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27

인터뷰 | 한땀한땀 ‘스케일업’의 가치, 부산은행 한정욱 부행장

Brian Cheon | CIO KR
2017년 10월 BNK 부산은행은 업계의 이목을 끄는 이례적인 인사 조치를 발표했다. 디지털 금융을 선도하기 위해 40대의 외부 인사를 부행장으로 영입했던 것. 디지털 금융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히던 한정욱 부행장이 그 주인공이다. 은행 업계의 보수적인 문화를 감안하면 실로 파격적인 인사였다. 

한정욱 부산은행 D-IT 그룹 그룹장은 그간의 경력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인물이다. IBM 코리아에 입사한 이후 A.T 커니, 현대카드, 언스트앤영(EY US), 다시 IBM 코리아를 거쳐 부산은행에 둥지를 틀었다. IT 벤더, 컨설팅, 현업 분야를 골고루, 나아가 반복적으로 거친 셈이다. 폭넓은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는 더하다. 전통적인 금융 컨설팅에 더해 현대카드에서 모바일, 온라인, 디지털 비즈니스, UX, 브랜딩에서 소셜 커뮤니케이션에 이르는 업무를 담당했으며 IBM 코리아에서는 블록체인과 인공지능까지 아울렀다. 단 여러 회사를 거치면서도 ‘디지털 금융’이라는 핵심 분야만큼은 그대로였다.
    
조언자와 실행자로서의 경력을 모두 가진 그의 시각이 궁금했다. 그는 기업의 IT 부문에 대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대해, 나아가 ‘일하는 법’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부임 1년 반여를 맞은 한정욱 부행장을 부산은행 본사에서 만났다. 

스케일업에 주력한 한 해
“작은 개선 노력이 쌓고 쌓이면 변곡점에 이르렀을 때 완전히 새롭고 의미 있는 서비스로 업그레이드 됩니다. 그런 경험을 성공적으로 가져낸 은행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정욱 그룹장이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그리 많이 언급한 단어는 ‘스케일업’이었다. 그는 부산은행에 합류한 이후 진행한 과제에 대해 언급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와 부산은행의 인연은 모바일 뱅킹 서비스인 ‘썸뱅크’(https://www.sumbank.co.kr) 개편 및 업그레이드 작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여러 좋은 아이디어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케일업(scale up) 과정을 거쳐 제대로 서비스화, 상품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른 금융권 기업을 컨설팅하면서도 느꼈던 점입니다. 제 역할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합류 이후 작년에는 기존에 있었던 것들을 새로운 시각을 더해서 스케일업하는 업무를 주로 했습니다.”

한 그룹장은 언급한 ‘스케일업’ 사례는 다양했다. 먼저 STM(smart tele machine)이 있다. 은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ATM이지만 좀더 다재다능한 스마트 버전에 해당된다. 영업점 디지털화 전략의 일환으로써 텔러 업무의 70~80%를 내방객이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기기다. 

“화면이 훨씬 크고 하드웨어가 아주 우수합니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일반 ATM과 같이 그저 돈 뽑는 기계로만 쓰고 있었습니다. 이유를 살펴보니 일단 위치가 문제였습니다. 다른 ATM과 함께 있었기에 ‘신형 ATM’으로 인식됐던 겁니다. 또 기존 ATM이 가지고 있던 거래처리 방식이 적용돼 있었습니다. 원하는 업무를 선택하고 매체(카드나 휴대폰)을 넣고 현금을 찾거나 이체하는 단발성 트랜젝션 구조였습니다.”

그는 관점을 달리 적용해 새롭게 오픈했다. 창구 옆 안내데스크 옆으로 위치를 바꾼 한편, 창구를 대신하는 것이라고 내방객들에게 소개했다. 또 생체인식 기능을 넣어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처럼 다양한 거래 업무를 열린 형태로 지원했다. 이제 서서히 사용자들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 그룹장은 소개했다. 

