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9

김현철 칼럼 | CEO가 알아야 할 계약체결 요령 ①

김현철 변호사 | CIO KR
* 2월부터 김현철 변호사의 법무 칼럼을 시작합니다. 독자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요청드립니다.

소송의 승패는 계약서를 쓸 때 이미 정해져 있다
얼마 전 법률자문을 맡게 된 회사로부터 소송을 의뢰받았다. 사건의 핵심은 계약서의 몇몇 조항에 대한 해석에 있었다. 의문스러운 점은 계약의 구조 상 그 의뢰인이 ‘갑’인데 불구하고, 계약서에는 온통 상대방에게 유리한 조항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계약서를 누가 썼냐고 물었더니 담당부서 과장이라는 답이었다. 그 과장에게 이 계약서를 누구의 자문을 받고 썼냐고 물었더니, 구글에서 다운받아서 이름하고 숫자만 바꾸어 썼다는 것이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자기 회사가 계약상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데도, 그것의 의미조차 모르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파일을 그대로 베껴 썼던 것이다. 그 과장을 마냥 탓할 수 없는 게, CEO 역시도 담당자의 실수를 찾아낼 안목이 없었다는 점이다.

CEO는 배의 선장과 마찬가지이다. 선장이 항해에 관한 모든 일을 할 수 없으며, 대신에 항해사, 갑판장, 하급 선원들의 잘못을 찾아 낼 수 있어야 한다. 미리 잘못을 체크해 내지 못하고 사고가 터진 다음 매번 자기 부하들을 탓하는 선장의 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난파할 것이다.

소송의 승패는 실제로 양 당사자가 계약서를 쓸 당시에 이미 정해져 있다. 계약서의 문구를 ‘할 수 있다.’라고 하지 않고 ‘해야 한다.’라고 정하는 순간 권리 혹은 재량사항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의무가 되어 버린다.

어떤 문구 말미에 ‘다만 · · ·’이라는 예외조항을 집어넣는 것과 그런 조항이 없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으며, 결국 소송에서의 패배로 귀결된다. 예를 들어 "'갑'의 귀책사유가 없이"라는 문구와 "'을'의 귀책사유로"라는 문구는 동일하지 않다. 언뜻 보면 내 잘못이 없는 경우는 결국 상대방이 잘못한 경우와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쌍방의 잘못이 없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갑"의 입장에서 다른 예를 든다면 "'갑'의 귀책사유로"라는 문구보다는 "'갑'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라는 문구가 훨씬 더 유리하다. 왜냐하면 경과실로 인한 손해가 제외되기 때문이다. 비전문가가 보면 그 차이점을 찾을 수 없는 'Detail'에 "악마가 숨어 있는 것"이다.

“에이 우리끼리 무슨 계약서야?”라는 정서가 한국인들의 보편적인 심리이다. 심지어 변호사들조차도 자신이 당사자가 되어 계약을 하게 될 때, 계약서를 쓰자는 말을 선뜻 내비치지 못한다. 서로 친하고 상대를 배려할 때라면 계약서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언젠가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때를 예상해야 하며, 바로 그때 빛을 발하는 것이 계약서다.

사업이 망하게 되면 계약서가 전혀 무의미하다. 그러나 사업이 '대박'났을 때 계약서가 불분명하면,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던 탐욕이 양심을 압도하게 되고 건전한 파트너십을 무너뜨려 결국 성공했던 그 사업마저도 잠식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서는 미래의 불분명한 상황에 대해 서로가 인정하고 미리 정해 놓는 합리적인 준칙의 역할을 하게 된다. 대신 합리적인 준칙이 그어 놓은 경계 내에서 최대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은 현재의 사회가 합법적으로 용인하고 있는 범주이며, 이 글은 그러한 전제를 가정하고 있다.

계약체결 전 양해각서(MOU)의 작성
기업 사이의 교섭 결과로 서로 양해된 내용을 확인ㆍ기록하기 위해 정식계약 체결에 앞서 행하는 합의를 ‘양해각서’(諒解覺書, memorandum of understanding; MOU)라고 한다.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서로에게 일정기간 동안 우선협상권을 부여하고 배타적인 협상을 한다는 약속이다.

