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1

칼럼 | 혁신 유감(遺憾)

정철환 | CIO KR
기업에 근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게 되는 용어 중의 하나가 혁신이다. 거의 모든 기업에 혁신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고 혁신과제가 있으며 혁신 관련 정기적인 회의가 있을 뿐만 아니라 혁신의 성과를 연중 평가에 반영한다. 대부분의 혁신 조직은 CEO의 직속 조직이거나 또는 경영지원실 등 기업 경영의 핵심과 관련된 조직에 속해 있다. 그리고 혁신을 담당하는 임원은 전 부서 및 업무에 걸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만큼 기업은 혁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혁신에 목말라한다. 혁신은 경쟁사를 앞서거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거나 기업이 성장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위키백과에 '혁신(革新)은 묵은 관습, 조직, 방법 등을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새롭게 바꾸는 것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이처럼 혁신은 무엇인가를 새롭게 바꾸어 기존보다 더 낫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적인 의미의 혁신도 있고 프로세스 적인 혁신도 있으며 조직 및 제도와 관련된 혁신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혁신을 모든 기업에서 중요한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이기에 대한민국의 기업들 중 혁신적인 기업이라고 평가받는 사례가 많이 나오지 않는 걸까? 애플, 페이스북, 구글, 테슬라, 이케아, 샤오미, 알리바바, 아마존, DJI, 넷플릭스 같은 기업은 무엇이 다르기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고 급격한 성장을 거둘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 기업에서 혁신 조직에 직접 가담했거나 혁신 조직에서 추진하는 혁신과제를 수행해 본 사람들이라면 공통적으로 무엇을 느낄까? 아마 '혁신은 직원들을 통제하고 생산성을 높이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거나 또는 '최고 경영자 혹은 기업 오너에게 보여주기 위한 혁신 과제를 선정하고 실행하는 척한다' 아니면 '실무자의 입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수치 자료를 통해 혁신 과제의 성과를 부풀려서 대단한 혁신을 했다고 평가받으려 하지는 않는가?’라는 생각들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소위 '혁신 피로감'이라는 용어가 왜 생겨날까? 혁신을 상당 기간 상부 경영층의 의지로 밀어붙인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혁신 피로감'이란 실무자의 입장에서 의미를 느낄 수도 없고 현 상황의 개선에 큰 도움도 되지 않으며 때로는 실무를 진행하는데 장애물로까지 느껴지는 혁신 과제들의 강압적인 추진에 대한 대놓고 드러내지 못하는 불만을 이야기한다.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자 세계 일류 기업들이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하는 혁신을 전사적으로 추진하는데 왜 정작 직원들은 스스로 추진하고 있는 혁신으로부터 희망을 발견하지 못할까? 왜 그럴까?

위에서 언급한 혁신의 상징이라고 할 만한 선진 기업들을 보면 대부분 기업의 오너가 혁신의 선봉에 선다. 애플의 잡스, 페이스북의 주커버그, 구글의 브린, 테슬라의 머스크 등은 우리가 연예인급으로 인지하고 있는 오너이자 혁신의 중심인물이다. DJI나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의 기업들도 대부분 오너가 해당 사업분야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사업을 리드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기업은 어떤가? 우리의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들은 다양한 계열사를 가진 대규모 그룹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오너가 있다. 하지만 오너가 그룹 계열사의 모든 사업분야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긴 어렵다. 더구나 주요 대기업 오너는 비리와 스캔들로 휘청이고 기업의 대물림에 최우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가? 한때 모 그룹의 오너가 혁신을 외치며 그룹의 모든 면을 앞장서서 바꾸자고, 개선하겠다고 했던 그런 모습을 요즘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부자가 3대를 못 간다'라는 우리나라의 속담이 현실이 되려는 것일까?

지금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다. 중국의 급속한 경쟁력 향상과 미국의 소프트웨어적인 파워, 그리고 세계적인 경제 침체 상황에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높아지려는 분위기다. 대한민국의 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혁신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혁신이 직원들을 압박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혁신의 중심에 오너가 있어야 하고 오너가 혁신의 방향을 제대로 잡아 구심점이 되어 추진하여야 한다. 그렇기에 오너 또는 최고 경영자는 꾸준히 공부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 혁신은 큰 틀에서 먼저 이뤄져야 하고 그 큰 틀의 혁신은 실무 직원들이 아무리 밤을 새워 고생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속담에 '좁쌀이 백번 구르는 것보다 호박이 한번 구르는 게 낫다'라고 하지 않는가?


