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6

김진철의 How-to-Big Data | 빅데이터 조직과 시스템 (11)

김진철 | CIO KR
위계 중심 조직 VS. 역할 중심 조직 – 어떤 조직 운영 모델이 정답인가?
이전에 필자가 쓴 스물아홉번째 글에서 데이터 과학팀에서 리더 자신이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 중의 하나로 위계 중심 조직으로 운영되던 기업에서 역할 중심 조직에서 운영되기 적합한 기능인 데이터 과학팀을 도입하면서 생기는 리더십의 차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데이터 과학팀이 기민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기업 비즈니스의 당면한 현안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과적으로 해법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위계 중심 조직이 아니라 팀원들 각각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해서 일할 수 있는 역할 중심 조직으로 운영되고 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소개하였다.

그렇다면, 위계 중심 조직으로서 성공 가도를 달려온 전통적인 기업이 데이터 과학팀을 포함한 역할 중심 조직을 포용해서 수평적이고 빠른 정보 교환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문제를 이번 글에서는 같이 생각해 보자.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국인 엔지니어인 유호현 님은 최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중심으로 많이 채택된 역할조직(또는 필자의 표현으로는 역할 중심 조직) 모델과 우리나라 대기업을 포함한 과거 대부분 기업이 채용하고 있는 조직 모델인 위계조직(또는 필자의 표현으로는 위계 중심 조직) 간의 차이를 다음의 표 1과 같이 잘 설명하고 있다.

표 1. 위계 중심 조직과 역할 중심 조직의 차이점. (표 출처: [4])
  위계 조직 (위계 중심 조직) 역할 조직 (역할 중심 조직)
특징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 각 구성원에 분산된 의사결정,
∙ 자신의 역할에 대한 의사결정
호칭 위계를 표현(과장, 부장, 사장 등) 역할을 나타냄 (엔지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엔지니어링 매니저, CEO, COO CFO 등)
장점 빠른 의사결정과 수행 변화에 빠르게 대처
단점 ∙ 변화와 혁신에 취약
∙ 소수 의사결정권자의 능력에 따라 조직의 퍼포먼스가 좌우됨
∙ 각 조직원의 목표와 가치관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많은 혼란이 생기므로 미션, 핵심가치 등이 중요함
∙ 각 개개인의 의사결정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채용에 많은 비용 발생
이상적 구성원 내려온 일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사람
자신의 역할에 책임을 지고
신중하고 탁월한 의사결정을 하여
자신이 맡은 미션을 수행하는 사람


위계 중심 조직은 뛰어난 리더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리더 밑에서 일하는 일반 구성원은 리더의 지시사항을 충실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역할 중심 조직에서는 각 구성원에게 의사결정권이 분배되어 있고 각 구성원의 역량과 의사결정에 조직의 성패가 크게 달려 있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 구성원을 뛰어난 사람으로 뽑아야 하며, 이 때문에 채용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위계 중심 조직은 우리나라의 제조업 회사와 같이 회사의 리더들과 엘리트들이 설계하고 기획한 내용을 대다수 구성원이 빠르고 충실하게 실행하여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여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회사에 적합하기 때문에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이 많이 채택하고 있는 조직 운영 모델이다. 위계 중심 모델은 비즈니스 모델이나 상품이 크게 변화하지 않고 확립된 전통적인 산업 분야나 사업에서 효과적이다. 기업의 주력이 되는 상품의 종류와 업의 근본이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짜여 있는 프로세스와 상품 개발 과정에 따라서 신속하게 상품만 만들어 팔면 수익이 나는 비즈니스에 적합한 조직 운영 방식이다.

