성기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이후 지속해서 판매량이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 그리고 음악 시장은 인터넷을 이용한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가 주요 미디어가 되었다. 음반이 등장하기 이전의 음악이라는 예술은 무형의 눈에 보이지 않는 연주자가 연주하는 동안만 공기 중에 존재하는 찰나의 예술이었다.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가 대세가 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음악이 다시 무형의 눈에 보이지 않는 스트리밍 되는 동안만 공기 중에 존재하는 찰나의 예술이 되었다.

그런데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미디어의 형태로 소유하고 싶은 인간의 욕심 때문일까? 아니면 디지털 음악의 편리함과 간편함에 싫증을 느낀 일부 사람들의 취향 때문인지 2000년대 이후 조금씩 일부 매니아 사이에 LP 레코드 구매 및 감상이 늘어나더니 급기야 2019년 중반 미국 음반 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1986년 CD에 추월당한 LP 음반의 판매가 30년 이상이 흐른 2019년에 다시 CD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참조: http://www.riaa.com/wp-content/uploads/2019/09/Mid-Year-2019-RIAA-Music-Revenues-Report.pdf )

디지털 기술의 편리함으로 아날로그 기술을 압도했던 CD가 같은 디지털 기술인 mp3와 인터넷 스트리밍에 밀려 쇠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구식 아날로그 기술의 LP 음반이 다시 CD 판매를 앞지르게 된 이 상황을 아날로그의 부활이라고 단정짓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기술의 역사에서 이렇게 확실하게 밀려났던 기술이 다시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복귀하는 사례는 찾기 힘든 특이한 사례인 것은 분명하다.

영상 분야가 아날로그 기술인 VHS 비디오테이프에서 하이브리드 방식인 레이저디스크를 거쳐 순수 디지털 기술인 DVD, 그리고 고화질의 블루 레이 방식으로 발전하고 한편으로는 음악과 같이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가 일반화된 후 4K의 화질까지 발전한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아날로그 영상 기술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음악이 가지는 특성, 사람에게 전하는 가치가 영상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는 듯하다.
 
LP 음반의 부활 때문일까? 최근 필자가 중고등학교 시절 가장 많이 사랑했던 음악 미디어인 카세트테이프의 부활 소식이 간간히 들린다. 인디 밴드나 일부 음반사에서 카세트테이프에 음악을 담아 새롭게 출시하고 있다. LP 음반의 CD 판매량 추월에 이어 카세트테이프의 재등장까지... 이번 주말엔 집에 묵혀 두었던 턴테이블과 카세트데크의 먼지를 털어야겠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제조업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2019.10.01

칼럼 | 아날로그의 부활?

정철환 | CIO KR
에디슨이 1877년 소리를 진동으로 바꾸어 실린더에 기록하는 축음기를 발명한 이후 음악은 음악가가 연주하는 장소에서 연주 순간에만 들을 수 있는 찰나의 예술에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가장 친숙한 예술 분야가 되었다. 그러나 초기 음반은 한 장에 기록할 수 있는 음악의 연주 시간이 고작 3~4분밖에 되지 않아 클래식 음악과 같이 긴 연주를 음반에 담으려면 여러 장의 음반이 필요했고 그 여러 장의 음반을 마치 책처럼 생긴 보관함에 넣어 판매했다. 음반을 다른 말로 앨범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그러다가 1948년 등장한 지름 30 Cm의 둥그런 플라스틱 원반이 1분당 33과 1/3회전을 하면서 한 시간이 넘는 음악을 한 장의 음반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되자 음반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 음반을 LP(long play)음반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리고 약 10년 뒤 RCA가 오늘날 음악 녹음의 기준이 되는 스테레오 녹음을 담은 음반을 세상에 내어놓으며 이후 음반 산업은 영화와 함께 주요 산업으로 성장하였다. 이 LP 음반의 전성기는 그 이후 30년 가까이 이어졌다.

그러나 음악 녹음 스튜디오에서 처음 도입된 뒤 점차 발전하던 디지털 리코딩 기술이 일반인을 위한 음반에 적용하기 위해 당시 주요 전자제품 생산 기업이었던 소니와 필립스가 함께 공동으로 연구한 CD(compact disc)가 1981년 독일에서 처음으로 생산, 판매되기 시작하였고 1986년에 CD의 판매액이 LP의 판매액을 넘어서게 되면서 오랜 역사를 가진 아날로그 기록 방식의 LP 음반의 전성기가 서서히 저물어가게 된다.

