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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데이터 코딩' 아니다, 해법은 '데이터 넛지'

2020.08.28 박예신  |  CIO KR
최근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를 맥락에 맞게 읽고 쓰고 구성원과 소통하는 역량이 빅데이터 시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트너는 데이터 리터러시를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갖춰야 할 제2의 외국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특히 데이터 리터러시는 기업들이 추진 중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하 DT)과 맞물려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학생부터 직장인들까지 전공, 직급, 직무를 막론하고 데이터 관련 과목이나 스킬을 배우려는 이유다. 

그런데 한국의 데이터 교육 수요는 유독 R이나 파이썬 학습에 쏠려 있는 모양새다. 코드를 몇 줄이라도 작성할 줄 알면 언젠가 데이터 분석에 써먹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빚어낸 현상이다. 덕분에 컴퓨터 학원과 인터넷 강의업체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띵킹파트너닷프로 강양석 대표는 이를 “심각한 오해와 목적 의식의 부재로 인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데이터 리터러시의 개념이 제대로 무르익지 않은 탓에 데이터 학습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 그는 데이터를 맥락에 맞춰 읽고, 해석하고, 표현하고, 소통하고, 설득하는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을 기반으로 문제해결 연습을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띵킹파트너닷프로는 개인간 컨설팅 플랫폼이다.

DT 시대의 필수 역량으로 자리잡고 있는 데이터 리터러시. 왜 필요하며 어떻게 학습해야 경쟁력이 될 수 있을까? 국내 주요 대기업 임직원들의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을 맡고 있는 강양석 대표를 만나 데이터 리터러시 학습의 올바른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데이터, 목적의식부터 명확히 하라
“사람들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데이터 프라블럼 솔버(Data Problem Solver)를 구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데이터의 양이 늘어나고 데이터의 중요성이 증가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지향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럴 수도 없습니다. 실제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도 전체 업무 시간의 6~70% 이상은 데이터 전처리를 하는 데 쓰고 나머지 2~30% 정도를 분석하는 데 씁니다. 모든 사람이 데이터 분석이나 툴 개발에 목을 맬 필요가 없는 것이죠. 대다수 사람들에겐 데이터 리터러시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이 훨씬 중요합니다."
 
강 대표는 현업에서 오랜 기간 데이터와 씨름하며 위와 같은 결론을 얻었다. 그는 딜로이트 컨설팅에서 전략 컨설턴트로 10년간 일하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사를 분석하고 설득하는 일을 했다. 이후 인프라웨어 최고전략책임자와 셀바스그룹의 최고운영책임자로 재직하면서, 올바른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이 각종 난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라는 걸 체감했다.

하지만 주요 대기업에 출강을 나갔을 때 수많은 임직원들이 정작 현업에선 쓰지도 않을 코딩을 배우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걸 보고 놀랐다고 그는 전했다. 데이터를 전략자원 삼아 문제를 해결해본 경험이 부재한 데서 빚어진 기현상이었다. 

“목적 의식이 부재하면 데이터 학습법의 방향성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됩니다. 막연히 코딩을 배워두는 것은 그리 유효하지 않습니다. 작은 문제에서 시작해 사이즈를 점차 늘려가며 데이터로 문제를 해결해 보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쌓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그게 바로 데이터 시대 속에서 기업이 혁신을 이룰 수 있는 방법입니다."

강 대표에 따르면 데이터는 특정 전문가나 고위 의사결정자들의 전유물이 아니어야 한다. 신입사원부터 최고의사결정자들까지 모두 다 데이터 리터러시를 기반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상호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기업의 잠재력과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조직은 데이터 프라블럼 솔버들을 튼튼하게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데이터 자체에서) 가치가 도출된다기보다는 그걸 기반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내는 솔버들에 의해 가치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코딩 지식보다 도메인 날리지(Domain knowledge), 강력한 사고력, 문제 해결역량을 바탕으로 직무 곳곳에 숨어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솔버가 조직 내 90%가 되어야 합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10%만 되어도 충분합니다. 이런 콘셉트를 정확히 잡지 않으면 데이터 교육이 툴 중심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강 대표는 이 지점에서 다시 한번 데이터 리터러시를 강조했다. 조직 내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데이터 프라블럼 솔버가 맡는 역할과 비율은 다를지라도, 모든 사람들이 데이터 리터러시를 통해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 그에 따르면 가트너, 와튼 스쿨, OECD 같은 곳은 몇 해 전부터 데이터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DT 시대에는 데이터를 맥락에 맞게 읽고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역량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데이터, 표준과 특이점을 캐치하고 많은 가설을 세워서 접근하라
그렇다면 문제 해결을 위해선 데이터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강양석 대표는 해외문헌과 필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16개의 데이터 리터러시 프레임워크를 만든 바 있다. 그는 그중에서 한 가지를 제시했다. '데이터에서 표준과 특이점을 포착하고 가설을 설계하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거였다. 강 대표는 한 미국 은행 콜센터의 고객응대 통화시간 그래프를 사례로 들어 설명을 이어 나갔다. 
 
