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01

칼럼 | RPA 는 정말 미래의 기술인가 아니면 신조어에 불과한 것인가?

정철환 | CIO KR
산업혁명 이후 사람의 노동력에 의존하던 제조업에서 생산 라인에 자동화 설비 도입을 두고 유용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장 자동화로부터 시작한 자동화 설비는 산업용 로봇으로 발전하면서 생산의 혁신을 가져왔다. 자동차 산업에서 전자산업, 그리고 각종 소비재 산업에 이르기까지 생산설비의 자동화를 도입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으며 첨단 로봇 시스템으로까지 발전했다. 제조 산업에서 자동화와 로봇은 이제 필수 기술이 되었다.

BPA라는 용어가 있다. Business Process Automation의 약어로 업무 절차 자동화로 번역할 수 있겠다. 그리고 사무 자동화(OA, Office Automation)라는 오래된 용어가 있다. 어쩌면 경력이 짧은 IT 관련자들은 들어본 적도 없는 용어일 수도 있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무 자동화라는 용어가 BPA가 의미하는 것과 많이 다를까? IT가 기업의 업무에 도입되던 초창기부터 목표는 사무 자동화였다. 그리고 ERP를 비롯하여 다양한 IT 시스템이 구현된 핵심 목표 역시 업무 프로세스의 시스템 구현을 통한 자동화를 포함하고 있다.

최근 RPA가 소프트웨어 및 IT 기업에서 미래의 솔루션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RPA, Robotic Process Automation은 용어에서 앞서 이야기한 제조산업의 생산 자동화 또는 로봇 시스템을 연상시킨다. 제조업에서 기존 사람의 노동력에 의존하던 수많은 업무를 자동화 설비 및 로봇을 도입하여 무인 공장화했듯이 사무직 업무에 대해서도 소프트웨어 로봇을 도입하여 많은 업무를 자동화하여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인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솔루션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전적 의미로 RPA는 단순 반복적으로 컴퓨터상에서 이루어지는 조작에 대해 이를 소프트웨어 로봇이 자동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원래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프로그램으로 자동으로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RPA는 별도의 프로그램 개발이 없이 기존 시스템의 GUI와 입출력을 기반으로 마치 사람이 조작하듯이 반복적 조작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다. 비록 똑같지는 않지만 아주 오래된, 그러나 꽤 유용하게 써먹었던 컴퓨터의 기능 중 매크로 기능 또는 배치파일, 쉘 스크립트 등의 기능이 연상된다.

얼마 전 한 업체에서 주관한 RPA 관련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발표된 업체의 사례 중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 프로세스를 예로 들며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던 서류 심사 및 평가에 RPA를 도입하여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런데 과연 그런 업무를 RPA를 도입하여 기존 프로그램의 UI를 통한 자동화를 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이미 금융권뿐만이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정보시스템을 도입할 때 BPR 및 PI등을 통해 자동화할 프로세스를 선정하고 이를 시스템으로 개발하여 사람의 관여 없이 자동으로 처리되도록 구현했다. 이 방법보다 RPA를 적용하면 더 좋은 점이 무엇인가?

단순한 UI 반복 조작의 자동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로봇(?)만으로는 기존의 시스템 개선 이상의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해당 부분을 반영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RPA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이 많지만 현실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IT 업체들은 RPA에 인공지능 개념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즉 단순 반복적인 업무의 자동화가 아닌 인공지능을 도입한 소프트웨어 로봇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능적 자동화(Intelligent Automation) 또는 인지 자동화(Cognitive Automation)라고 업체에서는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실체가 뚜렷하지 않다. 사실 너무 나갔다. 오늘날 소위 우리가 인공지능이라고 부르는 것은 협의의 인공지능(narrow AI, weak AI)이다. 즉 게임이나 운전, 사물인식, 자연어 처리 등 아주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영역의 지적 활동을 대상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딥러닝 기법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에 국한된 것이다. 그런데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의 수행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이란 말인가? 다양한 업무 수행과 관련된 지적 판단을 구현한다는 의미인가? 소위 말하는 일반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strong AI)을 적용한다는 뜻인가? 참석했던 세미나의 발표자는 이에 대한 사례를 들었지만 그건 이미 오늘날 인공지능 구현의 방법으로는 적합하다고 평가받지 못하는 규칙 기반의 전문가 시스템 구현 사례였다. 그리고 그런 사례는 이미 1990년대부터 정보시스템의 기본적인 구현 기능으로 도입되어 여러 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우리는 작업자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완전 무인 공장을 방문하면 놀라움을 느낀다. 그리고 로봇 자동화 설비가 가져온 제조산업의 모습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RPA에서 로봇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라면 이해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RPA가 사무실의 모습을 무인 공장과 같이 만들 수는 없다. 그리고 이미 정보시스템은 오늘날 가능한 수준의 프로세스 자동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지금의 제조업과 같은 수준으로 사무실의 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는 날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의 어느 날이 될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이 RPA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너그러운 이해를 구한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2019.04.01

칼럼 | RPA 는 정말 미래의 기술인가 아니면 신조어에 불과한 것인가?

