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4

칼럼 | TEOTWAWKI 와 기업 경영

정철환 | CIO KR
TEOTWAWKI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온라인 단어 사전인 Wiktionary에서는 티앗와키 [ti.ɑt.wɑk.i]라고 읽는다고 한다. 마치 아메리카 원주민의 언어 같지만, 사실은 약어다. ‘The end of the world as we know it.’ 문장의 각 단어의 첫 문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세상의 종말에 대해 관심이 많은 종말론자나 서바이벌 전문가가 주로 사용하는 말로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의 끝’이 도래할 것에 대비하고 필요한 준비를 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예를 들면 핵전쟁이 발발하거나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거나 또는 치명적인 전염병이 세상을 휩쓸 때와 같이 기존 인류 문명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을 의미하며 여기에 대해 대비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최근 세계 상황은 2019년 말에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초비상 상황이다. 근원지인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한민국을 비롯하여 일본, 유럽까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항공업을 비롯한 여행업계는 치명타를 입고 있고 영화나 공연 등 사람들이 모이는 산업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확진자의 동선에 따라 유통업계, 외식업계가 받는 영향도 크다. 매우 많은 기업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영상의 타격이 예상되지만 이러한 상황에 대비했던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다. 반면 언론에서 화제가 되었던 바와 같이 마스크 업계는 초호황을 누리고 있고 진단 시약을 제조하는 업체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향후 백신이 개발되면 관련 제약사 역시 엄청난 매출 신장이 있을 것이다. 이들 기업 역시 이러한 상황에 대비했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전세계적인 위기 상황은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잦아들 것이다. 봄을 지나 여름으로 가면서, 또는 백신이나 효과적인 치료약이 개발되면서 점차 안정화되고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의료기관이나 정부기관은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재난적인 감염병 대응 체계를 철저하게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 및 국가의 수준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기업의 경영에서도 TEOTWAWKI 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다만 대상이 전염병의 확산이 아니라는 것일 뿐.

인터넷 은행의 설립 인가가 나고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이후 금융권의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지점이 하나도 없는 카카오뱅크가 엄청난 수의 고객을 끌어모으며 출범 2년 만에 1,000만 가입자와 흑자전환을 이루었다. 또한 작년 하반기 오픈뱅킹이 추진되면서 향후 금융권의 지형은 크게 바뀔 수 있다. 인공지능과 인터넷, 모바일의 결합은 금융업에서 사업 확장에 제약 사항이었던 지점의 확대 및 고용 인력의 확충 이슈를 극복하고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한 효율적이고 파격적인 성장 가능성을 열었다.

얼마 전 타다 운영의 불법성에 대한 1심 선고에서 법원은 타다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미 택시 업계와 오랜 기간 충돌하고 있던 상황에서 타다의 합법성 인정은 결국 택시 업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향후 자율주행 기술의 보급은 운송업계 전체를 바꾸게 될 것이다.

롯데그룹은 그룹 산하의 백화점 및 마트 매장 700곳 중에서 200곳 이상을 3~5년 이내에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매장 축소를 통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유통업이 인터넷 쇼핑의 확대에 따라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결과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소매업의 종말’이라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식료품의 새벽 배송이 몰고 올 변화는 동네의 마트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대한민국의 영화인 ‘기생충’이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는 경사가 있었다. 그 무렵 한 방송에서 봉준호 감독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각종 SNS로 이미 연결돼 있고, 이제는 외국어 영화가 이런 상을 받는 것이 사건으로 취급되지도 않을 것 같다. 모든 게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상징되는 글로벌 OTT(over the top) 미디어 서비스는 이미 국경을 초월하여 전세계 방송과 영화 등 기존 미디어 업계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불러왔다.

몇 가지 예를 들었을 뿐이지만 디지털, 인공지능, 모바일, 빅데이터 등의 결합을 통한 세상의 변화는 이미 2020년 이전의 기업 경영환경은 종말을 맞이해가고 있음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The end of the world as we know it’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바이벌 전문가들은 1%의 가능성도 없는 핵전쟁이나 운석 충돌 등의 상황에 대비하는 방법을 책으로까지 출판했다. 하지만 디지털이 가져올 세상의 변화는 거의 100%에 가까운 확률이다. 그런데도 TEOTWAWKI 상황에 준비하지 않는다면 생존 가능성은 매우 낮아질 뿐이다.
 
