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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기업용 협업 툴, ‘easy’의 가치” 마드라스체크 이학준 대표이사

2019.03.15 Brian Cheon  |  CIO KR
가히 협업 툴 전성시대다. 기업 내, 또는 기업 간 소통을 증진시켜 궁극적으로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주장을 품은 각종 협업 툴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시스코 등의 거대 글로벌 IT 기업은 물론, 수많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기업들이 저마다의 협업 도구를 선보인다. 독자적인 기업용 협업 툴을 내세우지 않는 애플의 행보가 오히려 생경하게 보일 지경이다. 

그럴만한 배경이 있다. 업무 시간이 생산성으로 이어졌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기업은 ‘생각의 속도’로 움직일 것을 요구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기업 내부를 넘어 외부 조직과 긴밀하게 소통해야 할 필요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나아가 오늘날의 업무 현장은 모빌리티 기술에 힘입어 사무실 또는 공장 밖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과거 피라미드 형태였던 내부 구조 또한 수평적인 셀 단위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범람’이 문제가 된다. 소통과 교류, 협업은 근본적으로 인간과 문화의 영역이며, 이로 인해 협업 툴 채택은 교육과 적응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요구한다. 자칫하다간 기업 내외부로부터 원성을 사는 것은 물론이며, 조직 내 협업 툴의 파편화를 초래해 기업 문화를 망칠 수도 있다. IT 의사결정자들이 특정 도구를 선뜻 선택해 전사적인 도입을 추진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 국산 협업 툴이 눈길을 끈다. 유료화 1년 만에 유료 기업고객 400곳을 유치한 마드라스체크의 플로우(https://flow.team)다. 거대 IT 기업들의 협업 툴이 산재한 가운데 별다른 광고나 영업 없이 입소문으로 달성된 성취라는 점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마드라스체크 이학준 대표이사를 만나 오늘날 협업 툴 분야의 흐름과 플로우 툴의 인기 비결, 기업 IT 담당자들이 알아둘 만한 정보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정보의 자산화, 기록 문화에 주목해야”
영등포구 영신로에 소재한 마드라스체크 본사에서 만난 그에게 먼저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오늘날의 기업이 별도의 ‘협업 툴’을 굳이 써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가 그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누구나 이용하는 이메일도 이미 협업 도구다. 즉각적인 접촉이 필요하면 카카오톡과 같은 소비자용 메신저를 써도 그리 불편할 것이 없어 보인다. 페이스북이나 밴드 등 인기 소셜 서비스의 그룹 기능을 이용하면 폐쇄된 공간에서 얼마든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사실 오늘날 상당 수의 기업들이 그렇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PC 중심의 그룹웨어나 메신저가 물러나고 각종 소비자용 서비스를 통해 소통과 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기업용으로 가장 널리 이용되는 협업 툴은 카카오톡일 겁니다.”

이학준 대표는 기업용 협업 툴이 다수 존재하고 또 나름의 강점들을 지니고 있지만, 이들이 생각만큼 활용되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먼저 접근성이 부족합니다. 기업 용도에 맞춰 개발됐다보니 배우기 까다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손에 익은 소비자용 소통 도구들을 버리기가 쉽지 않은 겁니다. 당연히 저항에 부딪힙니다.”

그는 까다로운 보안 규정을 가진 기업의 경우에는 ‘보안성’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글로벌 규모의 대기업에서 클라우드 협업 툴을 쓸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기업에게는 기업용 협업 툴 중에서도 내부에 설치함으로써 보안에 만전을 기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수적이다.

“세 번째로는 비용이 문제가 됩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개인용 서비스가 이미 존재하는데, 굳이 추가 비용을 들일 이유가 무엇이냐는 겁니다. 기업에 따라서는 일리 있는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이학준 대표는 그러나 개발 측의 철학과 의도에 따라 도구의 기능은 물론 UI, UX가 크게 달라지기 마련이라며, 세부적인 측면에서 소비자용 솔루션과 기업용 솔루션은 큰 간극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소비자용 솔루션은 계정 관리, 보안, 모니터링, 사내 시스템과의 연동, 체계적인 관리 등이 부족하다. 사고나 실수 상황은 물론 입사나 퇴사 등의 상황에서 더욱 실감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1~2인 기업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기업용 이메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현실이 이를 반영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와 함께 꼭 덧붙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생산성과 업무 효율에 더해 기업 차원의 정보자산화와 기록 문화가 그것입니다. 업무용 단톡방을 쓰는 경우 기록 자산으로 남기 어렵습니다. 입사한 사람은 매번 새롭게 지식과 맥락을 배워야 할 겁니다. 플로우와 같은 기업용 협업 툴은 프로젝트 단위로 히스토리가 저절로 생성됩니다. 아울러 직원 서로가 어떤 업무를, 어떻게 진행 중인지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됩니다. 개인용 소셜 서비스에서는 제공되지 않는 차별점입니다. 이 것만으로도 인당 4,900원이라는 비용의 수십, 수백 배 넘어서는 가치를 제공합니다.”

기업용 협업 툴도 쉬워야 한다
마드라스체크는 B2B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기업 웹케시의 사내 벤처로 시작해 분사한 기업이다. 기업용 협업 툴 플로우를 개발해 운영해오다 지난해 3월 서비스를 유료화했다. 작년 하루 10명 선이었던 일일 가입자 수는 1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으며 플로우 유료 이용자는 2월 말 기준 1만 8,000여 명에 돌파했다. 플로우를 도입한 기업 또한 400곳, 개설된 프로젝트 공간은 27만 곳을 넘은 상태다. 앱이 1주일 이상 설치돼 있는 잔류 비율은 46.7%에 이른다. 