반면 역할 중심 조직은 변화가 심하고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는 기업 조직에 적합한 방식이다. 이런 이유로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을 중심으로 많이 채택되고 있는 조직 운영 모델이다. 사실 이런 조직 운영 모델이 이미 어느 정도 확립되어 있어서 실리콘밸리 혁신 기업이 우리 회사는 이런 조직 운영 모델을 채택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조직 운영을 했다기보다는,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발전시킨 조직 운영 모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역할 중심 조직 모델을 채택하고 있는 많은 기업이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것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다. 하드웨어나 눈에 보이는 상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보다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중심이 되는 회사들이 왜 역할 중심 조직 모델을 채택하는 경우가 더 많을까? 왜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많은 스타트업들이 수평적 조직 구조를 중시하고, 역할 중심 조직 모델을 많이 채택하려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이들이 만드는 상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프트웨어의 특성과, 실리콘밸리의 발전 과정에서 생겨난 독특한 상황 및 문화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소프트웨어는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프로그래밍 언어로 표현하여 눈에 보이는 실체로 만들어내야 하는 상품이다. 이러다 보니 개발 처음부터 개발할 상품의 최종 모습이 어떤 형태일지 완전하게 그려내기가 쉽지가 않다. 하드웨어 제품도 최종 상품으로 만들어내기 전까지는 발명자의 생각을 디자인과 설계도로 표현하고 구현하는 과정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실물을 직접 다루어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하드웨어는 최종 상품이 어떤 모습을 하고 고객에게 어떤 효용을 전달할지를 구체화하기가 소프트웨어보다 훨씬 쉽다.
 


이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많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소프트웨어를 패키지 형태로 팔기보다는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통신, 그리고 휴대폰이나 임베디드 시스템을 이용해 고객과 상호작용하면서 지능적인 서비스나 혜택을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다. 서비스 상품이 성공할 경우 인터넷을 통해 고객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급격하게 늘려 사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고, 이런 특성 때문에 고객의 서비스 상품에 대한 반응과 피드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쉬워 시장의 반응을 좀더 기민하고 신속하게 관찰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작동 여부, 성공 여부를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고객과의 소통과 상품의 배포를 신속하고 빠르게 할 수 있는 장점을 이용해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기반한 서비스 상품에 대한 고객의 반응과 피드백을 수집하여 비즈니스 모델에 반영하고 비즈니스 모델 실행 초반의 위험을 많이 낮출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오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단점도 있다. 비즈니스 시스템과 소프트웨어에 결함이 있을 경우 사업의 빠른 확장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거나 사업이 한창 성장하는 과정에서 제품에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비즈니스의 성장세가 급격하게 꺾여 사업이 빨리 쇠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상품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는 기업들의 경우 대기업과 같이 자원과 인력이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에서 시작하는 경우보다는 대개 적은 수의 사람들이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급격한 비즈니스 성장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비즈니스 지원 시스템과 서비스 플랫폼을 확장성 있게 적절한 시점에 갖추기가 쉽지 않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비즈니스 확장 시점에서 고객의 수요와 기대를 적절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고품질의 서비스를 적은 수의 사람들이 신속하게 내놓기 위해서는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

이렇게 스타트업과 같이 자원과 인력이 넉넉지 않은 조직에서는 한번의 실수도 조직의 존망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비즈니스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고 실험해왔는데, 역할 중심 모델에 기초한 조직 관리도 그 중 하나였던 것이다. 자원과 조직이 넉넉지 않은 기업에서 최고의 효율로 성공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만들어가기 위해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의 역량이 아쉬웠을 것이니 역할별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전문가를 뽑고, 이들이 어울려 일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일찍부터 고민했던 것이다.

데이터 과학자라는 역할도 이런 고민 속에 만들어졌을 것이다. 지난 2012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데이터 과학자: 21세기의 가장 인기 있는 직업(Data Scientist: The Sexiest Job of the 21st Century)’이라는 글을 써서 현대적인 의미의 데이터 과학자라는 직업의 개념을 처음으로 세상에 소개한 것은 당시 한창 성장하고 있던 링크트인(LinkedIn)에서 근무하던 디제이 파틸(DJ Patil)과 제프 해머바커(Jeff Hammerbacher)이다. 이들이 데이터 과학자라는 말을 소개한 것은 당시 스타트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해가던 링크트인에서 전문가들의 SNS 서비스라는 링크트인의 비즈니스를 최적화하기 위해 자신들이 하던 일을 소개하면서부터였다.  