“썸뱅크에 대한 개편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디자인과 콘텐츠, 가입 프로세스 등과 관련해 실제 사용성을 개선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이 밖에 가맹점 수수료 없는 제로페이 개념의 썸패스 또한 베타 서비스를 거쳐 9월에 오픈했습니다. 약 3개월 동안 부산 지역에 2만 여 가맹점을 모집하고 1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디지털 컨시어지라는 콘셉트도 있다. 은행에 방문한 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보통 번호표 발급이다. 그는 은행의 첫 접점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의미가 없는 프로세스라는 판단을 내렸다. 한 그룹장은 이를 키오스크 형태로 개선해 고객을 불러주고 인사하고 기존 거래 내역에 맞춰 응대하는 등의 개인화된 메시지를 전한 뒤 고객 응답에 따라 적절한 데이터를 창구의 직원에게 공유하도록 했다. 

“이 밖에 상담 시스템을 개편했습니다. STT(Speech To Text)를 활용해 콜을 자동으로 분류, 이슈 탐색, 민원 예측을 구현했습니다. 또 지식 관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서 상담원들이 화면 최상단 3개 정도에서 대부분의 작업을 해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소셜 마케팅과 고객 커뮤니케이션 강화 작업도 언급할 수 있습니다.”

한 그룹장은 이를테면 항공권 결제가 있었던 고객에게 ‘모바일에서 환전하면 우대 혜택’을 알리는 식으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했다며 그 결과 썸뱅크 앱의 경우 MAU(Monthly Active User)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과거 창구의 권유로 발생하던 디지털 채널 가입 비율이 이제는 50% 정도가 디지털 채널에서 발생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스케일업 경험이 기업 경쟁력이다”
한 그룹장이 언급한 사례는 사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그런데 듣다보니 패턴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른바 파괴적인 여러 신기술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사용자 입장을 감안한 UX 및 UI 개선, 그리고 축적을 통한 서비스의 질적 업그레이드가 두드러졌다. 기존 서비스에서 부족했던 숨겨진 2%를 찾아내 업그레이드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은행 분야의 IT 프로젝트라는 것이 상당 부분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추진이 결정되면 가능한 부분까지 구현합니다. 상부에 보고하고 미디어에 기사화됩니다. 그리고 관심이 사라집니다. 담당자들은 다시 새로운 무언가를 찾습니다.”

한 그룹장은 초기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오류와 실수를 극복해가며 한땀한땀 스케일업하는 과정을 거쳤는지를 자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민하고 개선하다 보면 처음 생각했던 것과 훨씬 다른 서비스로 변모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러한 경험이 얼마나 있느냐가 은행의 경쟁력을 가르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본다고까지 말했다. 다른 기업은 이미 새로운 것을 찾아 움직이고 있는데 이걸 계속 붙잡고 있어야 하는가라는 심리적 압박감을 견뎌야 한다는 조언도 뒤따랐다. 

한 그룹장에 따르면 작년 스케일업이 가장 많이 이뤄진 서비스는 썸패스다. 그가 합류하기 전에도 외부의 결제 사업자와 제휴해 구현한 간편 결제 서비스가 업계 선도적으로 이뤄져 있었다. 그러나 그는 썸패스가 간편 결제를 넘어 소상공인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육성될 수 있다고 봤다. 당사자 모두에게 입체적이면서도 적지 않은 혜택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없고 고객 과정에서는 결제 과정이 간편하다.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 기반을 넓힐 수 있으며 가맹점들과 대화꺼리가 생긴다. 경남 지역 300만 고객을 확보한 부산은행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할 가능성을 제시하는 서비스였다. 