이후 CD는 음악 감상의 주요 미디어가 되었으며 CD의 등장 이후 음반 산업도 동시에 크게 성장한다. 특히 기존의 LP에 비해 재생이 간편하며 잡음이 없고 재생을 위한 오디오도 LP 음반에 비해 훨씬  더 싸게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음악 애호가의 범위를 더욱더 넓히게 되었다. 그렇게 1990년대 중반까지 CD는 음악 감상에 핵심 미디어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로 아날로그 기술을 밀어냈던 CD에게 1995년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게 된다. 당시 유럽에서 음악 신호의 청감 특성을 감안한 압축 방식을 연구하던 연구자들이 새로운 손실압축 기술을 디지털 음악의 압축에 사용하여 mp3라는 포맷의 파일을 발표한다. CD가 등장하던 1981년에 CD 한 장이 가진 640MB의 디지털 용량은 어마어마한 용량이었기에 1980년뿐만이 아니라 1990년대 중반까지도 CD 한 장의 음악을 PC에 저장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다. 

하지만 mp3 형식의 등장으로 당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 CD의 음악을 압축하여 저장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아지게 되자 mp3 형식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물론 CD 음악의 무단 복제, 배포용이었다. 여기에 전화선을 이용한 가정용 데이터 네트워크 기술로 기존 모뎀 방식보다 훨씬 빠른  DSL (Digital Subscriber Line) 기술이 보급되면서 mp3는 인터넷 세상에서 날개를 달게 된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을 배경하에서 1999년 6월 냅스터(Napster)의 등장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후 음반 회사와의 치열한 법정 공방, 그리고 냅스터가 몰락하게 되었으나 영영 CD음반의 전성기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이후 지속해서 판매량이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 그리고 음악 시장은 인터넷을 이용한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가 주요 미디어가 되었다. 음반이 등장하기 이전의 음악이라는 예술은 무형의 눈에 보이지 않는 연주자가 연주하는 동안만 공기 중에 존재하는 찰나의 예술이었다.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가 대세가 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음악이 다시 무형의 눈에 보이지 않는 스트리밍 되는 동안만 공기 중에 존재하는 찰나의 예술이 되었다.

그런데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미디어의 형태로 소유하고 싶은 인간의 욕심 때문일까? 아니면 디지털 음악의 편리함과 간편함에 싫증을 느낀 일부 사람들의 취향 때문인지 2000년대 이후 조금씩 일부 매니아 사이에 LP 레코드 구매 및 감상이 늘어나더니 급기야 2019년 중반 미국 음반 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1986년 CD에 추월당한 LP 음반의 판매가 30년 이상이 흐른 2019년에 다시 CD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참조: http://www.riaa.com/wp-content/uploads/2019/09/Mid-Year-2019-RIAA-Music-Revenues-Report.pdf )

디지털 기술의 편리함으로 아날로그 기술을 압도했던 CD가 같은 디지털 기술인 mp3와 인터넷 스트리밍에 밀려 쇠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구식 아날로그 기술의 LP 음반이 다시 CD 판매를 앞지르게 된 이 상황을 아날로그의 부활이라고 단정짓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기술의 역사에서 이렇게 확실하게 밀려났던 기술이 다시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복귀하는 사례는 찾기 힘든 특이한 사례인 것은 분명하다.

영상 분야가 아날로그 기술인 VHS 비디오테이프에서 하이브리드 방식인 레이저디스크를 거쳐 순수 디지털 기술인 DVD, 그리고 고화질의 블루 레이 방식으로 발전하고 한편으로는 음악과 같이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가 일반화된 후 4K의 화질까지 발전한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아날로그 영상 기술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음악이 가지는 특성, 사람에게 전하는 가치가 영상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는 듯하다.
 
LP 음반의 부활 때문일까? 최근 필자가 중고등학교 시절 가장 많이 사랑했던 음악 미디어인 카세트테이프의 부활 소식이 간간히 들린다. 인디 밴드나 일부 음반사에서 카세트테이프에 음악을 담아 새롭게 출시하고 있다. LP 음반의 CD 판매량 추월에 이어 카세트테이프의 재등장까지... 이번 주말엔 집에 묵혀 두었던 턴테이블과 카세트데크의 먼지를 털어야겠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제조업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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