위와 같이 데이터 과학자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IT 산업계에서 새롭게 주목받게 된 배경과 이유, 그리고, 왜 데이터 과학자가 일하는 환경과 근무 여건이 수평적 관계와 유연함, 개인별 탁월함을 요구하는 역할 중심 조직 운영 모델에 적합한지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및 혁신 문화가 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서 이해할 수 있다. 데이터 과학은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들과 모험적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사업가들이 자신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위험을 최대한 줄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비즈니스의 확장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 운영 모델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등장하게 되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데이터 과학과 데이터 과학자를 활용하는 것은 자신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오는 위험을 줄이고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취하는 체계적인 방법이었다. 이전의 스물다섯번째 글부터 지난 서른한번째 글에 이르기까지 수시로 강조했듯이, 기존 기업이 데이터 과학과 데이터 과학자를 활용하는 것은, 특히나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의 위계 중심 조직에서는, 역할 중심 조직과 데이터 과학은 조직 운영을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영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에 정착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한편으로 모든 기업이 데이터 과학과 데이터 과학자를 활용하기 위해 역할 중심 조직으로 하루아침에 조직 운영 시스템을 바꿀 수도 없는 일이다. 기업의 주력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과 업에 따라, 특히 상품의 수명 주기(lifecycle)가 길고 기술 혁신이 빠르게 일어나지 않아 상품의 개발과 판매, 유통 과정이 어느 정도의 시간을 거쳐 정형화된 프로세스로 정의될 수 있는 비즈니스에서는 여전히 위계 중심 조직 모델이 빠른 실행을 통한 경쟁 우위를 지킬 수 있는 좋은 조직 운영 모델이다.

어떻게 위계 중심 조직 모델을 가진 기업이 역할 중심 조직 모델의 장점을 채용하면서 데이터 과학과 데이터 과학자들이 주는 이점을 활용할 수 있을까?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이 요구되는 시대적인 트렌드에 맞게 어떻게 하면 조직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기업 경영과 조직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인위적인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가능하게 하는 방법으로 제시되는 최근의 한 방법론을 같이 살펴보도록 하자. 바로 브라이언 J. 로버트슨에 의해 제안된 ‘홀라크라시(Holacracy)’이다.

위계 중심 조직에서 역할 중심 조직으로 – 홀라크라시 살펴보기

우리가 보통 일하는 조직은 구성원이 역량과 경험 수준 차이에 따라 위계를 가지도록 구성되며, 이런 위계를 직급으로 표현한다. 직급이 높을수록 더 많은 권한과 영향력을 가지며, 더 많은 권한과 영향력을 가질수록 조직에서 더 많은 보상과 혜택을 누리게 된다. 위계 중심 조직에서는 조직 위계 구조상의 위치에 요구되는 역량과 자질을 온전하게 갖추고, 각 위치에 필요한 역할을 객관적이고 온전하게 수행하는 사람들이 각 위계 구조상의 위치에 자리잡고 일을 한다는 가정하에 업무를 조직하고 진행하게 된다(위 그림 1의 왼편 그림 참고).

하지만, 위계적인 기업 구조가 실제 업무에서 동작하는 방식은 이런 가정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우선 사람이 로봇과 같이 입력된 명령만을 정확하게 수행하여 각 위계 구조상의 위치에서 기대되는 역할만을 하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감정을 가지고 있고, 각 위계 구조상의 위치에 기대되는 역할과 각 위치 간의 역할 관계 외에도 개개인 간의 이해관계와 사적인 인간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특성의 다면적인 관계를 구성원이 맺고 있다. 이렇게 감정을 가진 존재로서 맺는 서로 간의 관계, 위계 구조상의 역할에 기대되는 공적인 관계 외의 사적이고 이해관계에 얽힌 다양한 양상의 인간관계가 각 역할을 맡은 사람들 간의 상호 작용이 기대되는 목적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사내 정치와 다양한 부작용에 시달리게 하는 원인이 된다.