“남들보다 앞서 구현했다는 점에 만족할 수도 있었겠지만 확보한 데이터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사내 협의를 거쳐 서비스를 재해석하고 의미 있는 서비스임을 다 함께 인식했습니다. 컨센서스가 확보되면서 끊임없이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부산은행은 썸패스의 아키텍처를 근간부터 바꿔야 했다. 외부 결제 사업자가 존재하는 한 수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가맹점을 새롭게 확보해야 하는 문제까지 발생했다. 기성 금융 기업에게 부과되는 각종 까다로운 규제를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저는 그런 과정이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전과 전략을 포착해 공유하고 실행하게 만드는 과정, 실패를 용인하고 오너십을 주는 과정입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문화입니다. 요즘같이 빠르게 변화하고 어디로 향해야할 지 고민해야 하는 환경에서 더욱 요구되는 문화이기도 합니다. 임기 3년에 맞춰 중장기 플랜을 수립하고 5대 핵심 과제를 뽑아 50대 실행과제를 뽑는 식의 톱다운 접근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톱과 바텀을 넘나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벽을 허물고 디테일에의 끈을 유지하라”
그렇다면 그러한 시각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모든 이들이 컨설팅, 벤더, 기업 운영을 넘나드는 경험을 가질 수는 없다. 스스로 ‘운이 좋았다’라고 표현하는 한정욱 그룹장도 두어 차례 왕복한 덕분에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었다고 인정했다. 전략적이면서도 고객 관점을 담보하는 입체적 시각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 그에게 물었다. 

“제가 말해도 되는 부분인지 모르겠지만 느낀 점만 말해보겠습니다. 현업 분들과 이야기할 때면 주어진 역할 내에서 최선을 답을 찾으려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부분 최적화입니다. 내 맡은 바 임무에서 최선을 다하고 성과 이후에는 다른 업무를 찾는 겁니다. 물론 조직 체계가 대부분 그렇게 되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스스로를 가두기보다는 벽을 허물어가며 일할 수 있는 손과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에 더해 관리자 분들에게는 디테일을 좀더 유심히 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고객 접점에서는 디테일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작은 버튼의 차이가 서비스를 성공시킬 수도, 실패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관리자가 되어서도 이런 디테일을 끈을 놓지 말라는 것이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한정욱 그룹장이 컨설팅 분야와 관련해 제시한 권고는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톱다운 전략만 수립해 페이퍼로 정리하면 캐비닛에 들어갈 뿐이라는 지적이다.

“톱다운 페이퍼가 실행 관점으로 떨어지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립니다. 실행 가능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바텀업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톱다운식 전략 수립이 필요한 니즈는 점점 줄고 있습니다. 위아래로 넘나들며 작은 성공을 가지고 엮어서 민첩하게 새로운 것을 시도하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소속 기업은 물론 컨설턴트 개인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정욱 그룹장은 “궁극적으로 좋은 기업 문화가 있으면 성과는 그냥 만들어진다”라고 말했다. 사람을 매니지하기보다는 일을 매니지하면 좋은 기업 문화가 뒷받침하는 한 거의 모든 이들이 성과를 내려고 노력한다는 설명이었다. 벽을 넘나는 시각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 관리자가 진정한 성공을 위해 디테일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 실행 가능한 전략을 수립해 마침내 실행하고 스케일업하는 것 모두가 문화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부산은행의 2019년에 거는 기대
부산은행은 올해에도 다양한 ‘스케일업’을 준비하고 있다. 창구의 텔러들이 돈을 셀 필요 없이 출금할 수 있도록 하는 간단한 아이디어에서부터 지점의 페이퍼리스화에 대한 재해석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 은행업을 새롭게 개시한다면 수많은 문서를 제시하고 서명받아 스캔하는 프로세스를 넣겠느냐는 반문이 뒤따랐다. 

이 밖에도 부산의 라이프 서비스를 모아 라이프와 금융의 연동을 염두에 둔 개편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썸패스를 더욱 확대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안착시키려는 각종 구상이 준비 중이다. 성문 분석을 통한 음성 인증을 통해 콜센터에서 할 수 있는 업무를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의 개편도 있다. 신분증을 들고 영업점을 방문해야만 할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계획, 실행 전략을 언급한 그와의 인터뷰는 기자의 기대에 부응했다. 조언자와 실행자를 두루 거친 이에게서 감지할 수 있는 ‘초식과 내공’이 느껴진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부산은행은 올해 디지털화라는 거대한 흐름에 맞춰 어떻게 스케일업할 지 궁금해진다. 각종 미디어와 소셜 서비스에서 부산은행에 대한 소식을 발견할 때면 클릭하게 될 것 같은 이유다. ciokr@idg.co.kr



2019.02.27

인터뷰 | 한땀한땀 ‘스케일업’의 가치, 부산은행 한정욱 부행장

Brian Cheon | CIO KR
2017년 10월 BNK 부산은행은 업계의 이목을 끄는 이례적인 인사 조치를 발표했다. 디지털 금융을 선도하기 위해 40대의 외부 인사를 부행장으로 영입했던 것. 디지털 금융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히던 한정욱 부행장이 그 주인공이다. 은행 업계의 보수적인 문화를 감안하면 실로 파격적인 인사였다. 

