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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급할수록 ‘백년지대계’ · · · 매스웍스 이종민 지사장이 전하는 4차 산업혁명과 STEM 교육

2018.04.18 Brian Cheon  |  CIO KR
성적이 우수한 한 과학고등학교 학생이 있다. 유학을 준비하는 이 학생은 이제 ‘이것’을 새롭게 배워야만 할 처지다. 미국 대학 다수에서 ‘이것’을 이미 활용할 줄 안다는 전제 아래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몇몇 선진국에서는 ‘이것’을 중고등학교 때부터 기본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수치 연산 및 해석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래밍 언어이자 테크니컬 컴퓨팅 플랫폼인 ‘매트랩’(MATLAB)이다. 오늘날 전세계 통신, 반도체, 자동차, 국방, 항공, 금융 등 수많은 산업 분야에서 100만 명 이상의 엔지니어들과 연구진이 제품 개발을 위해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도구인 동시에, 최근에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 알고리즘 분야의 업무를 위해 기업 전반에서도 쓰는 도구다. 달리 말하자면 이공계 교육은 물론, 각종 통계나 함수, 데이터 분석 등 ‘수학 이론’을 기본으로 한 모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업계 표준 격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바로 매트랩(MATLAB)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의 배경에는 제작사 매스웍스가 1984년 창립 이래 사실상 ‘매트랩’ 한 제품만을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고도화시켜온 한편, 교육 분야에 남다른 활동을 펼쳐왔다는 사실이 있다. 국내에서도 지능형 모형 차량, 드론 경진대회를 비롯해 교육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삼성동 파르나스 타워에 소재한 매스웍스 코리아 사무실에서 14년째 매스웍스 코리아 비즈니스를 책임지고 있는 이종민 지사장을 만났다.



“수학을 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
“화학이나 물리 실험은 직접 하면서 왜 소프트웨어나 디지털은 직접 체험시키려 하지 않는가요? 학생들에게 디지털 로직을 체험해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까요? 과정을 이해해야 흥미를 갖게 되고 창의력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종민 지사장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보정하는 작업을 예로 들었다. 매트랩의 방대한 기능 중에는 학계에서 만들어진 여러 이미지 보정 알고리즘에 대한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이미지를 보정해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정 기능의 로직을 이해한 후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순 코딩이나 계산이 아닌,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하는데 초점을 맞춤으로써 창의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매스웍스가 후원하는 드론 경진대회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드론의 경우 끊임없이 제어 알고리즘이 동작해야 합니다. 매트랩과 시뮬링크를 이용해 제어 알고리즘을 탐구하고 증명해보고 직접 만들어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수업으로는 이해가 어렵지만 직접 구현해봄으로써 쉽게 알게 되는 원리입니다. 컴퓨팅적 사고가 형성되는 겁니다.”

좀더 근원적으로는 수학을 보는 개념이 달라져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반복적으로 연습해 실수를 줄이는 수학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수학의 원리를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대학은 물론 중고등학교 과정에서부터 이를 감안해야 한다고 이종민 지사장은 힘줘 말했다.

“수학을 전공할 학생이 아니라면 굳이 손으로 방정식을 풀 이유가 있을까요? 미국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과정을 살펴보면 빠르면 중학교, 늦어도 고등학교에서 매트랩을 이용해 수학 문제를 풉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조짐이 일부나마 시작되고 있습니다. 과학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초중고 대상의 PAS(Primary And Secondary School Suite; 연 39만 9,000원에 공급되는 라이선스) 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올해 약 20여 곳의 고등학교에 매트랩을 공급했습니다. 현재 문제는 매트랩을 교육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이종민 지사장은 우리나라 대학 교육에도 문제가 있다며 말을 이어나갔다. 등록금은 엄청나게 올랐고 건물들이 나날이 화려해지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된 교육 서비스를 대학 측이 제공하고 있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STEM 분야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대학에 제시하는 TAH(Total Academic Headcount) 라이선스를 국내 유수의 대학 측에 제시했을 때 비싸서 못 사겠다는 응답이 나왔습니다. 확인해보니 대학 예산 중에서 소프트웨어 지출액이 예산의 10%에도 못 미쳤습니다. 대학 측과 이야기하면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으로 선정된 이후 해당 예산으로 구매하겠다는 응답을 흔히 들을 수 있습니다. 인프라를 구축한 후 좀더 질 좋은 교육을 위해 지원금을 신청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앞뒤가 바뀌어 있는 실정이라고 봅니다.”

기업에서도 ‘컴퓨팅적 사고’를 배양할 수 있을까?
원리에 대한 이해가 흥미를 낳고 흥미가 창의력을 낳는다는 말에 동의할 수 있다. 노력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옛말도 있지 않았던가? 그러다보니 생각이 번져나갔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제조업 분야에는 강하지만 창의력이 요구되는 소프트웨어 산업이나 플랫폼 비즈니스, 여타 융복합 비즈니스에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혹자는 주입식 교육 시스템에서 그 문제의 원인을 찾기도 한다. 그렇다면 매트랩을 기업 직원들의 컴퓨팅적 사고 역량을 키우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까

“당연히 가능합니다. 그래서 매스웍스가 자체적으로 트레이닝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매스웍스의 교육 비즈니스 역시 매년 성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트레이닝 서비스를 이용하는 층 대부분이 고객사 직원들이며, 일부 대기업들은 자체 교육 커리큘럼에 매트랩이나 시뮬링크 툴 과정을 포함시키기도 합니다.”

