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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CPU와 메모리 그리고 SSD

2012.09.03 정철환   |  CIO KR
컴퓨터 하드웨어의 발전은 기술의 발전이 얼마나 빠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특히 컴퓨터 CPU의 발전은 메모리 집적도의 발전과 함께 하면서 컴퓨터 하드웨어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킨 핵심 기술분야다. 단순히 CPU의 속도가 빨라지고 메모리의 용량이 늘어나는 것이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 및 컴퓨터의 응용분야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된 배경이 되었다.

초기 8비트, 16비트 CPU와 KB단위의 메모리에서는 불가능하던 응용분야가 32비트 CPU, MB 단위의 메모리에서는 가능하게 되었고 텍스트 위주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지금 모두가 사용하고 있는 그래픽 기반의 운영체제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물론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분야 역시 눈부신 발전을 해 왔으나 이는 하드웨어의 성능 발전이라는 배경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오랜 컴퓨터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기술 발전 초기에 탄생한 기술이 아직까지 변화되지 않은 분야가 하드디스크 분야다. 물론 용량이 비약적으로 커지고 회전속도도 빨라지며 데이터 검색 속도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회전하는 디스크와 데이터를 읽고 쓰는 자기 헤드 방식으로 이루어진 물리적인 구성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적인 배경으로 인해 대용량의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반드시 사용되어야 하는 디스크 기반의 스토리지 분야는 컴퓨터 하드웨어 분야에서 CPU 및 메모리의 속도 발전을 따라잡기 위해 다양한 기술들이 적용되었다. 메모리를 중간 임시 기억장소로 사용하는 캐시 기법, 하드디스크를 여러 개 사용하여 데이터를 분산하여 저장하고 이를 읽을 때 여러 개의 디스크에서 읽어 속도를 높이는 RAID 기술, 그리고 데이터를 작은 단위로 분할하여 사용빈도에 따라 다른 속도의 디스크에 저장하는 기술 등 많은 기술들이 스토리지 분야에서 그 동안의 기술발전으로 이룬 성과들이다.

그리고 데이터베이스의 데이터들이 대부분 대용량이기 때문에 스토리지에 저장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접근 속도를 높이기 위해 데이터베이스도 다양한 기술들을 개발하여 데이터의 접근 속도 및 검색 속도를 향상시켜왔다.

하지만 반도체 메모리의 단위 용량당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서버 하드웨어의 주메모리 용량의 증대는 물론 이제는 스토리지의 디스크 단에 SSD를 사용하는 것이 점차 비용을 감안했을 때 현실적인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SSD가 보편화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까?

SSD는 이미 일부 하이앤드 노트북에서 하드디스크를 밀어내고 데이터 저장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별도로 판매하는 SSD도 128GB 용량의 제품이 10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물론 기업의 스토리지를 구성하는 SSD의 경우에는 노트북에 사용되는 것 보다는 신뢰성이 더 요구되기 때문에 가격이 아직까지는 고가일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점차 가격이 낮아지리라는 건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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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HDD가 SSD도 대체되면 데이터의 접근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 현상이지만 필자는 여기에는 꽤 큰 변화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우선 스토리지 제품 분야의 기술체계 및 경쟁구도에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스토지리 업체들의 기술력은 누가 더 빠른 데이터 접근 속도를 제공하는가에 다양한 기술들을 접목하여 자사 제품의 차별화를 꾀했다면, SSD가 스토리지 전체에 기본 유닛으로 탑재돼 지금까지 각 사가 가지고 있는 기술적인 차별화 요소 이상으로 속도가 빨라져서 상대적으로 차별화 요소를 가져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두번째로 기업 내 데이터 활용 범위의 증대가 가능할 것이다. 이전까지는 전체 데이터에 대한 분석작업이 속도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면 SSD가 보편화되면 이러한 작업을 위한 하드웨어의 속도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데이터의 활용범위가 늘어날 것이다.

세번째로는 SSD가 가진 저전력, 초소형, 안정적인 하드웨어 특성 등으로 인해 스토리지 분야에 새로운 응용제품들이 등장할 수 있다고 본다. 필자가 어떤 새로운 제품이 등장할 지 예측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만한 능력은 안된다. 하지만 그 동안의 IT 기술발전 동향을 감안할 때 물리적인 사이즈의 축소는 단순한 사이즈의 축소만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이는 곧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새로운 응용 분야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필자가 근무하는 기업의 ERP 인프라를 다음 세대로 교체하기 위한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 서버 분야에서의 성능 발전과 네트워크 기술 발전에 따른 대역폭의 비약적인 증대와 함께 스토리지 분야에서 이제는 SSD가 현실적으로 검토 가능한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아직까지 기업에서 필요한 테라바이트 단위의 모든 스토리지들을 SSD로만 구성하려면 비용이 많이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스토리지 영역 중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선택적으로 SSD를 사용하여야 하겠지만 수년 내에 테라바이트 단위의 모든 스토리지를 SSD로 구성해도 비용적으로 검토 가능한 때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서버의 성능 향상과 네트워크의 기술발전과 함께 주요한 IT인프라 분야인 스토리지 영역에서의 비약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오랜 인류의 기술발전 역사를 돌이켜보면 개선과 혁신이 함께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개선은 기존의 체계를 유지하면서 발전시키는 것이라면 혁신은 근본적으로 다른 방법으로 변화를 꾀하는 것은 아닐까? 그 동안 HDD 업계가 디스크의 회전속도를 증가시키고 단위 면적 당 기록할 수 있는 데이터의 밀도를 증가시키며 디스크의 IO 방식을 개선해 온 것이 개선이라면 회전하는 디스크를 없애고 반도체 메모리로만 스토리지를 구성하는 방식이 혁신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막 전환되기 시작한 SSD 기반의 스토리지 분야가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을 확대할 지 기대된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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