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02

칼럼 | 소프트웨어 개발자, 미래는 치킨집?

정철환 | CIO KR
소프트웨어 산업은 첨단 산업이다. 또한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산업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리고 오늘날 기업 및 공공기관은 물론 사회 전반의 인프라까지 소프트웨어 없이는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 그만큼 소프트웨어는 사회 깊숙이 융화되어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인프라가 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첨단산업의 총아인 소프트웨어 산업만큼 자동화가 덜 된 산업도 드물다. 수 많은 제조업부문은 생산이 자동화되어 있고 물류 및 금융 부문은 실시간으로 정보시스템을 통해 서비스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수 많은 인터넷 비즈니스 분야는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기존에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던 거래를 시스템에 의해 처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발전의 근간에는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핵심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은 그 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사람에 의존하는 인력 집약적인 산업이며 사람의 능력에 따라 생산성이 크게 차이가 나며 품질관리 및 표준화와 자동화가 쉽지 않은 분야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산업혁명 이전의 제조업처럼 아직까지도 숙련된 능력을 가진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산업을 이끌고 있는 미국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처우는 매우 좋은 편이다. 또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자신의 경력이 쌓일 수록 점점 더 좋은 처우를 받을 수 있으며 특정한 소프트웨어 산업 분야에서 최고의 고수로 인정을 받는 수십 년 경력의 전문가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최고의 고수들에 의해 새로운 소프트웨어 혁신이 이루어지고 전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거대 기업들이 탄생, 성장하였다. 구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기업들은 순수하게 소프트웨어로 시작해 성장한 기업들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바다 건너 미국의 이야기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떤가?

필자는 직장생활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시작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컴퓨터 전문 기업에 입사하여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 후 SI 기업에서 주요 기관 및 기업의 정보시스템 개발을 위한 소프트웨어 설계 및 개발자로 일했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흐른 후 어느덧 관리자가 되고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는 한걸음 물러나게 되고 사업부장이 되어 영업을 하다가 지금은 기업의 IT 시스템 운영을 총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국내 IT 산업분야에서 나름 먹이사슬의 꼭대기라는 소위 ‘갑’ 역할을 하고 있지만 되돌아보면 가장 보람있었고 의욕적이었던 시절은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능력일 인정받을 때가 아니었나 한다. 아마도 필자와 비슷한 경력을 밟아 CIO 자리에 오르신 분들의 생각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필자의 경력은 어찌 보면 아주 운이 좋았는지도 모른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사이에 뼈있는 농담이 하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다가 어려운 부분에서 막히면 어디에 물어보는 것이 좋은가? 하는 질문의 답이 ‘치킨집’ 이다. 수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경력을 쌓아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의 경력을 중단하고 결국 개인 창업으로 전환하게 된다는 뜻이다.


‘치킨집’ 이란 개인 창업의 대표적인 창업 아이템 아닌가? 국내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경력을 시작하기가 쉽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상반기까지는 폭발적인 수요 덕분이고 2000년대 중반 이후는 공급의 급격한 감소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소프트웨어는 사회 전부문의 근본 인프라가 되었기에 아무리 경기가 하락한다고 해도 소프트웨어 개발 수요는 끊임없이 발생하지만 최근 소프트웨어 개발을 원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공대 최고 수준의 수능 커트라인을 자랑하던 컴퓨터 관련 학과들의 오늘날 현실이 단적으로 말해준다.

일자리 구하기 어렵다는 요즘 왜 이런 인력부족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그리고 소프트웨어 산업은 인력 집중적인 산업이고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은 개발자의 능력에 크게 좌우된다면 오늘날의 상황은 아주 심각한 상황이 아닌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은 1990년대에 우수한 인력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너도나도 뛰어든 것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때 뛰어든 개발자들 중에 아직까지도 현업에서 전문 개발자도 활동하고 있는 몇몇 전문가들을 필자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수가 많은 것은 아니다. 나머지 대부분의 동료들은 SI기업의 PM 또는 영업을 하고 있거나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 그래도 이들은 IT 붐 세대로서의 혜택을 많이 받은 편이다.

최근 수년간의 개발자 환경을 보면 비정규직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컴퓨터 관련 비전공자들인 경우가 많다. 고용은 불안정하고 근무환경은 열악하다. 야근은 필수이고 합리적이지 않은 업무관리로 인해 생산성도 높이기 힘든 경우도 많다. 또한 개발자는 끊임없이 자기계발 노력을 해야만 하는 어려운 직업이다. 일부 대기업 계열 IT회사의 여건은 좋은 편이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시 자사의 정규 인력을 투입하기 보다는 협력 계약직을 더 많이 투입한다. 분명 필자가 개발을 전문으로 하던 시절과 비교해보면 많은 면에서 환경이 열악해졌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가까운 장래에 소프트웨어 품질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닭과 달걀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 세계 시장에서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되면 개발자의 처우가 좋아지고 다시 소프트웨어 개발분야에 우수한 인력들이 몰릴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려면 우수한 개발자가 우선 필요한 상황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어디선가 누군가가 이러한 모순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미래를 밝게 만들 정책 또는 비전을 만들어야 하며 우수한 인재가 소프트웨어 분야에 다시 모일 수 있는 계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제조산업에서는 새로운 신규 사업에 뛰어들거나 또는 중장기적으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수조 원 이상의 자금을 우선 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위한 개발자의 육성에 얼마나 많은 자금이 투여되고 있는가? 2013년 새해가 밝았다. 매년 새해에는 소망을 가져보는데 올해 필자의 소망은 다시 국내에 소프트웨어 산업의 부흥기가 찾아왔으면 하는 것이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구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2013.01.02

칼럼 | 소프트웨어 개발자, 미래는 치킨집?

