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2

칼럼 | 세금 없는 익명의 분산 화폐는 몽상이다

Roger A. Grimes | CSO
암호화폐는 특정 국가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저렴하고 익명 거래가 가능하며 분산적인 법정 통화를 꿈꾼다. 그러나 이는 몽상이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Getty Images Bank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한 2009년부터 지금까지 필자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물론 사람들이 계속 사고팔고 일부 기업이 수용하고 이로 인해 돈을 벌거나 잃기도 하겠지만 국가의 법정 명목 화폐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사람들은 가격 등락이 큰 암호화폐는 물론 가장 안정적인 암호화폐조차 믿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너무 자주 해킹당한다
암호화폐는 지금도 해킹 위험이 아주 크다. 이론적으로 블록체인 해킹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암호화폐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소프트웨어에는 항상 버그가 존재하므로 이 버그 가운데 일부를 발견한 해커가 매우 큰 돈을 훔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즉 거래자는 블록체인의 기반이 되는 요소까지 걱정해야 한다. 수천만, 수억 달러가 거래소에서, 고객의 암호화폐 지갑에서 해킹으로 도난당한다. 컴퓨터와 디지털 장치는 해킹을 당하기 쉽다. 가까운 장래에 이런 상황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신용카드와 은행도 해킹으로 돈을 빼앗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피해는 대부분 보상되므로 사용자가 금전적 손해를 입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해도 법 집행 기관과 정부가 강력 범죄를 다룰 때와 똑같이 해킹으로 인한 금전적 피해 사고를 수사한다. 반면 암호화폐는 어떨까? 도난 신고를 해서 되찾을 수 있을까. 필자도 그게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실제로 되찾기는 매우 어렵다. 도난당한 암호화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돈을 도난당한 노드를 발견해도 이와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가짜 거래가 매우 빈번하다
비트코인 매매의 95%는 진짜 실물 매매 시장에서는 불법인 ‘워시 트레이딩(wash trading)’이라는 가짜 매매 활동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가짜 매매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거래 수준이 명목 화폐 거래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이다. 또 증권과 선물 거래소는 비트코인을 거래 가능 상품에 추가하는 대신 제외하는 추세다.

유동성이 너무 크다
하루에 가치가 20% 이상 폭등하는 날도 있다. 물론 일부 외국 통화 중에도 이런 문제가 있지만, 누구도 이런 통화를 사용하려 하지 않는다. 암호화폐를 받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실물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데, 이것 때문에 열렬한 암호화폐 지지자도 장기적으로는 암호화폐를 신뢰하지 않는다. 암호화폐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실물화폐와 교환했을 때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교환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는 신뢰가 아니다. 탐욕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이 보안과 신뢰 문제라면,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사용 비용이 많이 들다
암호화폐를 만든 사람들은 익명이 보장되는 거래, 분산성 외에 암호화폐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이를 사용하는 비용이 저렴하다고 주장한다. 큰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에게나 송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꽤 저렴한 비용으로 다른 암호화폐 사용자에게 암호화폐를 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특정 시스템에서 암호화폐를 꺼내는 비용이 거래당 5~15달러다(대부분의 거래에 해당하는 부분).

신용카드와 비교하면 이것이 얼마나 비싼지 알 수 있다. 신용카드로 국내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면 수수료가 거의 없고 동일하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외국 거래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지난 2년간 외국에서 신용카드로 수십 가지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했는데 가장 비싼 해외 수수료가 0.85달러였다.
 
법과 규정, 세금의 문제
많은 이들이 암호화폐를 이용해 법과 규정, 세금 걱정 없이 자산을 보내고 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즉, 수출입 규제와 수수료 없이 미국에서 이란 테헤란으로 송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순진한 생각이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용된 화폐, 통화가 세금이나 법, 규정으로부터 자유로울 확률은 ‘0’에 가깝다. 암호화폐 억만장자인 윙클보스(Winklevoss) 쌍둥이 형제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전 세계에 암호화폐가 성장해 규제 없이 사용되도록 방치할 정부는 단 한 곳도 없다. 결국 국가마다 법과 규정, 세금, 수수료 관련 체계가 만들어질 것이다. 돈의 거래가 있는 곳이 새로 생기면 이를 규제하고 과세하는 것이 현실이다. 규제와 과세가 불가능하면 차단과 금지가 뒤따를 것이다. 간단한 이치다. 이런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환상적인 익명화 소프트웨어 시스템은 존재할 수 없다.

힘 있는 ‘차단자’가 없다
수많은 암호화폐가 비트코인의 그림자 아래에서 운영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비트코인보다 더 나은 암호화폐를 만들려 시도하고, 또 아주 쉽게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다. 다른 이가 자신의 암호화폐와 동일한 일을 하는 화폐를 만들지 못하도록 막는 ‘차단자(Blocker)’가 없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리브라(Libra)는 20억 명이 넘는 사용자 기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수십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10여 개 회사도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런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어떤 암호화폐도 실물 명목 화폐만큼 많이 사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왜 그럴까? 앞의 내용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 필자는 미래에 암호화폐로 불릴 수 있는 ‘금융 수단’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완벽하게 안전하고, 규제와 세금에서 자유롭고, 익명성을 보장하고, 완전히 분산형인 수단이나 도구는 없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경쟁에서 승리하는 암호화폐가 무엇이든 비트코인보다는 신용카드를 많이 닮은 형태일 것이다. ciokr@idg.co.kr