한정욱 부산은행 D-IT 그룹 그룹장은 그간의 경력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인물이다. IBM 코리아에 입사한 이후 A.T 커니, 현대카드, 언스트앤영(EY US), 다시 IBM 코리아를 거쳐 부산은행에 둥지를 틀었다. IT 벤더, 컨설팅, 현업 분야를 골고루, 나아가 반복적으로 거친 셈이다. 폭넓은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는 더하다. 전통적인 금융 컨설팅에 더해 현대카드에서 모바일, 온라인, 디지털 비즈니스, UX, 브랜딩에서 소셜 커뮤니케이션에 이르는 업무를 담당했으며 IBM 코리아에서는 블록체인과 인공지능까지 아울렀다. 단 여러 회사를 거치면서도 ‘디지털 금융’이라는 핵심 분야만큼은 그대로였다.
    
조언자와 실행자로서의 경력을 모두 가진 그의 시각이 궁금했다. 그는 기업의 IT 부문에 대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대해, 나아가 ‘일하는 법’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부임 1년 반여를 맞은 한정욱 부행장을 부산은행 본사에서 만났다. 

스케일업에 주력한 한 해
“작은 개선 노력이 쌓고 쌓이면 변곡점에 이르렀을 때 완전히 새롭고 의미 있는 서비스로 업그레이드 됩니다. 그런 경험을 성공적으로 가져낸 은행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정욱 그룹장이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그리 많이 언급한 단어는 ‘스케일업’이었다. 그는 부산은행에 합류한 이후 진행한 과제에 대해 언급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와 부산은행의 인연은 모바일 뱅킹 서비스인 ‘썸뱅크’(https://www.sumbank.co.kr) 개편 및 업그레이드 작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여러 좋은 아이디어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케일업(scale up) 과정을 거쳐 제대로 서비스화, 상품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른 금융권 기업을 컨설팅하면서도 느꼈던 점입니다. 제 역할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합류 이후 작년에는 기존에 있었던 것들을 새로운 시각을 더해서 스케일업하는 업무를 주로 했습니다.”

한 그룹장은 언급한 ‘스케일업’ 사례는 다양했다. 먼저 STM(smart tele machine)이 있다. 은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ATM이지만 좀더 다재다능한 스마트 버전에 해당된다. 영업점 디지털화 전략의 일환으로써 텔러 업무의 70~80%를 내방객이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기기다. 

“화면이 훨씬 크고 하드웨어가 아주 우수합니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일반 ATM과 같이 그저 돈 뽑는 기계로만 쓰고 있었습니다. 이유를 살펴보니 일단 위치가 문제였습니다. 다른 ATM과 함께 있었기에 ‘신형 ATM’으로 인식됐던 겁니다. 또 기존 ATM이 가지고 있던 거래처리 방식이 적용돼 있었습니다. 원하는 업무를 선택하고 매체(카드나 휴대폰)을 넣고 현금을 찾거나 이체하는 단발성 트랜젝션 구조였습니다.”

그는 관점을 달리 적용해 새롭게 오픈했다. 창구 옆 안내데스크 옆으로 위치를 바꾼 한편, 창구를 대신하는 것이라고 내방객들에게 소개했다. 또 생체인식 기능을 넣어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처럼 다양한 거래 업무를 열린 형태로 지원했다. 이제 서서히 사용자들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 그룹장은 소개했다. 