“1개월 무료 체험 후 유료 서비스로 전환하는 비율이 약 46%입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분석 도구에 따르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플로우를 직접 이용한 이들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른 협업 툴과 비교해본 사용자들이 만족감을 전해오곤 합니다. 사내 이메일이 90%까지 감소했다는 고객 기업의 피드백도 있었습니다.”

이학준 대표에 따르면 마드라스체크는 별도의 콜드(cold) 영업을 진행하지 않는다. 먼저 문의하는 기업들,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연락해오는 기업들에게 설명하는 게 전부다. 가장 큰 신규 유입 채널은 기존 사용자들이 다른 기업의 이용자를 ‘초대’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미 감동을 받고 온 사용자들이 많습니다. 여러 협업툴을 테스트한 후 내부적으로 플로우를 선택하고 문의하곤 합니다. 업무 기능이 우수하다는 점, 중견 및 대형 기업이 원하는 온프레미스 설치를 지원하는 점, 채팅이 아닌 태스크 중심의 피드 방식이기에 업무가 체계적으로 관리된다는 점 등이 호평을 받습니다. 무엇보다도 도입과 이용이 쉬웠다는 응답이 내부 조사 결과 가장 많았습니다.”

이학준 대표는 사용자들이 플로우를 쉽다고 느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전했다. 슬랙이나 구글 협업 툴, 지라와 같은 해외 도구는 충분히 우수한 것이 사실이지만 다분히 개발자 중심적이다. ‘칸반 보드’, ‘애자일 개발 방법론’, ‘봇 API 연동’ 등과 같이 엔지니어나 얼리어답터 위주의 단어로 설명되곤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이용자들은 복잡하지 않게 설정하고 이용할 수 있는 통합된 툴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세대 차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기업에서 성공적으로 활용되려면 2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남녀 모두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는 UI/UX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수십 명 규모의 국내 중소 기업이나 50대 임원에게 개발자 친화적인 도구를 쓰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요? 플로우를 개발하고 업그레이드할 때 널리 이용되는 소비자 서비스를 적극 벤치마킹한 이유입니다.”

그는 고객이 쉽다 어렵다를 판별하는 기준은 보통 찾고자 하는 곳에 메뉴나 버튼이 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플로우 경우 페이스북과 밴드의 UI를 적극 감안했다는 귀뜸도 덧붙여졌다. 

“웹케시에 일할 때부터 기업용 소프웨어의 UI/UX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당시 근무했던 부서의 슬로건이 ‘Simple, Easy, Different’였습니다. 간단하고 쉽되 차별화된 부분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 철학이 플로우에서 쉬운 인터페이스와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 강력한 업무 특화 기능으로 구현됐습니다.”

2019년 250% 성장 목표, AI · 빅데이터 기능성 준비 중
이학준 대표는 올해 1,000곳의 기업 가입을 목표로 세워두고 있다. 반년 전 출시한 온프레미스 버전에 대한 호응이 높은 상태이기에 이 중 20곳은 대기업으로 상정하고 있다. 총 이용자수는 12~14만 명이 목표다.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권을 공략하고 미국 시장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목표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접목시키는 겁니다. 협업 서비스의 본질인 기록 문화에 필수불가결한 발전 방향이라고 판단합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지식관리부터 그룹웨어까지 다양한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있습니다. 자료가 그룹웨어에 머물러 있고 그룹웨어에 접속해야만 이를 확인할 수 있다면 협업이 효율화되기 어렵습니다. 다양한 시스템과 연동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고속도로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플로우를 포함해 모든 협업 툴의 발전 방향이라고 봅니다.”

그는 이 밖에도 플로우 이용자를 서로 연결하는 새로운 모델이 올해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있다고 전했다. 플로우 고객들이 다른 플로우 고객와 쉽게 연결돼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하는 매커니즘이다. 가령 영상을 만들 때 플로우 이용자 중 영상 관련 전문가를 검색해 간단히 프로젝트 방을 개설하고 협업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학준 대표는 ‘연결의 힘으로 업무를 쉽고 빠르게’라는 마드라스체크의 미션이 색다른 형태로 구현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협업 툴, 도입 이후도 중요하다”
이학준 대표와의 이야기는 ‘플로우’의 성과와 특징이 뼈대를 이뤘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덧붙인 것은 솔루션 자체가 아니었다. 그는 협업 툴이 기업 내에 안착하기까지는 솔루션 선택 이외의 많은 숙제를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업 툴 도입에 실패하는 사례가 무척 흔합니다. 사용자의 저항을 감안해야 하며 의외로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저 도구를 도입했다고 해서 수직적 문화의 기업이 수평적이고 투명한 소통 조직으로 변모하기란 어렵습니다. 협업 툴 이용료 이면에 숨은 비용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이학준 대표는 이와 관련해 몇몇 팁은 전했다. 먼저 다수의 합의와 수용성이 중요하다. 엔지니어 등 일부만 환영하면 성공이 어렵다. 둘째 고위층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소한 적극적으로 읽는 태도라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인내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좋은 방법은 우수 사례를 개발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넷째는 업무 방식, 기업 문화의 변화도 시도해야 한다. 유기적으로 투명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는 신입사원과 임원 모두 댓글을 기꺼이 달고 지식을 공유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존 사내 시스템과의 시너지를 창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식 관리 시스템 등과 만날 때 협업 툴의 가치가 배가되기 때문이다. 

이학준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새삼스럽게 느껴진 점이 있다면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역설’이다. ‘쉬움’이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과 만날 때 오히려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오늘날 모든 직장인들은 너무 바쁘고 지쳐있는지 모른다. 플로우는 적어도 직장인들을 더 힘들게 만들 협업 툴처럼 들리지 않았다. 플로우라는 평범한 명칭이 색다르게 기억된 이유일 터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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