정철환 | CIO KR
산업혁명 이후 사람의 노동력에 의존하던 제조업에서 생산 라인에 자동화 설비 도입을 두고 유용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장 자동화로부터 시작한 자동화 설비는 산업용 로봇으로 발전하면서 생산의 혁신을 가져왔다. 자동차 산업에서 전자산업, 그리고 각종 소비재 산업에 이르기까지 생산설비의 자동화를 도입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으며 첨단 로봇 시스템으로까지 발전했다. 제조 산업에서 자동화와 로봇은 이제 필수 기술이 되었다.

BPA라는 용어가 있다. Business Process Automation의 약어로 업무 절차 자동화로 번역할 수 있겠다. 그리고 사무 자동화(OA, Office Automation)라는 오래된 용어가 있다. 어쩌면 경력이 짧은 IT 관련자들은 들어본 적도 없는 용어일 수도 있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무 자동화라는 용어가 BPA가 의미하는 것과 많이 다를까? IT가 기업의 업무에 도입되던 초창기부터 목표는 사무 자동화였다. 그리고 ERP를 비롯하여 다양한 IT 시스템이 구현된 핵심 목표 역시 업무 프로세스의 시스템 구현을 통한 자동화를 포함하고 있다.

최근 RPA가 소프트웨어 및 IT 기업에서 미래의 솔루션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RPA, Robotic Process Automation은 용어에서 앞서 이야기한 제조산업의 생산 자동화 또는 로봇 시스템을 연상시킨다. 제조업에서 기존 사람의 노동력에 의존하던 수많은 업무를 자동화 설비 및 로봇을 도입하여 무인 공장화했듯이 사무직 업무에 대해서도 소프트웨어 로봇을 도입하여 많은 업무를 자동화하여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인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솔루션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전적 의미로 RPA는 단순 반복적으로 컴퓨터상에서 이루어지는 조작에 대해 이를 소프트웨어 로봇이 자동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원래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프로그램으로 자동으로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RPA는 별도의 프로그램 개발이 없이 기존 시스템의 GUI와 입출력을 기반으로 마치 사람이 조작하듯이 반복적 조작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다. 비록 똑같지는 않지만 아주 오래된, 그러나 꽤 유용하게 써먹었던 컴퓨터의 기능 중 매크로 기능 또는 배치파일, 쉘 스크립트 등의 기능이 연상된다.

얼마 전 한 업체에서 주관한 RPA 관련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발표된 업체의 사례 중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 프로세스를 예로 들며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던 서류 심사 및 평가에 RPA를 도입하여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런데 과연 그런 업무를 RPA를 도입하여 기존 프로그램의 UI를 통한 자동화를 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이미 금융권뿐만이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정보시스템을 도입할 때 BPR 및 PI등을 통해 자동화할 프로세스를 선정하고 이를 시스템으로 개발하여 사람의 관여 없이 자동으로 처리되도록 구현했다. 이 방법보다 RPA를 적용하면 더 좋은 점이 무엇인가?

단순한 UI 반복 조작의 자동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로봇(?)만으로는 기존의 시스템 개선 이상의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해당 부분을 반영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RPA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이 많지만 현실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IT 업체들은 RPA에 인공지능 개념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즉 단순 반복적인 업무의 자동화가 아닌 인공지능을 도입한 소프트웨어 로봇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능적 자동화(Intelligent Automation) 또는 인지 자동화(Cognitive Automation)라고 업체에서는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실체가 뚜렷하지 않다. 사실 너무 나갔다. 오늘날 소위 우리가 인공지능이라고 부르는 것은 협의의 인공지능(narrow AI, weak AI)이다. 즉 게임이나 운전, 사물인식, 자연어 처리 등 아주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영역의 지적 활동을 대상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딥러닝 기법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에 국한된 것이다. 그런데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의 수행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이란 말인가? 다양한 업무 수행과 관련된 지적 판단을 구현한다는 의미인가? 소위 말하는 일반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strong AI)을 적용한다는 뜻인가? 참석했던 세미나의 발표자는 이에 대한 사례를 들었지만 그건 이미 오늘날 인공지능 구현의 방법으로는 적합하다고 평가받지 못하는 규칙 기반의 전문가 시스템 구현 사례였다. 그리고 그런 사례는 이미 1990년대부터 정보시스템의 기본적인 구현 기능으로 도입되어 여러 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우리는 작업자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완전 무인 공장을 방문하면 놀라움을 느낀다. 그리고 로봇 자동화 설비가 가져온 제조산업의 모습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RPA에서 로봇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라면 이해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RPA가 사무실의 모습을 무인 공장과 같이 만들 수는 없다. 그리고 이미 정보시스템은 오늘날 가능한 수준의 프로세스 자동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지금의 제조업과 같은 수준으로 사무실의 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는 날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의 어느 날이 될 것 같다.

이런 생각들이 RPA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오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너그러운 이해를 구한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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