“썸뱅크에 대한 개편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디자인과 콘텐츠, 가입 프로세스 등과 관련해 실제 사용성을 개선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이 밖에 가맹점 수수료 없는 제로페이 개념의 썸패스 또한 베타 서비스를 거쳐 9월에 오픈했습니다. 약 3개월 동안 부산 지역에 2만 여 가맹점을 모집하고 1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디지털 컨시어지라는 콘셉트도 있다. 은행에 방문한 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보통 번호표 발급이다. 그는 은행의 첫 접점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의미가 없는 프로세스라는 판단을 내렸다. 한 그룹장은 이를 키오스크 형태로 개선해 고객을 불러주고 인사하고 기존 거래 내역에 맞춰 응대하는 등의 개인화된 메시지를 전한 뒤 고객 응답에 따라 적절한 데이터를 창구의 직원에게 공유하도록 했다. 

“이 밖에 상담 시스템을 개편했습니다. STT(Speech To Text)를 활용해 콜을 자동으로 분류, 이슈 탐색, 민원 예측을 구현했습니다. 또 지식 관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서 상담원들이 화면 최상단 3개 정도에서 대부분의 작업을 해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소셜 마케팅과 고객 커뮤니케이션 강화 작업도 언급할 수 있습니다.”

한 그룹장은 이를테면 항공권 결제가 있었던 고객에게 ‘모바일에서 환전하면 우대 혜택’을 알리는 식으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했다며 그 결과 썸뱅크 앱의 경우 MAU(Monthly Active User)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과거 창구의 권유로 발생하던 디지털 채널 가입 비율이 이제는 50% 정도가 디지털 채널에서 발생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스케일업 경험이 기업 경쟁력이다”
한 그룹장이 언급한 사례는 사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그런데 듣다보니 패턴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른바 파괴적인 여러 신기술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사용자 입장을 감안한 UX 및 UI 개선, 그리고 축적을 통한 서비스의 질적 업그레이드가 두드러졌다. 기존 서비스에서 부족했던 숨겨진 2%를 찾아내 업그레이드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은행 분야의 IT 프로젝트라는 것이 상당 부분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추진이 결정되면 가능한 부분까지 구현합니다. 상부에 보고하고 미디어에 기사화됩니다. 그리고 관심이 사라집니다. 담당자들은 다시 새로운 무언가를 찾습니다.”

한 그룹장은 초기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오류와 실수를 극복해가며 한땀한땀 스케일업하는 과정을 거쳤는지를 자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민하고 개선하다 보면 처음 생각했던 것과 훨씬 다른 서비스로 변모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러한 경험이 얼마나 있느냐가 은행의 경쟁력을 가르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본다고까지 말했다. 다른 기업은 이미 새로운 것을 찾아 움직이고 있는데 이걸 계속 붙잡고 있어야 하는가라는 심리적 압박감을 견뎌야 한다는 조언도 뒤따랐다. 

한 그룹장에 따르면 작년 스케일업이 가장 많이 이뤄진 서비스는 썸패스다. 그가 합류하기 전에도 외부의 결제 사업자와 제휴해 구현한 간편 결제 서비스가 업계 선도적으로 이뤄져 있었다. 그러나 그는 썸패스가 간편 결제를 넘어 소상공인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육성될 수 있다고 봤다. 당사자 모두에게 입체적이면서도 적지 않은 혜택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없고 고객 과정에서는 결제 과정이 간편하다.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 기반을 넓힐 수 있으며 가맹점들과 대화꺼리가 생긴다. 경남 지역 300만 고객을 확보한 부산은행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할 가능성을 제시하는 서비스였다. 