따라서 MOU 교환 이후 협상 결과에 따라 본 계약서는 양해각서에 명시된 내용과 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MOU는 법률적인 구속력이 없다고 해석하며, 기업을 공시할 때도 자발적 의무 공시사항이 아니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면 도대체 MOU의 유용성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우선협상권이라는 배타적 효력에 있다. 또 ‘양해각서’ 혹은 ‘MOU’라는 제목의 문서는 무조건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내용에 합의당사자의 의무사항을 기재했다면,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즉 MOU라는 제목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즉 본문에 법적 구속력을 배제한다는 규정이 있을 때에만 보편적인 의미의 MOU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MOU 작성 시 "갑"의 입장에서 유의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동의 비전을 제시하고 양 당사자의 역할을 강조해야 한다. 둘째 법적 구속력 배제 조항을 반드시 규정하고, 본 계약을 체결할 때에 변경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셋째 기한(期限) 약정, 즉 유효기간을 특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상대방이 무능력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음에도 새로운 당사자와의 협상이 어려워진다. 넷째 일방적인 해지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없는 것으로 해야 한다. 다섯째 기밀유지 조항을 규정하고 그 위반에 대해서는 배상책임을 규정해야 한다.

거꾸로 "을"의 입장에서라면, 첫째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갑"이 우선협상권을 위반한 경우에 대해서는 배상책임을 진다고 규정해야 한다. 그런데 "갑"측에서 이런 문구를 싫어할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법정에서의 법률상 효과는 동일하되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지 않는 문구를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갑'은 MOU의 유효기간 동안 '을'이외의 제3자와 협상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한다면, "갑"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테크닉은 계약체결 요령 전체에서 적용되는 것이다. 둘째 ‘MOU’의 유효기간을 최대한 길게 정해야 하며, 연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셋째 "갑"이 일방적인 해지를 할 경우 사업상의 다른 특혜를 부여해 줄 것을 제안해야 한다.

계약은 파워게임이며, 거래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각각의 팩터를 염두에 두고 각 팩터의 우선순위를 매겨서, 제1팩터를 놓쳤다면 제2팩터를 거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MOU’의 유효기간 연장규정을 제안할 때에 이것이 안 되면 일방적 해지의 경우에 부대적인 사업특혜는 들어달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강하게 나갈 때 나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특히나 "을"의 입장에서라면 절대로 거칠게 폭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상대의 기분을 편안하게 하면서 오히려 내게 미안한 마음이 들도록 만들었을 때, 내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계약체결에서 "을"의 승리는 그렇게 얻어지는 것이다.

* 김현철 변호사는 1994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 사법연수원을 수료(33기)했다. 엔지니어링 분쟁 자문 및 소송 분야를 전담하고 있으며 대한변협심의등록 전문분야는 [민사법] 및 [회사법]이다. 최근 도서출판 르네상스를 통해 '지배당한 민주주의'를 발간했다. ciokr@idg.co.kr 
2018.02.19

김현철 칼럼 | CEO가 알아야 할 계약체결 요령 ①

김현철 변호사 | CIO KR
* 2월부터 김현철 변호사의 법무 칼럼을 시작합니다. 독자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요청드립니다.

소송의 승패는 계약서를 쓸 때 이미 정해져 있다
얼마 전 법률자문을 맡게 된 회사로부터 소송을 의뢰받았다. 사건의 핵심은 계약서의 몇몇 조항에 대한 해석에 있었다. 의문스러운 점은 계약의 구조 상 그 의뢰인이 ‘갑’인데 불구하고, 계약서에는 온통 상대방에게 유리한 조항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계약서를 누가 썼냐고 물었더니 담당부서 과장이라는 답이었다. 그 과장에게 이 계약서를 누구의 자문을 받고 썼냐고 물었더니, 구글에서 다운받아서 이름하고 숫자만 바꾸어 썼다는 것이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자기 회사가 계약상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데도, 그것의 의미조차 모르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파일을 그대로 베껴 썼던 것이다. 그 과장을 마냥 탓할 수 없는 게, CEO 역시도 담당자의 실수를 찾아낼 안목이 없었다는 점이다.

CEO는 배의 선장과 마찬가지이다. 선장이 항해에 관한 모든 일을 할 수 없으며, 대신에 항해사, 갑판장, 하급 선원들의 잘못을 찾아 낼 수 있어야 한다. 미리 잘못을 체크해 내지 못하고 사고가 터진 다음 매번 자기 부하들을 탓하는 선장의 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난파할 것이다.

소송의 승패는 실제로 양 당사자가 계약서를 쓸 당시에 이미 정해져 있다. 계약서의 문구를 ‘할 수 있다.’라고 하지 않고 ‘해야 한다.’라고 정하는 순간 권리 혹은 재량사항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의무가 되어 버린다.

어떤 문구 말미에 ‘다만 · · ·’이라는 예외조항을 집어넣는 것과 그런 조항이 없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으며, 결국 소송에서의 패배로 귀결된다. 예를 들어 "'갑'의 귀책사유가 없이"라는 문구와 "'을'의 귀책사유로"라는 문구는 동일하지 않다. 언뜻 보면 내 잘못이 없는 경우는 결국 상대방이 잘못한 경우와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쌍방의 잘못이 없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갑"의 입장에서 다른 예를 든다면 "'갑'의 귀책사유로"라는 문구보다는 "'갑'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라는 문구가 훨씬 더 유리하다. 왜냐하면 경과실로 인한 손해가 제외되기 때문이다. 비전문가가 보면 그 차이점을 찾을 수 없는 'Detail'에 "악마가 숨어 있는 것"이다.