이상의 것이 필자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대한민국 기업에서의 혁신 추진에 대한 유감이다. 사실 어찌 기업의 혁신 추진에 대한 유감뿐이겠는가? 한 국가의 리더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자리이다. 2017년 새해에는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을 이끌 훌륭한 리더가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2017.02.01

칼럼 | 혁신 유감(遺憾)

정철환 | CIO KR
기업에 근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게 되는 용어 중의 하나가 혁신이다. 거의 모든 기업에 혁신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고 혁신과제가 있으며 혁신 관련 정기적인 회의가 있을 뿐만 아니라 혁신의 성과를 연중 평가에 반영한다. 대부분의 혁신 조직은 CEO의 직속 조직이거나 또는 경영지원실 등 기업 경영의 핵심과 관련된 조직에 속해 있다. 그리고 혁신을 담당하는 임원은 전 부서 및 업무에 걸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만큼 기업은 혁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혁신에 목말라한다. 혁신은 경쟁사를 앞서거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거나 기업이 성장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위키백과에 '혁신(革新)은 묵은 관습, 조직, 방법 등을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새롭게 바꾸는 것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이처럼 혁신은 무엇인가를 새롭게 바꾸어 기존보다 더 낫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적인 의미의 혁신도 있고 프로세스 적인 혁신도 있으며 조직 및 제도와 관련된 혁신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혁신을 모든 기업에서 중요한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이기에 대한민국의 기업들 중 혁신적인 기업이라고 평가받는 사례가 많이 나오지 않는 걸까? 애플, 페이스북, 구글, 테슬라, 이케아, 샤오미, 알리바바, 아마존, DJI, 넷플릭스 같은 기업은 무엇이 다르기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고 급격한 성장을 거둘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 기업에서 혁신 조직에 직접 가담했거나 혁신 조직에서 추진하는 혁신과제를 수행해 본 사람들이라면 공통적으로 무엇을 느낄까? 아마 '혁신은 직원들을 통제하고 생산성을 높이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거나 또는 '최고 경영자 혹은 기업 오너에게 보여주기 위한 혁신 과제를 선정하고 실행하는 척한다' 아니면 '실무자의 입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수치 자료를 통해 혁신 과제의 성과를 부풀려서 대단한 혁신을 했다고 평가받으려 하지는 않는가?’라는 생각들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소위 '혁신 피로감'이라는 용어가 왜 생겨날까? 혁신을 상당 기간 상부 경영층의 의지로 밀어붙인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혁신 피로감'이란 실무자의 입장에서 의미를 느낄 수도 없고 현 상황의 개선에 큰 도움도 되지 않으며 때로는 실무를 진행하는데 장애물로까지 느껴지는 혁신 과제들의 강압적인 추진에 대한 대놓고 드러내지 못하는 불만을 이야기한다.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자 세계 일류 기업들이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하는 혁신을 전사적으로 추진하는데 왜 정작 직원들은 스스로 추진하고 있는 혁신으로부터 희망을 발견하지 못할까? 왜 그럴까?

위에서 언급한 혁신의 상징이라고 할 만한 선진 기업들을 보면 대부분 기업의 오너가 혁신의 선봉에 선다. 애플의 잡스, 페이스북의 주커버그, 구글의 브린, 테슬라의 머스크 등은 우리가 연예인급으로 인지하고 있는 오너이자 혁신의 중심인물이다. DJI나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의 기업들도 대부분 오너가 해당 사업분야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사업을 리드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기업은 어떤가? 우리의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들은 다양한 계열사를 가진 대규모 그룹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오너가 있다. 하지만 오너가 그룹 계열사의 모든 사업분야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긴 어렵다. 더구나 주요 대기업 오너는 비리와 스캔들로 휘청이고 기업의 대물림에 최우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가? 한때 모 그룹의 오너가 혁신을 외치며 그룹의 모든 면을 앞장서서 바꾸자고, 개선하겠다고 했던 그런 모습을 요즘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부자가 3대를 못 간다'라는 우리나라의 속담이 현실이 되려는 것일까?

지금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다. 중국의 급속한 경쟁력 향상과 미국의 소프트웨어적인 파워, 그리고 세계적인 경제 침체 상황에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높아지려는 분위기다. 대한민국의 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혁신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혁신이 직원들을 압박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혁신의 중심에 오너가 있어야 하고 오너가 혁신의 방향을 제대로 잡아 구심점이 되어 추진하여야 한다. 그렇기에 오너 또는 최고 경영자는 꾸준히 공부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 혁신은 큰 틀에서 먼저 이뤄져야 하고 그 큰 틀의 혁신은 실무 직원들이 아무리 밤을 새워 고생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속담에 '좁쌀이 백번 구르는 것보다 호박이 한번 구르는 게 낫다'라고 하지 않는가?


이상의 것이 필자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대한민국 기업에서의 혁신 추진에 대한 유감이다. 사실 어찌 기업의 혁신 추진에 대한 유감뿐이겠는가? 한 국가의 리더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자리이다. 2017년 새해에는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을 이끌 훌륭한 리더가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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