위계 중심 조직에서는 위계 구조의 상위 위계에 위치한 역할일수록 더 많은 권한과 영향력을 가지게 되며, 더 많은 권한과 영향력을 가질수록 더 많은 보상과 혜택을 누리게 된다. 더 많은 권한과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은 조직 운영에 중요한 의사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그만큼 많은 역량과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위계 구조상의 상위 위계에 위치할수록 뛰어난 역량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 그 자리에서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의미도 되지만, 반대로 그만큼의 뛰어난 역량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 그 역량과 자질에 맞는 자리에 위치하지 못하게 되면 그 사람의 역량과 능력이 낭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 자리에 걸맞은 역량과 자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높은 자리의 역할을 맡게 되면, 그 자리의 하위 위계에 위치한 구성원의 업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대부분 조직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이 승진을 통해서 위계 조직상의 상위 직급과 업무를 맡게 되고, 이에 대한 보상과 혜택을 추가로 받는다. 대부분 회사나 조직에서 상위 직급 또는 보직으로의 승진과 이에 따라 받는 보상과 혜택은 조직원들이 좀더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하는 동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렇게 상위 직급, 보직에서 일하면서 받는 보상과 혜택은 사람들이 보통 원하지만, 상위 직급, 보직에 일하면서 많아지는 일과 책임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위 직급과 보직에서 주는 혜택과 보상을 받기 위해 많은 조직에서 상위 직급으로 가능하면 빠르게 승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써서 승진하는 사람들이 항상 그 자리에 걸맞은 역량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상위 직급에 있는 구성원이 보상과 혜택은 누리지만 직급과 보직에 요구되는 역량과 자질을 갖추지 못하고 일과 책임을 충실하게 감당하지 않거나 자신의 아래 위계에 위치한 구성원에게 돌리는 경우에는 그 위계 아래의 조직이 조직에서 기대되는 역할을 온전하게 하길 기대하기 어렵다.

이렇게 상위 직급과 보직이 주는 혜택과 보상, 그리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에만 마음이 있어 수단과 방법으로 가리지 않고 승진만을 추구하는 사람이 위계 중심 조직에서 상위 위계에 해당하는 자리에 있으면 자신의 자리로 승진할 것 같은 경쟁자들을 없애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입장에서야 자신이 조직으로부터 받는 혜택과 보상을 지키기 위한 선택일 수 있겠지만, 이런 조직의 역동이 조직 전체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위계 중심 조직에서는 상위 위계로 갈수록 자리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얼마 안 되는 자리를 두고 서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과정이, 하나의 생명체와 같이 조직 내 모든 역할이 건강하게 조화를 이루어 한몸처럼 작동해야 조직이 생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우에 따라 암세포와 같은 많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홀라크라시는 기존 위계 중심 조직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라이언 J. 로버트슨이 창안한 조직 운영 체계이다. 과거 자신이 운영한 회사를 포함해 전통적인 위계 중심 조직에서 가정하는 것들과 실제 현실에서 사회적, 감정적 존재로서 사람의 본성이 달라 생기는 다양한 부작용들을 극복할 수 있는 조직 운영 방법과 체계를 고민하다 만든 체계이다.