마지막으로 전세계적인 재난에 가까운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최고 수준의 진단 및 확산 방지 대책을 수립, 실행하고 있는 정부와 관련 보건 당국의 수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보건, 방역 체계가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림 없는 대응 체계를 더욱더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독자 여러분들도 무사하게 이번 사태를 지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제조업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2020.03.04

칼럼 | TEOTWAWKI 와 기업 경영

정철환 | CIO KR
TEOTWAWKI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온라인 단어 사전인 Wiktionary에서는 티앗와키 [ti.ɑt.wɑk.i]라고 읽는다고 한다. 마치 아메리카 원주민의 언어 같지만, 사실은 약어다. ‘The end of the world as we know it.’ 문장의 각 단어의 첫 문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세상의 종말에 대해 관심이 많은 종말론자나 서바이벌 전문가가 주로 사용하는 말로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의 끝’이 도래할 것에 대비하고 필요한 준비를 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예를 들면 핵전쟁이 발발하거나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거나 또는 치명적인 전염병이 세상을 휩쓸 때와 같이 기존 인류 문명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을 의미하며 여기에 대해 대비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최근 세계 상황은 2019년 말에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초비상 상황이다. 근원지인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한민국을 비롯하여 일본, 유럽까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항공업을 비롯한 여행업계는 치명타를 입고 있고 영화나 공연 등 사람들이 모이는 산업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확진자의 동선에 따라 유통업계, 외식업계가 받는 영향도 크다. 매우 많은 기업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영상의 타격이 예상되지만 이러한 상황에 대비했던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다. 반면 언론에서 화제가 되었던 바와 같이 마스크 업계는 초호황을 누리고 있고 진단 시약을 제조하는 업체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향후 백신이 개발되면 관련 제약사 역시 엄청난 매출 신장이 있을 것이다. 이들 기업 역시 이러한 상황에 대비했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전세계적인 위기 상황은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잦아들 것이다. 봄을 지나 여름으로 가면서, 또는 백신이나 효과적인 치료약이 개발되면서 점차 안정화되고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의료기관이나 정부기관은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재난적인 감염병 대응 체계를 철저하게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 및 국가의 수준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기업의 경영에서도 TEOTWAWKI 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다만 대상이 전염병의 확산이 아니라는 것일 뿐.

인터넷 은행의 설립 인가가 나고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이후 금융권의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지점이 하나도 없는 카카오뱅크가 엄청난 수의 고객을 끌어모으며 출범 2년 만에 1,000만 가입자와 흑자전환을 이루었다. 또한 작년 하반기 오픈뱅킹이 추진되면서 향후 금융권의 지형은 크게 바뀔 수 있다. 인공지능과 인터넷, 모바일의 결합은 금융업에서 사업 확장에 제약 사항이었던 지점의 확대 및 고용 인력의 확충 이슈를 극복하고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한 효율적이고 파격적인 성장 가능성을 열었다.

얼마 전 타다 운영의 불법성에 대한 1심 선고에서 법원은 타다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미 택시 업계와 오랜 기간 충돌하고 있던 상황에서 타다의 합법성 인정은 결국 택시 업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향후 자율주행 기술의 보급은 운송업계 전체를 바꾸게 될 것이다.

롯데그룹은 그룹 산하의 백화점 및 마트 매장 700곳 중에서 200곳 이상을 3~5년 이내에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매장 축소를 통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유통업이 인터넷 쇼핑의 확대에 따라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결과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소매업의 종말’이라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식료품의 새벽 배송이 몰고 올 변화는 동네의 마트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대한민국의 영화인 ‘기생충’이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는 경사가 있었다. 그 무렵 한 방송에서 봉준호 감독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각종 SNS로 이미 연결돼 있고, 이제는 외국어 영화가 이런 상을 받는 것이 사건으로 취급되지도 않을 것 같다. 모든 게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상징되는 글로벌 OTT(over the top) 미디어 서비스는 이미 국경을 초월하여 전세계 방송과 영화 등 기존 미디어 업계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불러왔다.

몇 가지 예를 들었을 뿐이지만 디지털, 인공지능, 모바일, 빅데이터 등의 결합을 통한 세상의 변화는 이미 2020년 이전의 기업 경영환경은 종말을 맞이해가고 있음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The end of the world as we know it’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바이벌 전문가들은 1%의 가능성도 없는 핵전쟁이나 운석 충돌 등의 상황에 대비하는 방법을 책으로까지 출판했다. 하지만 디지털이 가져올 세상의 변화는 거의 100%에 가까운 확률이다. 그런데도 TEOTWAWKI 상황에 준비하지 않는다면 생존 가능성은 매우 낮아질 뿐이다.
 
마지막으로 전세계적인 재난에 가까운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최고 수준의 진단 및 확산 방지 대책을 수립, 실행하고 있는 정부와 관련 보건 당국의 수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보건, 방역 체계가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림 없는 대응 체계를 더욱더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독자 여러분들도 무사하게 이번 사태를 지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제조업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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