“남들보다 앞서 구현했다는 점에 만족할 수도 있었겠지만 확보한 데이터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사내 협의를 거쳐 서비스를 재해석하고 의미 있는 서비스임을 다 함께 인식했습니다. 컨센서스가 확보되면서 끊임없이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부산은행은 썸패스의 아키텍처를 근간부터 바꿔야 했다. 외부 결제 사업자가 존재하는 한 수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가맹점을 새롭게 확보해야 하는 문제까지 발생했다. 기성 금융 기업에게 부과되는 각종 까다로운 규제를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저는 그런 과정이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전과 전략을 포착해 공유하고 실행하게 만드는 과정, 실패를 용인하고 오너십을 주는 과정입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문화입니다. 요즘같이 빠르게 변화하고 어디로 향해야할 지 고민해야 하는 환경에서 더욱 요구되는 문화이기도 합니다. 임기 3년에 맞춰 중장기 플랜을 수립하고 5대 핵심 과제를 뽑아 50대 실행과제를 뽑는 식의 톱다운 접근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톱과 바텀을 넘나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벽을 허물고 디테일에의 끈을 유지하라”
그렇다면 그러한 시각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모든 이들이 컨설팅, 벤더, 기업 운영을 넘나드는 경험을 가질 수는 없다. 스스로 ‘운이 좋았다’라고 표현하는 한정욱 그룹장도 두어 차례 왕복한 덕분에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었다고 인정했다. 전략적이면서도 고객 관점을 담보하는 입체적 시각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 그에게 물었다. 

“제가 말해도 되는 부분인지 모르겠지만 느낀 점만 말해보겠습니다. 현업 분들과 이야기할 때면 주어진 역할 내에서 최선을 답을 찾으려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부분 최적화입니다. 내 맡은 바 임무에서 최선을 다하고 성과 이후에는 다른 업무를 찾는 겁니다. 물론 조직 체계가 대부분 그렇게 되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스스로를 가두기보다는 벽을 허물어가며 일할 수 있는 손과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에 더해 관리자 분들에게는 디테일을 좀더 유심히 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고객 접점에서는 디테일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작은 버튼의 차이가 서비스를 성공시킬 수도, 실패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관리자가 되어서도 이런 디테일을 끈을 놓지 말라는 것이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한정욱 그룹장이 컨설팅 분야와 관련해 제시한 권고는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톱다운 전략만 수립해 페이퍼로 정리하면 캐비닛에 들어갈 뿐이라는 지적이다.

“톱다운 페이퍼가 실행 관점으로 떨어지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립니다. 실행 가능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바텀업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톱다운식 전략 수립이 필요한 니즈는 점점 줄고 있습니다. 위아래로 넘나들며 작은 성공을 가지고 엮어서 민첩하게 새로운 것을 시도하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소속 기업은 물론 컨설턴트 개인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정욱 그룹장은 “궁극적으로 좋은 기업 문화가 있으면 성과는 그냥 만들어진다”라고 말했다. 사람을 매니지하기보다는 일을 매니지하면 좋은 기업 문화가 뒷받침하는 한 거의 모든 이들이 성과를 내려고 노력한다는 설명이었다. 벽을 넘나는 시각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 관리자가 진정한 성공을 위해 디테일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 실행 가능한 전략을 수립해 마침내 실행하고 스케일업하는 것 모두가 문화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부산은행의 2019년에 거는 기대
부산은행은 올해에도 다양한 ‘스케일업’을 준비하고 있다. 창구의 텔러들이 돈을 셀 필요 없이 출금할 수 있도록 하는 간단한 아이디어에서부터 지점의 페이퍼리스화에 대한 재해석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 은행업을 새롭게 개시한다면 수많은 문서를 제시하고 서명받아 스캔하는 프로세스를 넣겠느냐는 반문이 뒤따랐다. 

이 밖에도 부산의 라이프 서비스를 모아 라이프와 금융의 연동을 염두에 둔 개편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썸패스를 더욱 확대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안착시키려는 각종 구상이 준비 중이다. 성문 분석을 통한 음성 인증을 통해 콜센터에서 할 수 있는 업무를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의 개편도 있다. 신분증을 들고 영업점을 방문해야만 할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계획, 실행 전략을 언급한 그와의 인터뷰는 기자의 기대에 부응했다. 조언자와 실행자를 두루 거친 이에게서 감지할 수 있는 ‘초식과 내공’이 느껴진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부산은행은 올해 디지털화라는 거대한 흐름에 맞춰 어떻게 스케일업할 지 궁금해진다. 각종 미디어와 소셜 서비스에서 부산은행에 대한 소식을 발견할 때면 클릭하게 될 것 같은 이유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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