“에이 우리끼리 무슨 계약서야?”라는 정서가 한국인들의 보편적인 심리이다. 심지어 변호사들조차도 자신이 당사자가 되어 계약을 하게 될 때, 계약서를 쓰자는 말을 선뜻 내비치지 못한다. 서로 친하고 상대를 배려할 때라면 계약서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언젠가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때를 예상해야 하며, 바로 그때 빛을 발하는 것이 계약서다.

사업이 망하게 되면 계약서가 전혀 무의미하다. 그러나 사업이 '대박'났을 때 계약서가 불분명하면,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던 탐욕이 양심을 압도하게 되고 건전한 파트너십을 무너뜨려 결국 성공했던 그 사업마저도 잠식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서는 미래의 불분명한 상황에 대해 서로가 인정하고 미리 정해 놓는 합리적인 준칙의 역할을 하게 된다. 대신 합리적인 준칙이 그어 놓은 경계 내에서 최대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은 현재의 사회가 합법적으로 용인하고 있는 범주이며, 이 글은 그러한 전제를 가정하고 있다.

계약체결 전 양해각서(MOU)의 작성
기업 사이의 교섭 결과로 서로 양해된 내용을 확인ㆍ기록하기 위해 정식계약 체결에 앞서 행하는 합의를 ‘양해각서’(諒解覺書, memorandum of understanding; MOU)라고 한다.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서로에게 일정기간 동안 우선협상권을 부여하고 배타적인 협상을 한다는 약속이다.

따라서 MOU 교환 이후 협상 결과에 따라 본 계약서는 양해각서에 명시된 내용과 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MOU는 법률적인 구속력이 없다고 해석하며, 기업을 공시할 때도 자발적 의무 공시사항이 아니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면 도대체 MOU의 유용성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우선협상권이라는 배타적 효력에 있다. 또 ‘양해각서’ 혹은 ‘MOU’라는 제목의 문서는 무조건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내용에 합의당사자의 의무사항을 기재했다면,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즉 MOU라는 제목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즉 본문에 법적 구속력을 배제한다는 규정이 있을 때에만 보편적인 의미의 MOU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MOU 작성 시 "갑"의 입장에서 유의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동의 비전을 제시하고 양 당사자의 역할을 강조해야 한다. 둘째 법적 구속력 배제 조항을 반드시 규정하고, 본 계약을 체결할 때에 변경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셋째 기한(期限) 약정, 즉 유효기간을 특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상대방이 무능력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음에도 새로운 당사자와의 협상이 어려워진다. 넷째 일방적인 해지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은 없는 것으로 해야 한다. 다섯째 기밀유지 조항을 규정하고 그 위반에 대해서는 배상책임을 규정해야 한다.

거꾸로 "을"의 입장에서라면, 첫째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갑"이 우선협상권을 위반한 경우에 대해서는 배상책임을 진다고 규정해야 한다. 그런데 "갑"측에서 이런 문구를 싫어할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법정에서의 법률상 효과는 동일하되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지 않는 문구를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갑'은 MOU의 유효기간 동안 '을'이외의 제3자와 협상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한다면, "갑"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테크닉은 계약체결 요령 전체에서 적용되는 것이다. 둘째 ‘MOU’의 유효기간을 최대한 길게 정해야 하며, 연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셋째 "갑"이 일방적인 해지를 할 경우 사업상의 다른 특혜를 부여해 줄 것을 제안해야 한다.

계약은 파워게임이며, 거래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각각의 팩터를 염두에 두고 각 팩터의 우선순위를 매겨서, 제1팩터를 놓쳤다면 제2팩터를 거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MOU’의 유효기간 연장규정을 제안할 때에 이것이 안 되면 일방적 해지의 경우에 부대적인 사업특혜는 들어달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강하게 나갈 때 나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특히나 "을"의 입장에서라면 절대로 거칠게 폭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상대의 기분을 편안하게 하면서 오히려 내게 미안한 마음이 들도록 만들었을 때, 내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계약체결에서 "을"의 승리는 그렇게 얻어지는 것이다.

* 김현철 변호사는 1994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 사법연수원을 수료(33기)했다. 엔지니어링 분쟁 자문 및 소송 분야를 전담하고 있으며 대한변협심의등록 전문분야는 [민사법] 및 [회사법]이다. 최근 도서출판 르네상스를 통해 '지배당한 민주주의'를 발간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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