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01

칼럼 | 종의 다양성과 경쟁력

정철환 | CIO KR
우리가 즐겨 먹는 바나나가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 생산되는 것이든 대부분이 캐번디시라는 단일 품종 바나나라고 한다. 바나나는 줄기를 땅에 심으면 새로운 나무로 자라나기 때문에 한가지 품종의 줄기를 전세계에서 번식시켜 오늘날 우리가 먹는 바나나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맛과 향, 그리고 모양까지 어느 나라의 바나나든 비슷한 형태와 품질을 가지고 있기에 상품으로 관리하기에 최상의 것이 되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전염병에 대한 위협과 멸종의 위험이 이야기되고 있다.

와인을 만드는 포도는 그 품종이 무엇이든 기본적으로 비티스 비니페라라는 계열이다. 세계적으로 와인을 재배하기 이전인 19세기에는 유럽이 와인의 주 생산지였고 당시 유럽의 포도나무 역시 비티스 비니페라 종이었다. 그러다가 19세기 중반 미국으로부터 유입된 해충인 필록세라 베스트릭스라는 나무뿌리에 기생하는 해충이 번져 19세기 말 무렵에 유럽의 포도나무밭은 거의 황폐해진다. 포도나무 재배면적이 거의 60%나 감소한 것이다. 이후 필록세라를 이겨내는 방법이 발견되어 다시 오늘날의 유럽 와인이 번성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생물학적으로 생명체의 종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은 이러한 돌발적인 위협으로부터 전체 생명체를 보존하거나 번식시키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과 같이 진화를 통해 상대적인 우위를 점유한 종은 다른 종에 비해 크게 번성하여 개체 수에서 월등히 많은 비율을 차지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종의 다양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오늘날 전세계 PC의 운영체제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90% 가까이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운영체제이며 2% 남짓이 리눅스, 그리고 나머지가 맥 운영체제를 비롯한 기타 운영체제가 차지하고 있다. 이미 이런 현상은 PC 초창기부터 정착된 것으로 이로 인한 지속적인 위협에 사용자들은 익숙해져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 및 악성코드의 확산과 최근의 랜섬웨어 위협까지 모두 대부분 윈도우 운영체제의 공격에 집중된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을 보면 좀 다른 상황이었다. 스마트폰 등장 초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모바일과 RIM의 블랙베리 운영체제, 그리고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노키아의 심비안 등이 있었으며 최근까지도 리눅스 기반의 미고 운영체제와 삼성 타이젠, 바다 등이 회자되곤 했다. 하지만 2017년 1분기 기준으로 IDC의 자료에 따르면 모바일 운영체제 점유율은 안드로이드 계열이 85%, iOS 계열이 14.7%로 시장의 거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PC 운영체제와 동일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2015년 한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악성코드의 97%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바나나의 경우와 같이 IT 시장에서도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제품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는 것이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 전체적으로 개발비를 줄일 수 있고 플랫폼에 앱 생태계를 꾸미기에도 점유율이 높은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이러한 단일 종의 과도한 지배는 특정한 위협으로부터 일시에 전체 시스템 또는 사회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여러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응용을 위한 개발이 치열하다.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의료, 법률 서비스 그리고 제조분야는 물론 국가적으로 군사영역 및 전략적인 영역까지도 인공지능이 점점 더 중요하게 활용될 것이다. 최근 한 언론 기사에서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류에게 위협이 될 것인가의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고 한다. SF 영화에서도 인공지능은 악역과 선한 역 두 가지 이미지로 비친다. 그런 면에서 향후 인류가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 두 사람의 주장이 둘 다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도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 지금의 PC나 스마트폰의 운영체제처럼 시스템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만약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플랫폼이 등장하고 이 플랫폼이 다른 플랫폼을 누르고 시장의 지배적인 위치에 올라서서 대부분 시장을 점유하여 사회, 국가적으로 중요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을 때 어떤 악의적인 공격으로 인해 오염되었을 경우를 상상해보면 일론 머스크의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IT 분야에도 생물학적 종의 다양성이 추구하는 측면을 의미 있게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인공지능이 진정으로 인류에 위협이 되는 상황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다기보다는 전세계의 거의 모든 분야에 단일한 계열의 인공지능 플랫폼이 사용되는 것이 아닐까?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2017.09.01