정철환 | CIO KR
소프트웨어 산업은 첨단 산업이다. 또한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산업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리고 오늘날 기업 및 공공기관은 물론 사회 전반의 인프라까지 소프트웨어 없이는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 그만큼 소프트웨어는 사회 깊숙이 융화되어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인프라가 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첨단산업의 총아인 소프트웨어 산업만큼 자동화가 덜 된 산업도 드물다. 수 많은 제조업부문은 생산이 자동화되어 있고 물류 및 금융 부문은 실시간으로 정보시스템을 통해 서비스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수 많은 인터넷 비즈니스 분야는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기존에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던 거래를 시스템에 의해 처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발전의 근간에는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핵심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은 그 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사람에 의존하는 인력 집약적인 산업이며 사람의 능력에 따라 생산성이 크게 차이가 나며 품질관리 및 표준화와 자동화가 쉽지 않은 분야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산업혁명 이전의 제조업처럼 아직까지도 숙련된 능력을 가진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산업을 이끌고 있는 미국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처우는 매우 좋은 편이다. 또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자신의 경력이 쌓일 수록 점점 더 좋은 처우를 받을 수 있으며 특정한 소프트웨어 산업 분야에서 최고의 고수로 인정을 받는 수십 년 경력의 전문가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최고의 고수들에 의해 새로운 소프트웨어 혁신이 이루어지고 전세계를 시장으로 하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거대 기업들이 탄생, 성장하였다. 구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기업들은 순수하게 소프트웨어로 시작해 성장한 기업들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바다 건너 미국의 이야기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떤가?

필자는 직장생활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시작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컴퓨터 전문 기업에 입사하여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 후 SI 기업에서 주요 기관 및 기업의 정보시스템 개발을 위한 소프트웨어 설계 및 개발자로 일했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흐른 후 어느덧 관리자가 되고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는 한걸음 물러나게 되고 사업부장이 되어 영업을 하다가 지금은 기업의 IT 시스템 운영을 총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국내 IT 산업분야에서 나름 먹이사슬의 꼭대기라는 소위 ‘갑’ 역할을 하고 있지만 되돌아보면 가장 보람있었고 의욕적이었던 시절은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능력일 인정받을 때가 아니었나 한다. 아마도 필자와 비슷한 경력을 밟아 CIO 자리에 오르신 분들의 생각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필자의 경력은 어찌 보면 아주 운이 좋았는지도 모른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사이에 뼈있는 농담이 하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다가 어려운 부분에서 막히면 어디에 물어보는 것이 좋은가? 하는 질문의 답이 ‘치킨집’ 이다. 수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경력을 쌓아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의 경력을 중단하고 결국 개인 창업으로 전환하게 된다는 뜻이다.


‘치킨집’ 이란 개인 창업의 대표적인 창업 아이템 아닌가? 국내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경력을 시작하기가 쉽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상반기까지는 폭발적인 수요 덕분이고 2000년대 중반 이후는 공급의 급격한 감소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소프트웨어는 사회 전부문의 근본 인프라가 되었기에 아무리 경기가 하락한다고 해도 소프트웨어 개발 수요는 끊임없이 발생하지만 최근 소프트웨어 개발을 원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공대 최고 수준의 수능 커트라인을 자랑하던 컴퓨터 관련 학과들의 오늘날 현실이 단적으로 말해준다.

일자리 구하기 어렵다는 요즘 왜 이런 인력부족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그리고 소프트웨어 산업은 인력 집중적인 산업이고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은 개발자의 능력에 크게 좌우된다면 오늘날의 상황은 아주 심각한 상황이 아닌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은 1990년대에 우수한 인력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너도나도 뛰어든 것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때 뛰어든 개발자들 중에 아직까지도 현업에서 전문 개발자도 활동하고 있는 몇몇 전문가들을 필자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수가 많은 것은 아니다. 나머지 대부분의 동료들은 SI기업의 PM 또는 영업을 하고 있거나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 그래도 이들은 IT 붐 세대로서의 혜택을 많이 받은 편이다.

최근 수년간의 개발자 환경을 보면 비정규직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컴퓨터 관련 비전공자들인 경우가 많다. 고용은 불안정하고 근무환경은 열악하다. 야근은 필수이고 합리적이지 않은 업무관리로 인해 생산성도 높이기 힘든 경우도 많다. 또한 개발자는 끊임없이 자기계발 노력을 해야만 하는 어려운 직업이다. 일부 대기업 계열 IT회사의 여건은 좋은 편이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시 자사의 정규 인력을 투입하기 보다는 협력 계약직을 더 많이 투입한다. 분명 필자가 개발을 전문으로 하던 시절과 비교해보면 많은 면에서 환경이 열악해졌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가까운 장래에 소프트웨어 품질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닭과 달걀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 세계 시장에서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되면 개발자의 처우가 좋아지고 다시 소프트웨어 개발분야에 우수한 인력들이 몰릴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려면 우수한 개발자가 우선 필요한 상황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어디선가 누군가가 이러한 모순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미래를 밝게 만들 정책 또는 비전을 만들어야 하며 우수한 인재가 소프트웨어 분야에 다시 모일 수 있는 계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제조산업에서는 새로운 신규 사업에 뛰어들거나 또는 중장기적으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수조 원 이상의 자금을 우선 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위한 개발자의 육성에 얼마나 많은 자금이 투여되고 있는가? 2013년 새해가 밝았다. 매년 새해에는 소망을 가져보는데 올해 필자의 소망은 다시 국내에 소프트웨어 산업의 부흥기가 찾아왔으면 하는 것이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구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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