홀라크라시는 새로운 조직 운영 체계이기도 하지만, 기존의 위계 중심 조직이 역할 중심 조직으로 변화, 진화하는 것을 촉진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홀라크라시를 채택하는 기업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인 기업이나 조직의 대표, 또는 가장 많은 권한과 권력을 가진 CEO가 자신이 가진 권한과 권력을 홀라크라시 헌장에 위임하는 것을 전 구성원에게 공표하는 것이 홀라크라시가 추구하는 역할 중심 조직으로의 조직 운영 시스템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2019.08.26

김진철의 How-to-Big Data | 빅데이터 조직과 시스템 (11)

김진철 | CIO KR
위계 중심 조직 VS. 역할 중심 조직 – 어떤 조직 운영 모델이 정답인가?
이전에 필자가 쓴 스물아홉번째 글에서 데이터 과학팀에서 리더 자신이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 중의 하나로 위계 중심 조직으로 운영되던 기업에서 역할 중심 조직에서 운영되기 적합한 기능인 데이터 과학팀을 도입하면서 생기는 리더십의 차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데이터 과학팀이 기민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기업 비즈니스의 당면한 현안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과적으로 해법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위계 중심 조직이 아니라 팀원들 각각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해서 일할 수 있는 역할 중심 조직으로 운영되고 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소개하였다.

그렇다면, 위계 중심 조직으로서 성공 가도를 달려온 전통적인 기업이 데이터 과학팀을 포함한 역할 중심 조직을 포용해서 수평적이고 빠른 정보 교환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문제를 이번 글에서는 같이 생각해 보자.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국인 엔지니어인 유호현 님은 최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중심으로 많이 채택된 역할조직(또는 필자의 표현으로는 역할 중심 조직) 모델과 우리나라 대기업을 포함한 과거 대부분 기업이 채용하고 있는 조직 모델인 위계조직(또는 필자의 표현으로는 위계 중심 조직) 간의 차이를 다음의 표 1과 같이 잘 설명하고 있다.

표 1. 위계 중심 조직과 역할 중심 조직의 차이점. (표 출처: [4])
  위계 조직 (위계 중심 조직) 역할 조직 (역할 중심 조직)
특징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 각 구성원에 분산된 의사결정,
∙ 자신의 역할에 대한 의사결정
호칭 위계를 표현(과장, 부장, 사장 등) 역할을 나타냄 (엔지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엔지니어링 매니저, CEO, COO CFO 등)
장점 빠른 의사결정과 수행 변화에 빠르게 대처
단점 ∙ 변화와 혁신에 취약
∙ 소수 의사결정권자의 능력에 따라 조직의 퍼포먼스가 좌우됨
∙ 각 조직원의 목표와 가치관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많은 혼란이 생기므로 미션, 핵심가치 등이 중요함
∙ 각 개개인의 의사결정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채용에 많은 비용 발생
이상적 구성원 내려온 일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사람
자신의 역할에 책임을 지고
신중하고 탁월한 의사결정을 하여
자신이 맡은 미션을 수행하는 사람


위계 중심 조직은 뛰어난 리더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리더 밑에서 일하는 일반 구성원은 리더의 지시사항을 충실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역할 중심 조직에서는 각 구성원에게 의사결정권이 분배되어 있고 각 구성원의 역량과 의사결정에 조직의 성패가 크게 달려 있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 구성원을 뛰어난 사람으로 뽑아야 하며, 이 때문에 채용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위계 중심 조직은 우리나라의 제조업 회사와 같이 회사의 리더들과 엘리트들이 설계하고 기획한 내용을 대다수 구성원이 빠르고 충실하게 실행하여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여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회사에 적합하기 때문에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이 많이 채택하고 있는 조직 운영 모델이다. 위계 중심 모델은 비즈니스 모델이나 상품이 크게 변화하지 않고 확립된 전통적인 산업 분야나 사업에서 효과적이다. 기업의 주력이 되는 상품의 종류와 업의 근본이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짜여 있는 프로세스와 상품 개발 과정에 따라서 신속하게 상품만 만들어 팔면 수익이 나는 비즈니스에 적합한 조직 운영 방식이다.

