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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인터스텔라와 스페이스 오딧세이

2014.12.01 정철환   |  CIO KR
필자는 SF 영화를 아주 좋아한다. 출신 성분이 이공계 전공인 탓도 있겠고 개인적인 취향 탓도 있을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아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인터스텔라’ 소식을 페이스북에서 처음 접한 이후 국내 개봉일 만을 손꼽아 기다렸고 개봉하는 첫 주 주말에 예매하고는 아침에 설렘 때문에 일찍 일어날 만큼 기대가 컸다. 많은 분들이 이미 본 영화이니만큼 영화의 내용에 대해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영화란 각자가 보고 느끼는 것이 바로 그 영화가 청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일 테니 서투른 영화평을 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SF 영화의 최고봉을 접할 것을 기대했었으나 정작 관람을 마친 후에는 한 편의 휴먼 스토리 영화를 본 느낌이 들었던 것은 필자의 인터스텔라에 대한 기대가 방향이 달랐기 때문이지 영화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래도 좀 아쉽긴 하다.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그랬겠지만 필자 역시 아주 오래된 영화인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 개봉한 영화로서 SF 영화 팬 이라면 모르는 분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걸작 영화이다. 인터스텔라와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영화의 핵심 뼈대가 아주 유사하지만 스페이스 오딧세이 쪽은 휴먼 스토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진짜 하드코어 SF 영화이다. 두 영화가 비슷한 듯 하면서 아주 다른 영화인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두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아주 중요한 조연 배우가 있으니 바로 컴퓨터이다. 인터스텔라에서도 컴퓨터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본 칼럼에서는 두 영화의 조연으로 등장했던 컴퓨터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 보고 싶다.

인터스텔라에는 모두 비슷한 유형의 세 대의 컴퓨터들이 (타스와 케이스, 그리고 킵) 등장한다. 스페이스 오딧세이에는 그 유명한 컴퓨터인 할(HAL)-9000이 등장한다. 두 영화의 컴퓨터 모두 기본적으로 아주 뛰어난 인공지능 컴퓨터이다. 그러나 인터스텔라의 컴퓨터는 스스로 움직이며 돌아다닐 수 있는 반면 할은 우주선에 고정 설치된 것이 다른 점이지만 모두 아주 뛰어난 대화능력을 가졌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그리고 영화 전반에 걸쳐 사람과의 인터페이스는 거의 모두 대화에 의존한다. (인터스텔라의 컴퓨터에는 전면에 그래픽도 아닌 텍스트 기반의 모니터가 달려있다. 왜 달려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필자는 자연스러운 대화방식의 인터페이스야 말로 두 영화가 보여주는 컴퓨터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궁극적인 미래가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날 컴퓨터는 모니터와 키보드, 그리고 마우스를 기반으로 사운드 출력이 보조적인 수단으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터치 인터페이스와 디스플레이가 주요 인터페이스이다. 아직까지 현실에서는 두 영화에서처럼 대화방식이 컴퓨터의 주요 인터페이스로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컴퓨터의 인터페이스 방식이 만족스러운 상황일까? 회사의 업무 처리상황을 생각해보자. 임원이 뭔가 궁금한 것이 있을 때 ‘김대리 작년도 우리의 제품별 매출이익 월별 추이가 어떻게 되지?’ 라고 묻는다. 그러면 김대리는 열심히 컴퓨터를 조회하여 자료를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거나 또는 직접 보고를 할 것이다. 만약 대상이 CEO라면 좀 더 정리, 요약하여 대면보고를 하게 될 것이다. 또 아이들은 아빠에게 묻는다. “아빠 나무는 왜 흔들려?”, “아빠 바다는 왜 파래?”...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뭔가 궁금하거나 또는 정보가 필요할 때 물어볼 사람이 있다면 바로 물어본다. 물어볼 사람이 없을 때 비로서 컴퓨터 키보드나 마우스에 손이 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모니터를 들여다 본다. 아직까지 컴퓨터는 말이 없고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이다. 몇 년 전 애플에서 시리 인터페이스를 처음 발표했을 때 필자가 매우 감명 받았던 것은 바로 컴퓨터 인터페이스의 미래는 바로 음성을 통한 대화방식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시리야 말로 정말 애플다운 시도이며 컴퓨터 인터페이스의 미래를 열어 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시리는 한국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시리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 제약으로 초기의 기대감은 많이 사라졌다. 그래도 필자는 음성 대화를 통한 방식이 궁극적인 미래 컴퓨터 인터페이스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최근 웨어러블이 떠오르는 대세이다. 시계, 팔찌에서부터 목걸이, 안경 등 사람의 몸에 걸치는 다양한 기기의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웨어러블 역시 보다 효과적인 인터페이스를 구현한다면 음성인식 및 대화방식이 가장 적합한 방식이 될 것이다. 어차피 웨어러블 기기는 그 크기 제약 상 기존의 인터페이스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될 테니까.. 그런데 엄청나게 발전한 컴퓨터 기술이지만 사람에게는 단순한 처리가 컴퓨터에게는 아주 어려운 과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자연스러운 대화방식이 바로 그런 것 중의 하나이다.

필자가 학교에서 컴퓨터를 배우던 시절 인공지능 과목에서 예제 프로그램으로 다루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와인 추천 프로그램이었다. 저녁때 먹을 식사의 종류와 기타 몇 가지 사항을 입력하면 그날 곁들일 최적의 와인을 추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인공지능의 역사는 사람과의 대화를 모방하는 것을 아주 오래 전부터 과제로 연구해 왔다. 인공지능 컴퓨터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알려진 튜링테스트는 인간이 상대방이 컴퓨터라는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대화를 통해 얼마나 인간과 유사하게 느껴지는가를 척도로 삼는다고 한다. 그만큼 자연스러운 대화는 아주 어려운 분야이다.

인터스텔라와는 성향은 전혀 다른 SF 영화지만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한 영화 ‘Her’ 역시 궁극의 인공지능 컴퓨터는 사람과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것으로 등장한다. 얼마나 대화가 자연스러우면 주인공이 컴퓨터와 사랑에 빠지겠는가? 인공지능 연구의 초창기부터 컴퓨터와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목표로 연구해 왔으나 애플의 시리 서비스 수준을 보면 아직까지도 가야 할 길이 먼 것 같다.

SF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대화방식 인터페이스가 가져올 변화는 매우 영향력이 클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미래 컴퓨터 인터페이스의 핵심으로 등장할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기술이 덜 발전한 것일 뿐이다. 더구나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로봇 분야를 생각해 보면 더욱 더 분명해진다. 이미 일부 자동차회사는 음성인식 기능을 자동차에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관련 기술은 더욱 더 발전할 것이다. 물론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여 자연스러운 대화방식의 인터페이스가 사람과 컴퓨터 사이에 가능해진다고 해도 컴퓨터와 사랑에 빠져 컴퓨터를 질투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말이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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