Y축은 통화시간별 상담 빈도, X축은 통화시간을 나타낸다 ⓒStatistical Persuation

“위 그래프는 콜센터 상담원의 통화시간별 상담 빈도를 늘어놓은 데이터입니다. 여기서 무엇을 표준으로 볼 것인지가 핵심입니다. 그래프의 좌측에서 우측으로 갈수록 상담건수당 통화시간이 길어지는 게 정상(표준)이라 하더라도 0~10초 부근에서 상담빈도가 너무 두드러지지 않나요? 표준값에 대비해 튀는 데이터(특이점)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특이점을 캐치한 다음에는 가설들을 펼쳐봐야 합니다. 예컨대 콜센터 번호와 중국집 전화번호를 헷갈린 사람들이 걸어온 전화라거나 아니면 그냥 잘못 누른 전화일 것이라고 가설을 세워보는 겁니다. 각종 상상력을 발휘해가며 가설을 세우면서 데이터를 계속 가지고 노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강 대표에 따르면 위 그래프에서 특이점이 나타는 이유는 평균 고객 응대 소요시간을 바탕으로 콜센터 직원의 성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이었다. 통화 시간이 길고 상담건수가 적으면 실적을 낮게 측정하는 시스템 탓에 상담원들이 상담 건수를 채우기 위해 전화를 받자마자 끊는 꼼수를 사용한 것. 강 대표는 데이터에서 표준과 특이점을 캐치하고 가설을 세우는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 없이는 이런 문제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달리 말해 특이점만 잘 포착하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Y축은 소비자의 체감 가격만족도를 의미하며 X축은 경쟁사 대비 상품의 실제 가격 수준을 나타낸다. 두 점을 연결한 선들은 리테일 기업들이 온라인 산업에 진출하기 전과 후를 의미한다.  ⓒManagement Consulting Prep

“위의 데이터도 비슷합니다. 만약 DT를 시도하려는 한국의 한 리테일 기업 의사결정자가 벤치마킹할 기업을 찾다가 위 데이터를 발견했다고 합시다. 아마 대부분은 아마존을 지목할 겁니다. 가격은 비싼데 고객들의 체감 가격만족도는 높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특이점은 DT를 시도한 기업들의 만족도가 하나같이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운송비가 많이 들다 보니 미국은 한국과 달리 온라인이 더 비쌉니다."

한국의 일반적인 온라인 시장가격이 오프라인에 비해 저렴하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어야 위 그래프로부터 특이점을 포착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어 강양석 대표는 기업들의 DT 전후를 이은 선의 기울기를 고려한다면 메이시스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DT를 시행하기 전후 가격 인지도의 낙폭이 완만할 뿐 아니라, 실제 가격 지수도 높아 마진율을 높게 가져갈 수 있다는 것.

그는 이런 발견을 하기 위해선 늘 데이터의 특이점을 보고 가설을 세워 구성원들과 견주어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연습이 쌓이면서 통찰이 생기고 데이터 기반의 문제 해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강양석 대표

“가설을 세울 때는 좋은 가설보다 많은 가설을 세우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예컨대 직원들끼리 데이터를 보며 그럴싸한 가설을 내놓고 계속 비교 검증을 하는 겁니다. 일종의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인 셈이죠. 결정론적 사고로 하나의 계획이나 최적화된 접근법을 상정하지 말고 계속 답을 더듬듯이 찾아가는 게 핵심입니다. 이를 경영학적으로는 애자일, 경제학적으로는 한계적 사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넛지'처럼 사용하는 것이 미래경영체계의 핵심
그는 데이터에 대한 이런 접근법과 사고방식이 기업 내 모든 층위의 구성원들에게 퍼져 데이터 민주주의가 조직에 자리잡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데이터를 소품이나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듯이 다룰 수 있어야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호 소통하는 문화가 기업 내부에 넓게 퍼질 수 있다는 것. 강 대표는 데이터 리터러시가 조직 내 정착되면 윗사람들이 개인의 직관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문화가 사라져 조직의 수평화, 의사결정의 적중도, 마켓 퍼포먼스를 챙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와튼스쿨과 영국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이 2018년에 발표한 공동 연구에 따르면 강력한 데이터 리터러시를 갖춘 기업은 5% 이상 기업 가치가 높습니다. 사실 서구권 기업들은 이미 데이터를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기업 문화의 축으로 보고 있습니다.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이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구성원들의 반발심을 줄이고 몰입도를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기 때문이죠."

연차에 상관없이 누구나 데이터 리터러시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게 해준다면 결과적으로 모두가 일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일방적인 지시와 명령은 직원의 저항감을 초래하지만, 데이터를 가지고 자유롭게 이야기하게 해주면 직원의 자발성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어 그는 기업들이 데이터를 '넛지'(Nudge)처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터로 직원들의 업무적 호기심은 자극하고 반발심은 줄이며 넌지시 설득하는 문화가 있어야 데이터 시대에 기업이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넛지처럼 사용하는 것이 미래경영체계의 핵심입니다.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 미국 유명 기업들의 핵심경영 원리이자 혁신의 비결입니다. 조직이 데이터 기반의 의견을 기꺼이 수용해 좋은 프로덕트와 파이낸스 퍼포먼스를 만들어내면 새로운 투자 재원이 생기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구성원들은 스스로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세우게 되고 회사는 올바른 선택을 통해 가치 창출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구글이나 아마존이 계속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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