이종민 지사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현실과 교육 현장, 정부 지원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고 진단했다. 기업 직원들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대학에서는 취업 자체에만 급급한 한편, 정부 역시 제대로 조율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등한시되는 현실 속에서 꼬인 실타래를 풀어낼 계기가 필요하고 그는 지적했다.

“애석하게도 기업 현장에서조차 직원들의 역량과 직원들이 다를 도구에 대한 투자가 미흡합니다. 국내 대기업과 해외 기업에 납품되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수를 내부적으로 확인해보면 걱정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냉정하게 말해 우리나라 기업들보다 중국이나 인도의 기업들이 도구 측면에서는 더 잘 되어 있다고 봅니다. 전세계적으로 손꼽힌다는 국내 대기업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매스웍스 제품을 사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소프트웨어와 직원 교육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쟁력은 생산라인의 설비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이면에 숨은 것에 따라 좌우될 것입니다.”

이종민 지사장은 우리나라 직원들의 역량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이디어와 창의력 측면에서 오히려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직원들이 놀라운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 이를 쉽게 현실화할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은 융합 혁명이기도 합니다. 전문 분야만 가지고 있을 때 오히려 장벽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트랩 같은 소프트웨어의 목적은 이러한 걸림돌을 없애 서로 다른 영역이 쉽게 결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기업의 경쟁력은 그래서 소프트웨어에서 나온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근 많이 언급되는 워라벨 또한 소프트웨어 인프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오랜 업무 시간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도구가 해결책인 겁니다. 궁극적으로 직원들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Do The Right Thing”
교육, 그 중에서도 응용 수학 교육에 대한 매스웍스의 초점은 설립자 잭 리틀(Jack Little)로부터 기인한 특성이다. 그 자신이 학자이자 개발자였던 잭 리틀은 과학과 비즈니스 사이의 상생과 선순환 사이클을 중시했다고 이종민 지사장은 전했다.

“국내 기업, 여타 해외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매스웍스는 그 중에서도 교육계와의 협력, 고객과의 약속, 사회적 책임과 같은 보이지 않는 가치를 유독 중시하는 기업이었습니다. 직장이라는 공간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일한다다기보다 회사의 방향에 맞춰 일을 한다는 점에서 연극 무대와 같습니다. 다행히 저와 매스웍스는 궁합이 맞았던 듯 합니다.”

이종민 지사장에 따르면 그가 매스웍스에서 근무하며 실감했던 특징이 몇몇 있었다. 먼저 별도의 채널 파트너를 두지 않고 자체 인력을 통해서만 제품을 공급한다. 제품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또 교육 분야를 제외한 모든 고객에서 동일한 가격을 제시한다. 즉 규모가 큰 기업이라거나 대량으로 구매한다고 해서 할인 가격에 공급되는 일은 없다. 이 밖에 모든 직원이 동일한 환경에서 근무하며 모든 지사의 직원이 본사 소속이다.

“매스웍스의 미션 스테이트먼트 근간에는 ‘Do the right thing’이라는 약속이 있습니다. 매스웍스 제품과 영업 방식, 직원 및 고객, 학계과의 관계 모두에서 토대를 이루는 말입니다. 고객을 공정히 대해야 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며, 직원과의 관계에서 정도를 밟겠다는 생각이 근간에 깔려 있습니다. 2008년 경제 위기 때에도 마이너스 성장은 있었을지언정 해고는 없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환경에서 디스카운트 없이 영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만 14년이 지나도록 변함이 없습니다. 물론 답답할 때도 종종 있습니다.”

이종민 지사장은 딥러닝, 머신러닝, 빅데이터과 같은 기술 트렌드의 최근 부상을 바라보면서 이러한 답답함을 더욱 실감했다고 전했다. 수십 년 동안 이 분야를 지켜왔음에도 불구하고 시대 흐름에 맞춰 그럴듯하게 ‘포장’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매트랩에 내장된 머신러닝 및 딥러닝 핵심 도구인 스태티스틱스 툴박스 또한 오랜 설득 이후에야 스태티스틱스앤머신러닝 툴박스로 최근 개명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쓰나미에 대비하려면…”
올해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됐다. 이스라엘에서는 무려 1994년부터 이뤄진 조치다. 늦었을지언정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다. 이미 온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4차 산업 혁명은 앞으로 더욱 큰 충격파를 전해올 것이며 그 영향권에는 모든 이가 포함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종민 지사장은 그러나 기존의 교육에 커리큘럼을 추가하는 형식이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산업혁명은 쓰나미처럼 밀려올 겁니다. 작은 조짐이 있은 후 어느 날 갑자기 휩쓸고 지나갑니다. 쓰나미의 조짐을 읽어내고 대비한 기업과 국가가 살아남을 겁니다. 해외에서 중요하다니까 따라하는 식으로는 제대로 대비하기 어렵습니다.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직원 중 몇몇은 방직 기계를 만드는 기업에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럴 수 있도록 하려면 사람에 대한 투자가 무엇보다도 우선입니다.”

이종민 지사장이 임박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제시한 방안은 사람에 대한 투자, 즉 ‘백년지대계’였다. 어찌 보면 느린 길이며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길이다. 가시적인 성과에 급급해하는 관점에서는 밟기 어려운 길이기도 하다. 매스웍스가 우리에게 전하는 바는 ‘매트랩’이라는 제품이 아니라 어쩌면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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