칼럼 | 종의 다양성과 경쟁력

정철환 | CIO KR
우리가 즐겨 먹는 바나나가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 생산되는 것이든 대부분이 캐번디시라는 단일 품종 바나나라고 한다. 바나나는 줄기를 땅에 심으면 새로운 나무로 자라나기 때문에 한가지 품종의 줄기를 전세계에서 번식시켜 오늘날 우리가 먹는 바나나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맛과 향, 그리고 모양까지 어느 나라의 바나나든 비슷한 형태와 품질을 가지고 있기에 상품으로 관리하기에 최상의 것이 되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전염병에 대한 위협과 멸종의 위험이 이야기되고 있다.

와인을 만드는 포도는 그 품종이 무엇이든 기본적으로 비티스 비니페라라는 계열이다. 세계적으로 와인을 재배하기 이전인 19세기에는 유럽이 와인의 주 생산지였고 당시 유럽의 포도나무 역시 비티스 비니페라 종이었다. 그러다가 19세기 중반 미국으로부터 유입된 해충인 필록세라 베스트릭스라는 나무뿌리에 기생하는 해충이 번져 19세기 말 무렵에 유럽의 포도나무밭은 거의 황폐해진다. 포도나무 재배면적이 거의 60%나 감소한 것이다. 이후 필록세라를 이겨내는 방법이 발견되어 다시 오늘날의 유럽 와인이 번성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생물학적으로 생명체의 종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은 이러한 돌발적인 위협으로부터 전체 생명체를 보존하거나 번식시키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과 같이 진화를 통해 상대적인 우위를 점유한 종은 다른 종에 비해 크게 번성하여 개체 수에서 월등히 많은 비율을 차지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종의 다양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오늘날 전세계 PC의 운영체제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90% 가까이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운영체제이며 2% 남짓이 리눅스, 그리고 나머지가 맥 운영체제를 비롯한 기타 운영체제가 차지하고 있다. 이미 이런 현상은 PC 초창기부터 정착된 것으로 이로 인한 지속적인 위협에 사용자들은 익숙해져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 및 악성코드의 확산과 최근의 랜섬웨어 위협까지 모두 대부분 윈도우 운영체제의 공격에 집중된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을 보면 좀 다른 상황이었다. 스마트폰 등장 초기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모바일과 RIM의 블랙베리 운영체제, 그리고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노키아의 심비안 등이 있었으며 최근까지도 리눅스 기반의 미고 운영체제와 삼성 타이젠, 바다 등이 회자되곤 했다. 하지만 2017년 1분기 기준으로 IDC의 자료에 따르면 모바일 운영체제 점유율은 안드로이드 계열이 85%, iOS 계열이 14.7%로 시장의 거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PC 운영체제와 동일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2015년 한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악성코드의 97%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바나나의 경우와 같이 IT 시장에서도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제품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는 것이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 전체적으로 개발비를 줄일 수 있고 플랫폼에 앱 생태계를 꾸미기에도 점유율이 높은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이러한 단일 종의 과도한 지배는 특정한 위협으로부터 일시에 전체 시스템 또는 사회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여러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응용을 위한 개발이 치열하다.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의료, 법률 서비스 그리고 제조분야는 물론 국가적으로 군사영역 및 전략적인 영역까지도 인공지능이 점점 더 중요하게 활용될 것이다. 최근 한 언론 기사에서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류에게 위협이 될 것인가의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고 한다. SF 영화에서도 인공지능은 악역과 선한 역 두 가지 이미지로 비친다. 그런 면에서 향후 인류가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 두 사람의 주장이 둘 다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도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 지금의 PC나 스마트폰의 운영체제처럼 시스템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만약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플랫폼이 등장하고 이 플랫폼이 다른 플랫폼을 누르고 시장의 지배적인 위치에 올라서서 대부분 시장을 점유하여 사회, 국가적으로 중요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을 때 어떤 악의적인 공격으로 인해 오염되었을 경우를 상상해보면 일론 머스크의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IT 분야에도 생물학적 종의 다양성이 추구하는 측면을 의미 있게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인공지능이 진정으로 인류에 위협이 되는 상황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다기보다는 전세계의 거의 모든 분야에 단일한 계열의 인공지능 플랫폼이 사용되는 것이 아닐까?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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