반면 역할 중심 조직은 변화가 심하고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는 기업 조직에 적합한 방식이다. 이런 이유로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을 중심으로 많이 채택되고 있는 조직 운영 모델이다. 사실 이런 조직 운영 모델이 이미 어느 정도 확립되어 있어서 실리콘밸리 혁신 기업이 우리 회사는 이런 조직 운영 모델을 채택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조직 운영을 했다기보다는,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발전시킨 조직 운영 모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역할 중심 조직 모델을 채택하고 있는 많은 기업이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것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다. 하드웨어나 눈에 보이는 상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보다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중심이 되는 회사들이 왜 역할 중심 조직 모델을 채택하는 경우가 더 많을까? 왜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많은 스타트업들이 수평적 조직 구조를 중시하고, 역할 중심 조직 모델을 많이 채택하려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이들이 만드는 상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프트웨어의 특성과, 실리콘밸리의 발전 과정에서 생겨난 독특한 상황 및 문화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소프트웨어는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프로그래밍 언어로 표현하여 눈에 보이는 실체로 만들어내야 하는 상품이다. 이러다 보니 개발 처음부터 개발할 상품의 최종 모습이 어떤 형태일지 완전하게 그려내기가 쉽지가 않다. 하드웨어 제품도 최종 상품으로 만들어내기 전까지는 발명자의 생각을 디자인과 설계도로 표현하고 구현하는 과정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실물을 직접 다루어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하드웨어는 최종 상품이 어떤 모습을 하고 고객에게 어떤 효용을 전달할지를 구체화하기가 소프트웨어보다 훨씬 쉽다.
 


이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많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소프트웨어를 패키지 형태로 팔기보다는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통신, 그리고 휴대폰이나 임베디드 시스템을 이용해 고객과 상호작용하면서 지능적인 서비스나 혜택을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다. 서비스 상품이 성공할 경우 인터넷을 통해 고객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급격하게 늘려 사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고, 이런 특성 때문에 고객의 서비스 상품에 대한 반응과 피드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쉬워 시장의 반응을 좀더 기민하고 신속하게 관찰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작동 여부, 성공 여부를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고객과의 소통과 상품의 배포를 신속하고 빠르게 할 수 있는 장점을 이용해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기반한 서비스 상품에 대한 고객의 반응과 피드백을 수집하여 비즈니스 모델에 반영하고 비즈니스 모델 실행 초반의 위험을 많이 낮출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오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단점도 있다. 비즈니스 시스템과 소프트웨어에 결함이 있을 경우 사업의 빠른 확장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거나 사업이 한창 성장하는 과정에서 제품에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비즈니스의 성장세가 급격하게 꺾여 사업이 빨리 쇠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상품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는 기업들의 경우 대기업과 같이 자원과 인력이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에서 시작하는 경우보다는 대개 적은 수의 사람들이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급격한 비즈니스 성장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비즈니스 지원 시스템과 서비스 플랫폼을 확장성 있게 적절한 시점에 갖추기가 쉽지 않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비즈니스 확장 시점에서 고객의 수요와 기대를 적절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고품질의 서비스를 적은 수의 사람들이 신속하게 내놓기 위해서는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

이렇게 스타트업과 같이 자원과 인력이 넉넉지 않은 조직에서는 한번의 실수도 조직의 존망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비즈니스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고 실험해왔는데, 역할 중심 모델에 기초한 조직 관리도 그 중 하나였던 것이다. 자원과 조직이 넉넉지 않은 기업에서 최고의 효율로 성공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만들어가기 위해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의 역량이 아쉬웠을 것이니 역할별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전문가를 뽑고, 이들이 어울려 일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일찍부터 고민했던 것이다.

데이터 과학자라는 역할도 이런 고민 속에 만들어졌을 것이다. 지난 2012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데이터 과학자: 21세기의 가장 인기 있는 직업(Data Scientist: The Sexiest Job of the 21st Century)’이라는 글을 써서 현대적인 의미의 데이터 과학자라는 직업의 개념을 처음으로 세상에 소개한 것은 당시 한창 성장하고 있던 링크트인(LinkedIn)에서 근무하던 디제이 파틸(DJ Patil)과 제프 해머바커(Jeff Hammerbacher)이다. 이들이 데이터 과학자라는 말을 소개한 것은 당시 스타트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해가던 링크트인에서 전문가들의 SNS 서비스라는 링크트인의 비즈니스를 최적화하기 위해 자신들이 하던 일을 소개하면서부터였다.  