2019.07.22

칼럼 | 세금 없는 익명의 분산 화폐는 몽상이다

Roger A. Grimes | CSO
암호화폐는 특정 국가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저렴하고 익명 거래가 가능하며 분산적인 법정 통화를 꿈꾼다. 그러나 이는 몽상이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Getty Images Bank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한 2009년부터 지금까지 필자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물론 사람들이 계속 사고팔고 일부 기업이 수용하고 이로 인해 돈을 벌거나 잃기도 하겠지만 국가의 법정 명목 화폐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사람들은 가격 등락이 큰 암호화폐는 물론 가장 안정적인 암호화폐조차 믿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너무 자주 해킹당한다
암호화폐는 지금도 해킹 위험이 아주 크다. 이론적으로 블록체인 해킹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암호화폐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소프트웨어에는 항상 버그가 존재하므로 이 버그 가운데 일부를 발견한 해커가 매우 큰 돈을 훔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즉 거래자는 블록체인의 기반이 되는 요소까지 걱정해야 한다. 수천만, 수억 달러가 거래소에서, 고객의 암호화폐 지갑에서 해킹으로 도난당한다. 컴퓨터와 디지털 장치는 해킹을 당하기 쉽다. 가까운 장래에 이런 상황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신용카드와 은행도 해킹으로 돈을 빼앗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피해는 대부분 보상되므로 사용자가 금전적 손해를 입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해도 법 집행 기관과 정부가 강력 범죄를 다룰 때와 똑같이 해킹으로 인한 금전적 피해 사고를 수사한다. 반면 암호화폐는 어떨까? 도난 신고를 해서 되찾을 수 있을까. 필자도 그게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실제로 되찾기는 매우 어렵다. 도난당한 암호화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돈을 도난당한 노드를 발견해도 이와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가짜 거래가 매우 빈번하다
비트코인 매매의 95%는 진짜 실물 매매 시장에서는 불법인 ‘워시 트레이딩(wash trading)’이라는 가짜 매매 활동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가짜 매매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거래 수준이 명목 화폐 거래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이다. 또 증권과 선물 거래소는 비트코인을 거래 가능 상품에 추가하는 대신 제외하는 추세다.

유동성이 너무 크다
하루에 가치가 20% 이상 폭등하는 날도 있다. 물론 일부 외국 통화 중에도 이런 문제가 있지만, 누구도 이런 통화를 사용하려 하지 않는다. 암호화폐를 받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실물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데, 이것 때문에 열렬한 암호화폐 지지자도 장기적으로는 암호화폐를 신뢰하지 않는다. 암호화폐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실물화폐와 교환했을 때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교환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는 신뢰가 아니다. 탐욕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이 보안과 신뢰 문제라면,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사용 비용이 많이 들다
암호화폐를 만든 사람들은 익명이 보장되는 거래, 분산성 외에 암호화폐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이를 사용하는 비용이 저렴하다고 주장한다. 큰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에게나 송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꽤 저렴한 비용으로 다른 암호화폐 사용자에게 암호화폐를 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특정 시스템에서 암호화폐를 꺼내는 비용이 거래당 5~15달러다(대부분의 거래에 해당하는 부분).

신용카드와 비교하면 이것이 얼마나 비싼지 알 수 있다. 신용카드로 국내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면 수수료가 거의 없고 동일하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외국 거래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지난 2년간 외국에서 신용카드로 수십 가지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했는데 가장 비싼 해외 수수료가 0.85달러였다.
 
법과 규정, 세금의 문제
많은 이들이 암호화폐를 이용해 법과 규정, 세금 걱정 없이 자산을 보내고 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즉, 수출입 규제와 수수료 없이 미국에서 이란 테헤란으로 송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순진한 생각이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용된 화폐, 통화가 세금이나 법, 규정으로부터 자유로울 확률은 ‘0’에 가깝다. 암호화폐 억만장자인 윙클보스(Winklevoss) 쌍둥이 형제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전 세계에 암호화폐가 성장해 규제 없이 사용되도록 방치할 정부는 단 한 곳도 없다. 결국 국가마다 법과 규정, 세금, 수수료 관련 체계가 만들어질 것이다. 돈의 거래가 있는 곳이 새로 생기면 이를 규제하고 과세하는 것이 현실이다. 규제와 과세가 불가능하면 차단과 금지가 뒤따를 것이다. 간단한 이치다. 이런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환상적인 익명화 소프트웨어 시스템은 존재할 수 없다.

힘 있는 ‘차단자’가 없다
수많은 암호화폐가 비트코인의 그림자 아래에서 운영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비트코인보다 더 나은 암호화폐를 만들려 시도하고, 또 아주 쉽게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다. 다른 이가 자신의 암호화폐와 동일한 일을 하는 화폐를 만들지 못하도록 막는 ‘차단자(Blocker)’가 없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리브라(Libra)는 20억 명이 넘는 사용자 기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수십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10여 개 회사도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런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어떤 암호화폐도 실물 명목 화폐만큼 많이 사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왜 그럴까? 앞의 내용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 필자는 미래에 암호화폐로 불릴 수 있는 ‘금융 수단’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완벽하게 안전하고, 규제와 세금에서 자유롭고, 익명성을 보장하고, 완전히 분산형인 수단이나 도구는 없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경쟁에서 승리하는 암호화폐가 무엇이든 비트코인보다는 신용카드를 많이 닮은 형태일 것이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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