위와 같이 데이터 과학자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IT 산업계에서 새롭게 주목받게 된 배경과 이유, 그리고, 왜 데이터 과학자가 일하는 환경과 근무 여건이 수평적 관계와 유연함, 개인별 탁월함을 요구하는 역할 중심 조직 운영 모델에 적합한지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및 혁신 문화가 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서 이해할 수 있다. 데이터 과학은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들과 모험적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사업가들이 자신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위험을 최대한 줄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비즈니스의 확장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 운영 모델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등장하게 되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데이터 과학과 데이터 과학자를 활용하는 것은 자신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오는 위험을 줄이고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취하는 체계적인 방법이었다. 이전의 스물다섯번째 글부터 지난 서른한번째 글에 이르기까지 수시로 강조했듯이, 기존 기업이 데이터 과학과 데이터 과학자를 활용하는 것은, 특히나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의 위계 중심 조직에서는, 역할 중심 조직과 데이터 과학은 조직 운영을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영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에 정착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한편으로 모든 기업이 데이터 과학과 데이터 과학자를 활용하기 위해 역할 중심 조직으로 하루아침에 조직 운영 시스템을 바꿀 수도 없는 일이다. 기업의 주력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과 업에 따라, 특히 상품의 수명 주기(lifecycle)가 길고 기술 혁신이 빠르게 일어나지 않아 상품의 개발과 판매, 유통 과정이 어느 정도의 시간을 거쳐 정형화된 프로세스로 정의될 수 있는 비즈니스에서는 여전히 위계 중심 조직 모델이 빠른 실행을 통한 경쟁 우위를 지킬 수 있는 좋은 조직 운영 모델이다.

어떻게 위계 중심 조직 모델을 가진 기업이 역할 중심 조직 모델의 장점을 채용하면서 데이터 과학과 데이터 과학자들이 주는 이점을 활용할 수 있을까?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이 요구되는 시대적인 트렌드에 맞게 어떻게 하면 조직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기업 경영과 조직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인위적인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가능하게 하는 방법으로 제시되는 최근의 한 방법론을 같이 살펴보도록 하자. 바로 브라이언 J. 로버트슨에 의해 제안된 ‘홀라크라시(Holacracy)’이다.

위계 중심 조직에서 역할 중심 조직으로 – 홀라크라시 살펴보기

우리가 보통 일하는 조직은 구성원이 역량과 경험 수준 차이에 따라 위계를 가지도록 구성되며, 이런 위계를 직급으로 표현한다. 직급이 높을수록 더 많은 권한과 영향력을 가지며, 더 많은 권한과 영향력을 가질수록 조직에서 더 많은 보상과 혜택을 누리게 된다. 위계 중심 조직에서는 조직 위계 구조상의 위치에 요구되는 역량과 자질을 온전하게 갖추고, 각 위치에 필요한 역할을 객관적이고 온전하게 수행하는 사람들이 각 위계 구조상의 위치에 자리잡고 일을 한다는 가정하에 업무를 조직하고 진행하게 된다(위 그림 1의 왼편 그림 참고).

하지만, 위계적인 기업 구조가 실제 업무에서 동작하는 방식은 이런 가정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우선 사람이 로봇과 같이 입력된 명령만을 정확하게 수행하여 각 위계 구조상의 위치에서 기대되는 역할만을 하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 감정을 가지고 있고, 각 위계 구조상의 위치에 기대되는 역할과 각 위치 간의 역할 관계 외에도 개개인 간의 이해관계와 사적인 인간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특성의 다면적인 관계를 구성원이 맺고 있다. 이렇게 감정을 가진 존재로서 맺는 서로 간의 관계, 위계 구조상의 역할에 기대되는 공적인 관계 외의 사적이고 이해관계에 얽힌 다양한 양상의 인간관계가 각 역할을 맡은 사람들 간의 상호 작용이 기대되는 목적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사내 정치와 다양한 부작용에 시달리게 하는 원인이 된다.

위계 중심 조직에서는 위계 구조의 상위 위계에 위치한 역할일수록 더 많은 권한과 영향력을 가지게 되며, 더 많은 권한과 영향력을 가질수록 더 많은 보상과 혜택을 누리게 된다. 더 많은 권한과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은 조직 운영에 중요한 의사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그만큼 많은 역량과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위계 구조상의 상위 위계에 위치할수록 뛰어난 역량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 그 자리에서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의미도 되지만, 반대로 그만큼의 뛰어난 역량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 그 역량과 자질에 맞는 자리에 위치하지 못하게 되면 그 사람의 역량과 능력이 낭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 자리에 걸맞은 역량과 자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높은 자리의 역할을 맡게 되면, 그 자리의 하위 위계에 위치한 구성원의 업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대부분 조직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이 승진을 통해서 위계 조직상의 상위 직급과 업무를 맡게 되고, 이에 대한 보상과 혜택을 추가로 받는다. 대부분 회사나 조직에서 상위 직급 또는 보직으로의 승진과 이에 따라 받는 보상과 혜택은 조직원들이 좀더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하는 동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렇게 상위 직급, 보직에서 일하면서 받는 보상과 혜택은 사람들이 보통 원하지만, 상위 직급, 보직에 일하면서 많아지는 일과 책임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위 직급과 보직에서 주는 혜택과 보상을 받기 위해 많은 조직에서 상위 직급으로 가능하면 빠르게 승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써서 승진하는 사람들이 항상 그 자리에 걸맞은 역량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상위 직급에 있는 구성원이 보상과 혜택은 누리지만 직급과 보직에 요구되는 역량과 자질을 갖추지 못하고 일과 책임을 충실하게 감당하지 않거나 자신의 아래 위계에 위치한 구성원에게 돌리는 경우에는 그 위계 아래의 조직이 조직에서 기대되는 역할을 온전하게 하길 기대하기 어렵다.

이렇게 상위 직급과 보직이 주는 혜택과 보상, 그리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에만 마음이 있어 수단과 방법으로 가리지 않고 승진만을 추구하는 사람이 위계 중심 조직에서 상위 위계에 해당하는 자리에 있으면 자신의 자리로 승진할 것 같은 경쟁자들을 없애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입장에서야 자신이 조직으로부터 받는 혜택과 보상을 지키기 위한 선택일 수 있겠지만, 이런 조직의 역동이 조직 전체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위계 중심 조직에서는 상위 위계로 갈수록 자리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얼마 안 되는 자리를 두고 서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과정이, 하나의 생명체와 같이 조직 내 모든 역할이 건강하게 조화를 이루어 한몸처럼 작동해야 조직이 생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우에 따라 암세포와 같은 많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홀라크라시는 기존 위계 중심 조직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라이언 J. 로버트슨이 창안한 조직 운영 체계이다. 과거 자신이 운영한 회사를 포함해 전통적인 위계 중심 조직에서 가정하는 것들과 실제 현실에서 사회적, 감정적 존재로서 사람의 본성이 달라 생기는 다양한 부작용들을 극복할 수 있는 조직 운영 방법과 체계를 고민하다 만든 체계이다.

홀라크라시는 새로운 조직 운영 체계이기도 하지만, 기존의 위계 중심 조직이 역할 중심 조직으로 변화, 진화하는 것을 촉진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홀라크라시를 채택하는 기업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인 기업이나 조직의 대표, 또는 가장 많은 권한과 권력을 가진 CEO가 자신이 가진 권한과 권력을 홀라크라시 헌장에 위임하는 것을 전 구성원에게 공표하는 것이 홀라크라시가 추구하는 역할 중심 조직으로의 조직 운영 시스템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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